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때 미시간주 칼라마주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친 일이 있는데 하루는 나이지리아에서 유학온 한 학생이 강의를 들으러 나왔다가 생전 처음 눈 내리는 것을 보고 무척 즐거워했다.
그는 상기된 표정으로 좀 수줍어하면서 "지금 눈을 소재로 시를 쓰고 있는 중입니다"하고 말했다.
그 다음날은 눈이 더 많이 내렸다.
그는 부츠를 한 켤레 사 신었지만 쉴 새 없이 미끄러지고 자빠지는 통에 여간 애를 먹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후 또 한번 폭설이 내렸는데 이리저리 미로와 같이 파놓은 눈길을 따라가던 나는 그 나이지리아 학생과 마주치게 되었다.
그래서 어떻게 지내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몹시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라이터선생님, 전 오늘 지난번에 쓴 그 시를 찢어 버렸습니다."
지난 가을, 전국대학미술전람회가 우리 대학에서 열렸고 나는 전시장 안내의원으로 일했다.
아침 일찍 나와서 전시물을 점검하던 나는 여인의 나상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세상에 ! 짓궂은 관람객들이 젖가슴을 만져 손때가 새카맣게 묻어 있는 게 아닌가.
부리나케 관리실로 뛰어가 탈지면과 알콜을 얻어와선 열심히 때를 닦았다.
나상에 달라붙어 한참 때를 닦다가 느낌이 이상해 뒤를 돌아본 나는 그만 홍당무가 되고 말았다.
거기엔 첫 관람객인 중학생 세 명이 야릇한 웃음을 머금고 나를 구경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만 몹쓸 놈이 되고 말았다.
아들은 방학을 마치고 대학으로 돌아가면서 턱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다.
몇 주일 뒤 아들과 장거리통화를 하다가 나는 수염이 많이 자랐느냐고 물었다.
"수염을 계속 길러야 할지 깎아버려야 할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어요.
30명한테 턱수염을 기른 내 모습이 어떠냐고 물어 보았더니 글쎄 찬성과 반대가 꼭 반반이지 뭐예요."
"남학생들은 찬성했을 것이고 여학생은 반대했겠구나 ?" 내가 추측했다.
"어머니, 전 여학생들에게만 물어봤어요." 아들이 상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날 아침 내가 기거하는 남학생기숙사를 어정어정 걸어 나올 때 웬지 일진이 사나울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우선 강의 시작시간이 이미 지나버렸고, 강의실까지 거의 다 갔을 무렵에야 숙제를 잊고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다가 교재도 엉뚱한 것을 들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담당교수가 복도 아래로 허둥지둥 달려오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나는 그 여교수의 강의를 빼먹을 심산으로 재빨리 화장실로 몸을 숨겼다.
잠시 후 화장실 문이 열리더니 누가 들어섰다.
주여 나를 보호하소서. 이젠 강의를 빼먹는 것은 아무 문제도 아니었다.
우리는 여자화장실에서 마주친 것이었다.
어느 화창한 날 우리는 어슬렁어슬렁 내키지 않는 발걸음으로 철학강의실에 들어 갔다.
마음이 다른 곳에 팔려 있는 우리의 기분을 알아차린 교수는 혹시 누가 '무한'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아느냐고 물었다.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자, 교수는 백묵으로 칠판을 가로질러 줄을 그으면서 교실 왼쪽 벽을 따라 문 밖으로 나갔다.
15분이 지나도 교수가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학생들은 강의실을 떠나기 시작했다.
이틀 후 우리가 강의실에 다시 모였을 때 그 교수가 여전히 백묵으로 줄을 그으면서 걸어 들어왔다.
교실 오른쪽 벽을 따라 줄을 그어 가던 교수는 이틀 전에 긋기 시작한 선 끝에다 연결 시키더니 한 마디 했다.
"이것이 ‘무한'에 대한 나의 정의일세"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정의에 따른다면 멋진 휴강법이었다.
내가 일하는 대학교사무실은 대학병원과 같은 건물에 있었다.
그래서 출근길에 환자용 식사를 수레에 싣고 가는 여종업원과 매일 마주치게 된다.
수레에는 4- 5인용 식사가 실려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어느 날 이침에는 식사가 첩첩이 높다랗게 쌓여 있었다.
학생 환자들이 갑자기 늘어났음이 분명했다.
"웬일이죠 ? 무슨 전염병이라도 퍼졌나요 ?"
내가 수레를 끄는 아가씨에게 물었다.
"천만에요.중간고사 기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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