죽도록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 말이

김재진


 



  

돌 틈을 비집고 나온 제비꽃

길가에 앉아

반쯤 허리가 접혀 있는 민들레

기어다니는 벌레와 조그만 새들

서 있는 나무와 조용한 햇빛

무엇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 없어라.

한 고비 넘기고 세상을 보면

모든 것 다 신기한 것밖에 없어라.

죽도록 한 사람을 사랑한다고 하는 그 말이

한 순간에 다 부질없어라.

껴입던 옷 벗어 바람에 내다걸 듯

모든 것 훨훨 벗어버리고 싶어라.

텅 빈 채 다 받아들이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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