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
손광세
7월이 오면
그리 크지 않는 도시의 변두리쯤
허름한 완행버스 대합실을
찾아가고 싶다.
죽이 다 된 캐러멜이랑
다리 모자라는 오징어랑
구레나룻 가게 주인의
남도 사투리를 만날 수 있겠지.
함지에 담긴 옥수수 몇 자루랑
자불자불 조는 할머니
눈부신 낮꿈을 만날 수 있겠지.
포플린 교복 다림질해 입고
고향 가는 차 시간을 묻는
흑백사진 속의 여학생
잔잔한 파도를 만날 수 있고
떠가는 흰 구름을 바라보며
행려승의 밀짚모자에
살짝 앉아 쉬는
밀잠자리도 만날 수 있겠지.
웃옷을 벗어 던진 채
체인을 죄고 기름칠을 하는
자전거방 점원의
건강한 웃음이랑
오토바이 세워 놓고
백미러 들여다보며 여드름 짜는
교통 경찰관의
초록빛 선글라스를 만날지도 몰라.
7월이 오면
시멘트 뚫고 나온 왕바랭이랑
쏟아지는 땡볕 아래
서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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