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 친구는 여름 휴가 때마다 켈리포니아주의 래슨볼캐닉국립공원에서 감시원으로 일했다. 
어느 날 아침 순찰근무를 하는데 한 여행자가 다가오더니 자기가 방금 목격한 희귀종 새의 생김새를 대충 설명하면서 그게 무슨 새인지 알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하지만 좋은 수가 있어요. 제게 로저 토리 피터슨이 쓴「미국 서부의 야생조류 안내」라는 책이 있거든요.” 
그러자 그 여행자는 실망했다는 듯이 대꾸했다. 
“소용없습니다. 그 책에는 그런 새가 없어요. 내가 바로 로저 토리 피터슨이거든요.”

 

 

 






우리 학교에서 독감이 번지자 대여섯 명의 임시교사가 수업을 맡게 되었다. 
그중에는 나이가 지긋한 남자선생님이 한 분 계셨는데 그 분은 학생들과 교사들간의 세대차를 해소시켜 주는 재주 때문에 부임한 지 얼마 안 되어 학생들 사이에서 금방 인기를 얻었다.
출근한 지 사흘째 되던 날 그 선생님이 책상에 앉아 있다가 고개를 쳐들어 보니 그 반에서 제일 예쁘게 생긴 여학생이 아메리카인디언처럼 옆머리를 밀어버리고 가운데만 남은 머리털을 파란 색깔로 염색한 핑크스타일의 머리 모양을 뽐내며 서 있었다. 
그런데 선생님이 그 여학생을 한참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한마디 했을 때 학생들은 좋아 죽겠다고 웃어 댔다. 
“이봐요, 학생. 참 용케도 목숨만은 건진 모양이군.”

 

 

 





비가 오던 어느 날 애그니스수녀가 한참 운전 연습을 하고 있는데 자동차 타이어 하나가 펑크가 났다. 
운전교사는 수녀를 보고 자기가 타이어를 갈아끼우는 동안 저쪽으로 가 계시라고 했다. 
그러나 수녀는 그 말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타이어를 갈아끼우는 법을 배우는 것도 운전연습의 일부예요” 하며 가지 않겠다고 했다.
애그니스수녀가 평소에 기도를 드릴 때와 같은 자세로 흙탕물 속에서 무릎을 꿇고 타이어를 갈아끼우느라고 애를 쓰고 있는데 경찰차가 와서 멎었다. 
경찰관은 민망스러워서 어쩔 줄을 몰라하는 운전교사를 보며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설마 하느님, 이 기적을 행하고 계신거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겠죠 ?"

 

 

 






나하고 남편은 로스앤젤레스로 이사를 가서 극히 보수적인 동네에 정착했다. 
이웃들은 자유기고가인 나를 별로 탐탁하게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학교 사친회로부터 직업토론회에 나와 강연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이웃간의 서먹서먹함이 마침내 사라졌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나는 일찍 참석을 해서 다른 두 사람의 남자 연사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 모임의 주최자가 날 보고 마지막 연사가 되어 주지 않겠느냐고 물어볼 때는 주연 대우를 받는 것 같아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주최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 하는 게 아닌가 ! 
"남자분들은 빨리 돌아가서 일을 해야 하거든요.”

 

 

 






하루는 내가 무대감독으로 있는 극장식 식당 에서「착하기도 하지, 찰리 브라운」이라는 공연을 관람하고 있었다. 
마지막 안무공연이 거의 끝나 갈 무렵, '스누피'역을 맡은 배우가 개집의 지붕 위에서 늘 하던 대로 멋지게 뛰어내리다가 발목을 삐었다. 
막이 내리자 나는 급히 뛰어가 봤다. 
그때 마침 관객 중에서 한 부인이 뛰어올라와서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냐고 물었다. 
"부인이 의사이신가요 ?" 하고 내가 되묻자 그 여자가 말했다. 
"의사보다 나을거예요. 수의사니까요”

 

 

 






흰개미 피해에 대한 무료검사를 해주는 해충박멸회사가 있어서 아버지가 전화로 예약을 했다. 
검사원이 나와서 건물검사를 마치고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으로서는 흰 개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뒤꼍에 있는 장작에는 우글거리고 있어요. 그걸 다 먹어치우면 틀림없이 집 쪽으로 몰려올겁니당.”
아버지는 잠시 잠자코 있다가 느린 남부 사투리로 이렇게 말했다. 
“글쎄요. 당신이 내 놓은 비용견적을 볼 때 흰개미에게 따로 나뭇단을 사주는 것이 훨씬 싸게 먹히겠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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