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이시영
소설가 오정희씨가 서울 나들이를 위해 춘천역사에 들어서면 어떻게 알았는지 금테 모자를 눌러쓴 귀밑머리 희끗한 역장이 다가와 이렇게 인사한다고 합니다.
"오 선생님, 춘천을 너무 오래 비워두시면 안 됩니다."
그리고 측백나무 울타리 가에서 서울행 열차의 꽁무니가 안 보일 때까지 배웅한다고 합니다.
아, 나도 그런 춘천에 가 한번 살아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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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가는 사람을 작별하여 보내는 심경이 이 정도라면 그 마음이 얼마나 순후한가.
눈인사를 나누는 일도 흔하지 않은 세상이니 이러한 송별 형식은 얼마나 간절하고 정성스러운가.
서운한 마음에 차마 발길을 떼지 못하는 이 친밀한 관계는 얼마나 포근한가.
'소설가 오정희씨'가 춘천을 떠나 있는 동안 춘천은 휑하게 텅 비워진다니, 이 말씀은 한 사람의 존귀함에 대한 참으로 멋진 찬사가 틀림없다.
실로 그렇다.
한 사람이 존재함으로써 이 시방의 무량한 세계가 가득 차게 된다.
그러므로 한 사람의 부재는 곧 세계의 사라짐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은 세계의 망루이며, 견고한 성채이며, 어마어마하게 큰 수미산이다.
해와 달도 한 사람의 주위를 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우리의 미래다.
이 사실을 우리가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자문(自問)해 볼 일이다.
- 문태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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