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다른 두 세상이 공존하는 brunei

보르네오 섬 북쪽에 자리한 브루나이 왕국의 풍경은 여느 동남아시아와는 확연히 다르다. 잘 정비된 도로망과 숲 속에 조성된 마을에서는 한눈에도 풍부함이 느껴진다.

  • 이형준의 테마 여행 열두 번째/2010년 4월 vol.42

 

국토는 좁지만, 천연가스와 석유가 풍부해 풍요로운 삶을 영유하고 있는 브루나이.  이곳에는 전혀 다른 두 세상이 공존하는 듯하다.

황금으로 장식된 사원과 왕궁이 있는가 하면 오랫동안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마을과 주민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황금으로 수놓은 화려한 사원과  지구촌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수상 마을이 공존하는 브루나이(Brunei)를 찾아가본다.

오후 시간이면 어김없이 감상할 수 있는 환상적인 풍경.

브루나이는 제주도 면적의 2배에도 못 미치는, 동남아시아에서 제일 작은 나라다.

하지만 천혜의 자원 덕에 어느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요로운 삶을 영유하고 있다. 작은 왕국이지만 브루나이는 제법 명소가 많다.

황금으로 도금한 거대한 모스크와 왕궁을 필두로 세계에서 두 곳밖에 없다는 7성급 리조트 호텔, 진정한 여유를 만끽하며 라운딩을 펼칠 수 있는

 골프장과 자연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는 국립공원까지 각 지역마다 나름의 매력을 간직한 명소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곳은 지구촌 최대 수상 마을로 알려진 깜퐁 아예르이다. 


원주민 언어로 ‘물의 마을’이란 의미를 간직한 깜퐁 아예르는 브루나이의 수도 반다르 스리 브가완(Bandar Seri Begawan)에서 보트를 이용해

단 5분이면 갈 수 있다.

브루나이 전체 인구의 10%에 달하는 주민들이 거주하는 수상 가옥으로 이루어진 깜퐁 아예르는 말레이시아와 캄보디아에 있는 수상 가옥과는

 차원이 다르다.

바다와 강이 만나는 곳에 조성된 수상 가옥촌은 여러 측면에서 육지에 세운 커다란 마을이나 작은 도시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어쩌면 육지에 자리한 마을보다 훨씬 더 풍요롭고 여유로움이 감도는  곳일지도 모른다.

반다르 스리 브가완에서 출발하는 보트를 타고 깜퐁 아예르로 이동하려면 보트 운전자에게 하선할 위치를 말해야 한다.

여느 수상 마을과 다르게 공식적인 선착장만도 50곳이 넘기 때문이다.

보트가 정박할 수 있는 공식적인 선착장 외에도 공공 기관과 개인적인 용도로 활용하는 선착장까지 합하면 자그마치 수백 곳에 달한다.

또 깜퐁 아예르는 여느 수상 가옥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다. 보트 선착장과 수상 가옥 사이에는 사방으로 다리가 연결되어 있다.

수백 미터에 이르는 다리부터 수십 미터에 불과한 다리가 얽히고설켜 있다. 깜퐁 아예르에 세운 다리의 길이를 합하면 수십 킬로미터에 달한다. 이곳에 놓여 있는 주요 도로에 해당하는 다리는 모두 나무로 제작되었다. 주민들이 생활하는 가옥과 가옥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 또한 나무다리다.

1 브루나이 왕국 취임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세워진 로얄 리갈리아 센터로 왕가와 관련된 수많은 유물과 용품이 전시되어 있다. 2 브루나이에 있는 모스크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자메 아스르 하사날 볼키아 모스크. 돔 전체가 황금으로 도금되어 있다. 3 국왕과 그 일가가 거주하는 왕궁. 1년에 단 3일만 개방한다.
깜퐁 아예르를 이루는 가옥은 가족 구성원과 경제력에 따라 다르지만 하나같이 크다. 일반적으로 서너 개의 방과 응접실을 갖추고 있다.

규모가 큰 가옥의 경우 방이 10개가 넘어 육지에 건설된 저택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수상 가옥에는 TV와 냉장고는 기본이고 에어컨도 설치되어 있다.

수상 가옥에 이토록 넓은 공간과 가전제품을 두루 갖출 수 있는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가 선결되었기 때문이다. 

지구촌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깜퐁 아예르는 자그마치 6백 년 동안이나 이어져온 수상 마을이다.

일명 ‘롱 하우스’라는 애칭으로 불릴 정도로 주택의 규모가 큰 것은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대가족 제도에 기인한다.

깜퐁 아예르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2~3대가 함께 생활한다. 여러 형제가 한집에서 부모를 모시고 사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깜퐁 아예르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대부분 어업에 종사한다.

물 위에 집을 짓고 바다에서 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지만, 저마다 공간을 활용해 화분을 가꾸거나 각자 능력을 발휘해 집을 가꾼다.

물론 수상 가옥에서 화분을 이용한 식물 재배와 화초를 가꾸는 데는 제한이 따른다.

그러나 주민들이 꾸며놓은 공간은 깜퐁 아예르를 찾는 방문객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전체 인구의 10%가 거주하는 깜퐁 아예르에는 관공서와 경찰서, 소방서, 의료 시설 같은 공공 기관도 꽤 많다. 그중 가장 많은 것이 학교다.

깜퐁 아예르에는 초등학교뿐 아니라 중학교와 고등학교도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제법 많은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수도인 반다르 스리 브가완에서 보트를 타고 깜퐁 아예르 학교로 통학한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들려준 이야기에 따르면 지난 수십 년 동안 깜퐁 아예르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여타 지역 학생들보다 졸업 후 좋은 직장에 취업하거나

대학에 진학했기 때문이란다. 

깜퐁 아예르 주민들이 바다를 배경으로 살아간다면 반다르 스리 브가완에 자리한 프리마켓은 내륙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을 엿보기에 그만이다.

도심에 자리한 프리마켓은 반경 수백 미터에 불과한 작은 시장이다.

바다에서 잡아온 물고기와 건조된 생선, 식탁을 수놓을 각종 식품과 과일을 비롯해 즉석에서 만든 음식을 판매하는 노점으로 구성된 시장의 전체

점포는 2백여 곳에 불과하다.

작은 점포 2백여 곳이 모여 있는 시장은 규모가 작아 한 바퀴 둘러보는 데 1시간이면 충분하다.

점포 수와 취급하는 품목은 대형 시장에 비교할 수 없지만 보루나이 프리마켓에서는 사람의 향기가 진동한다.

이른 아침 밭에서 재배한 채소를 정성껏 손질해 판매하는 노점상을 비롯해 양념류와 과일을 판매하는 상점과 갓 잡아온 물고기를 판매하는

어부의 부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프리마켓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주민들의 모습은 우리네 5일장을 보는 듯하다.

보다 좋은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주부부터 세련된 옷맵시를 자랑하는 젊은 여성에 이르기까지, 프리마켓에서는 물건을

판매하는 상인이든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 사람이든 여유가 넘친다. 

 

 

1주민들의 발이라 할 수 있는 보트를 타고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는 깜퐁 아예르 거주 주민. 2 깜퐁 아예르의 가정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박한 화분들. 3 나무로 만든 다리를 따라 등교하는 깜퐁 아예르 거주 학생들.
물론 가격을 흥정할 때는 서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지만, 곧 상대방에 원하는 가격에 물건을 판매하거나 상인이 원하는 가격에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곤 한다.

풍부한 천연자원에 비해 인구가 적은 브루나이의 국민소득은 어느 나라보다 높다.

그러나 프리마켓에서 거래되는 물품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저렴하다. 당근과 오이는 10개에 1브루나이달러, 우리 돈 7백원 남짓이면 손에

넣을 수 있다.

바나나와 망고, 토마토도 무척 저렴해 1브루나이달러로 바나나 20개를 구입할 수 있다.

또 3~4kg짜리 돔과 민어도 10브루나이달러면 충분하고, 건조한 멸치와 새우도 부담 없는 가격대에 거래된다. 

브루나이 하면 놓칠 수 없는 것이 눈이 부시도록 화려한 왕궁과 종교 건축물, 그리고 그 유명한 리조트 호텔 엠파이어다.

왕궁의 경우 1년 중 단 3일만 개방해 출입 기회를 잡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외관만 보는 것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왕궁이다.

정문에서 바라보면 왕궁이 얼마나 화려한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잘 정리된 정원수와 웅장한 겉모습만으로도 그 내부를 짐작해볼 수 있다.

한편 모스크는 정규 예배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

마을이 형성된 곳이라면 반드시 하나쯤 세워진 모스크 가운데 대표적인 곳으로는 오마르 알리 사이푸딘 모스크와 자메 아스르 하사날 볼키아 모스크가 있다.

도심에 자리한 오마르 알리 사이푸딘 모스크는 황금 돔과 최고급 이탈리아 대리석으로 꾸며놓았다.

처음 모습을 드러낸 1958년 이후 지금까지 동남아시아에 세워진 이슬람 종교 건축물 중 화려함과 아름다움에서 단연 돋보이는 건축물이다.

이른 아침 햇살 아래 바라보는 모습과 한낮에 보는 모스크도 웅장하고 아름답지만 석양이 사라진 직후에 바라본 풍광이 최고다.

인공 호수에 비친 모스크의 모습은 과히 환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 반다르 스리 브가완 외곽에는 현 국왕의 취임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건설한 자메 아스르 하사날 볼키아 모스크가 있다.

1 깜퐁 아예르에 세워진 주택들. 각기 다른 모양과 크기로 조성되었다. 2 바다와 산이 만나는 곳에 조성한 휴식 공간과 네팔 외인부대 기지. 3 황금으로 도금한 돔과 아름다운 정원이 어우러진 오마르 알리 사이푸딘 모스크.
브루나이에 있는 모스크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자메 아스르 하사날 볼키아 모스크는 거대한 황금과 잘 정돈된 정원으로 관광객은 물론

시민들도 자주 찾는 명소다.

최근 지구촌에는 초특급 숙박 시설이 하나둘 새롭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브루나이 해변에 세워진 7성급 숙박 시설인 엠파이어 리조트이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버즈 알 아랍 호텔과 더불어 지구촌에 오직 두 곳뿐인 7성급 호텔 엠파이어는 동북쪽 넓은 해변에 조성된,

자타가 인정하는 초호화 리조트이다.

완만한 코스로 이루어진 골프 코스를 비롯해 4개의 극장과 9개의 수영장을 갖추고 있다.

한화로 3조원이 넘는 거금을 투자해 완공한 이 호화 리조트는 그 화려함에 말문이 막힐 정도다.

황금과 실크, 대리석으로 장식한 로비와 객실을 중심으로 저마다 다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실내와 야외 수영장, 푸른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객실 발코니와 고급스러운 객실은 가히 ‘환상적’이란 표현을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호텔에서는 골프는 물론이고 테니스, 스쿼시, 배드민턴, 헬스, 볼링, 사우나, 스파를 즐길 수 있다.

또 보트 타기와 같은 해양 스포츠도 가능하다. 그러나 엠파이어 리조트의 진짜 자랑거리는 수준 높은 서비스다.   

이렇듯 브루나이는 작은 나라지만  흥미로운 곳이 즐비하다.

거대한 수상 가옥이 밀집한 깜퐁 아예르, 화려한 모스크와 왕궁, 서민들의 삶이 녹아 있는 프리마켓, 왕가의 호화로움을 엿볼 수 있는

로열 리갈리아 센터, 그리고 수많은 동식물이 서식하는 템부롱 국립공원 등.

하지만 브루나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대가족을 이루고 살아가는 순박한 주민들이다.  

1이른 아침이면 어김없이 좌판을 열고 손님을 맞는 프리마켓 상인. 2 동남아시아에 있는 리조트 호텔 가운데 유일한 7성급 호텔인 엠파이어 호텔의 본관 아트리움. 3 전 세계에 단 두 곳뿐인 7성급 호텔중 하나인 엠파이어 호텔의 내부.

<tip>
가는 길
인천국제공항에서 브루나이까지 직항편이 없어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혹은 쿠알라룸푸르, 방콕, 싱가포르 등을 경유해야 한다.

소요 시간 7~9시간.
공항에서 반다르 스리 브가완 도심까지 공항에서 도심까지는 자동차로 30분 정도 소요된다.

단, 대중교통이 매우 불편하기 때문에 택시를 이용하거나 렌터카를 이용해 움직이는 것이 편리하다. 
숙박 소국이지만 부국답게 7성급 호텔 엠파이어를 필두로 국제적인 체인 호텔과 한적한 리조트, 중급 숙박 시설까지 다양하다.

숙박 요금은 초호화 리조트를 제외하면 인근 말레이시아와 별반 차이가 없다.
The Empire Hotel & Country Club 브루나이는 물론이고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숙박 시설로 호텔에 골프장, 스파를 비롯한

각종 편의 시설이 갖춰진 고급 리조트 호텔. 요금은 시즌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매우 고가로 프로모션 기간에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2인 1실 2백50~4백달러(USD) 수준. www.theempirehotel.com
Hotel Sheraton Utama Brunei 국제적인 체인 호텔로 명성이 높은 쉐라톤 호텔로, 공항과 도심 중간에 위치해 있다.

각종 편의 시설과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숙박 시설이다. 계절에 따라 요금 차이가 있다. 

2인 1실 기준으로 1백35~1백60달러(USD) 수준. www.starwoodhotels.com

먹을거리 브루나이에는 주식인 쌀을 이용한 요리가 많다. 조리법과 음식 종류는 말레이시아, 동남아시아와 비슷하다.

대표적인 요리로는 바나나 잎에 밥과 닭고기를 말아 만든 ‘풀룻 팡강’을 비롯해 쇠고기 요리인 ‘비프 렌당’, 생선을 구운 다음 매콤한 망고 소스를 곁들인 ‘얌부앗’이 유명하다.

음식 가격은 레스토랑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보통 10~30브루나이달러 수준이다.  
쇼핑 브루나이는 인구도 적고 생산되는 토산품도 특별한 것이 없다.

일반적으로 구입하는 토산품은 나무를 이용한 조각품 정도인데,가격은 동남아시아에 비교해 무척 비싸다. 
즐길거리 고급 리조트에서 편안한 휴식을 제외하고 방문객들이 제일 선호하는 것은 에코 투어이다.

4륜 지프를 타고 열대우림을 탐방하는 투어와 트래킹 코스, 배를 이용해 해안을 둘러보는 상품 등이 있다.

대표적인 열대우림 트래킹 코스로는 각종 동식물이 잘 보존되어 있는 타섹 메린번 호수 지역이 있다.

보트를 타고 긴코원숭이들이 서식하는 팔라우 랑꾸 섬을 둘러보는 코스도 인기다.

정글 투어의 경우 시간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지만 한나절 코스의 경우 70~1백브루나이달러 수준이고,

보트 투어는 3~4시간에 40~50브루나이달러 수준이다.
주요 명소 깜퐁 아예르 지상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수상 가옥촌. 전체 인구의 10분의 1 이상이 거주하는 수상 마을로

초등학교, 중학교를 비롯해 경찰서와 소방서 등이 갖춰져 있다.

주민 다수는 어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마을과 마을 사이에는 다리가 연결되어 있다.
로열 리갈리아 센터 브루나이 왕족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곳으로 브루나이 왕가에서 사용하던 진귀한 물품과 주요 문서 등이 전시되어 있다.
자메 아스르 하사날 볼키아 모스크 브루나이를 상징하는 모스크 가운데 하나로, 돔을 비롯해 화려한 장식이 돋보이는 모스크이다.

모스크 장식에 사용된 황금이 자그마치 25톤에 달한다.
기타 정보 여행 시기 우기와 건기로 구분되는 브루나이를 여행하기에는 11~5월이 적합하다.

1브루나이달러 약 8백20원. 브루나이 여행 정보 정부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한국사무소 (02) 326-0677,  www.brune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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