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모(繼母)가 다 극악무도한 건 아니다. 친자식처럼 사랑하고 잘 키워낸 새엄마도 많다.
그럼에도 많은 동화 속 계모는 하나같이 못된 여자로 묘사된다. 백설공주 계모도, 신데렐라 새어머니도 그렇다.
그 이유는 뭘까.
대부분의 동화는 중세 또는 그 언저리에서 전해져 온다.
동·서양 막론하고 당시에는 재산 상속권이 생명보험이나 마찬가지였다.
상속권은 당연히 자식이 갖게 되는데, 아내가 죽고 남편이 재혼하면 새 아내의 자식에게도 상속권을 줄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새엄마는 자기 새끼들의 상속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면 필요한, 가능한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았다.
그런 세속적 문화가 동화에 고스란히 반영됐던 것이다.
계모의 심리는 어떤 것일까.
본능적으로 남편의 죽은 또는 이혼한 아내 자식들을 자기가 낳은 새끼들에 대한 위협으로 여긴다.
남편에게 전처를 생각나게 하는 살아있는 존재라는 질투심은 차치하고, 걔네를 더 애틋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그쪽 애들이 나이가 많으니 대부분의 상속을 받지 않겠나, 그 아이들 때문에 늘 후처(後妻) 취급당하지 않느냐는 생각에
제거하기 위한 음모를 꾸미게 된다.
영국에선 이른바 '신데렐라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여왕의 6월 국정연설에서 공식 언급될 예정이다.
이 법은 아이들에 대한 신체적·성적 학대뿐 아니라 정서적 학대도 범죄로 규정한다.
친부모든, 계부모든 가해자는 구분없다.
심적인 고통을 주거나 사랑에 굶주리게 하는 것만으로도 법의 제재를 받는다.
상당 기간 아이의 지적·정서적·사회적 또는 행동 발달에 해를 끼치는 경우, 최고 10년 징역형을 받게 된다.
아동 방치, 가정 폭력을 목격하게 하는 것, 모멸적인 벌을 가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다.
내 자식 내 마음대로 하는데 무슨 상관이냐며 처벌을 면했던 건 옛 얘기가 된다.
신데렐라 이름 뜻은 '재(灰)투성이'다.
원래 이름은 '엘라(Ella)'인데 계모가 학대하며 부엌 아궁이 옆에서 자게 해 얼굴·옷에 cinder(灰)가 들러붙어 Cinderella가
됐다고 한다.(14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