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핀 거상의 도시 페트라
영국 BBC TV에서 선정한 ‘살아 생전에 둘러보아야 할 명소 베스트’ 16위에 선정된 곳이자 지구촌 네티즌들이 선정한 신(新) 세계 7대 불가사의에 등극한 페트라.
지중해와 인도, 남부 아라비아 사이를 오가며 무역업에 종사했던 거상들의 거점지로 잘 알려진 페트라는 중동 지역에서 가장 신비로운 장밋빛 도시다
- ▲ 가파른 바위산을 깎아 만든 비잔틴 교회를 찾은 방문객.
약 2천 년 동안 역사의 중심에서 잊혔던 페트라(Petra)는 19세기 초 베일을 벗고 지구촌 가족들에게 그 영롱한 모습을 드러냈다.
근래에 들어 영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중 <마지막 성배>와 <트랜스포머>의 배경지로 세인들의 주목을 받은 페트라는
최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카를라 브루니가 여행을 다녀오면서 다시 한번 지구촌 가족들의 시선을 끌었다.
예로부터 대상들의 거점 도시로 잘 알려진 에돔의 땅 페트라는 모세의 기적만큼 신비롭다.
- ▲ 시간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페트라 유적지.
전체 유적지의 20%가 발굴된 유적지만도 7백여 곳이 넘는다.
이쯤 되면 자타가 인정하는 고대 상업 도시 가운데 으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흔히 이 지역을 아론의 땅 혹은 모세의 계곡이라 부른다.
해발 950m에 이르는 사막 지대에 형성되어 있는데 그 중심이 거대한 바위 사이에 조성된 와디[乾川] 계곡이다.
수직에 가까운 바위를 깎아 만든 건축물을 비롯해 수로와 동굴 주택, 로마 극장, 비잔틴 교회 유적지에 이르기까지 볼거리가 즐비한 명소다.
이 신비로운 고대 상업 도시는 1812년 스위스 탐험가이자 학자인 ‘요한 루트비히 부르크하르트’가 우연히 발견했다.
거상들이 사랑했던 페트라는 수수께끼의 민족으로 알려진 ‘나바테아족’이 건설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그리스 상인이 저술한 <엘리트레아해 항해 안내서>에 따르면 나바테아족 상인들은 인도에서 생필품과 기호 식품을
수입해 그리스, 로마를 비롯해 페르시아,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판매했다는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당시 페트라 상인들이 취급한 품목은 향신료, 후추, 생강, 비단 등으로 모두 낙타를 이용해 상거래를 했는데, 당시 동서양의 교역량 가운데
최대 규모였다.
- ▲ 사막의 거대한 바위산 지역에 세워진 페트라 유적지. 과거 거상들이 거주하던 상업 도시였다.
높이가 수십 미터에 이르는 바위 사이에 형성된 통행로로 이동하다 보면 크고 작은 동굴과 암벽을 깎아 만든 독특한 조각들이 눈에 들어온다.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깊은 계곡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페트라의 상징인 ‘카즈네피라움’에 이른다.
핑크빛 바위를 깎아 만든 카즈네피라움은 ‘파라오의 보물 창고’라는 의미에 걸맞게 웅장하고 화려하다.
카즈네피라움이라는 거대한 이 인공 건축물은 일종의 무덤이자 장례식장으로 사용하던 공간이다.
그러나 내외부가 온통 섬세하고 아름다운 조각으로 장식된 이 건물을 처음 본 사람은 장례식장이나 무덤보다 궁전으로 착각한다.
하나같이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카즈네피라움은 크기만 따지자면 피라미드나 중국의 왕릉과 비교할 수 없다.
그러나 유적지에 새겨진 조각과 조형물은 어떤 무덤 유적지보다 빼어나다.
이 건축물을 접한 방문객이라면 그 아름다움에 누구나 탄성을 연발할 것이다.
높이 40m, 폭 28m에 달하는 카즈네피라움은 언제 봐도 멋지고 아름답지만 아침 햇살 아래 모습을 드러낸 풍광이 더욱 환상적이다.
- ▲ 페트라 유적지 서쪽에 조성된 헬레니즘 양식의 장례 사원.
거대한 바위를 깎아 만든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난 카즈네피라움 유적지는 2단으로 되어 있지만 내부는 하나로 구성되어 있다.
입구에 해당하는 정면 아래쪽은 6개의 주량이 떠받치고 있으며, 위쪽은 각기 2개씩으로 구성된 3곳의 주량으로 이뤄져 있다.
그리고 지붕에 해당하는 꼭대기에는 항아리와 흡사한 원추형 지붕과 둥근 장식으로 꾸민 것이 영락없는 궁전이다.
감탄사를 제외하면 어떤 설명도 부족한 카즈네피라움 유적지는 아레타스 3세가 통치하던 기원전 84~56년에 건설되었다.
카즈네피라움의 자랑거리이자 특징이라면 시대를 초월한 건축 양식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다.
입구에 장식된 기둥과 조각은 그리스와 로마 양식에 가깝고 내부는 고대 이집트와 페르시아 양식과 흡사하다.
한 유적지에 이토록 다양한 건축 양식을 접목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역 도시로서의 기능과 무관하지 않다.
페트라 유적지에 조성된 건축 양식을 나바테아 양식이라고 부른다.
페트라에서만 접할 수 있는 나바테아 양식은 카즈네피라움을 중심으로 주변에 흩어져 있는데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 ▲ 옛날 모세가 지팡이를 세우자 곧 물이 솟아올랐다는 페트라 모세의 샘.
- ▲ 모세의 우물 입구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주민.
- ▲ 페트라 최고 비경인 카즈네피라움 유적지와 수많은 방문객.
성배를 찾아온 노학자와 주인공이 웅장한 자연을 배경으로 펼치는 스릴 넘치는 모험을 통해 페트라가 얼마나 매혹적인 곳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또 인근 언덕은 영화 <트랜스포머>의 배경지가 되었던 곳이다.
이집트 기자 피라미드와 페트라의 협곡, 들판, 사막 등에서펼쳐지는 역동적인 장면의 무대가 바로 페트라이다.
카즈네피라움 유적지에서 500m 떨어진 지점에는 고대 로마인들이 건설한 커다란 반원형 극장이 있다.
사암을 깎아 만든 극장 유적지는 7천~8천5백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극장 유적지로, 요르단 지역에 건설된 로마 극장 중 최대 규모다.
더욱 이 거대한 극장도 벽돌이나 돌을 쌓아올려 만든 것이 아니라 바위를 깎아 만들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일부 학자 중에는 극장의 기능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 이유는 극장 주변이 온통 무덤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반원형 극장 건너편 쿠브산 기슭에는 카즈네피라움보다 훨씬 큰 무덤 유적지가 있다.
3개의 무덤 군으로 이루어진 유적지 중앙에 있는 궁전 무덤을 중심으로 좌우측에 많은 무덤이 조성되어 있다.
정면과 실내에 장식된 조각과 전체적인 짜임새에서는 카즈네피라움에 못 미치나 규모는 훨씬 큰 것으로 보아 왕이나 왕족들의 무덤으로 추정하고 있다.
쿠브산 기슭을 따라 자리한 많은 무덤을 지나 서쪽에 이르면 지금까지 본 것과 좀 다른 유적지를 만날 수 있다.
고대 로마의 도시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길게 늘어선 열주량 유적지와 완성도가 뛰어난 건물은 한눈에도 인간의 손으로 축성한 건축물임을 확인할 수 있다.
1세기 말에서 2세기 초에 걸쳐 만든 유적지는 전형적인 로마 건축물로, 로마가 이곳을 지배했던 시기를 단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쿠브산 기슭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어진 열주량 유적은 현재 10개만 남아 있지만 기둥의 흔적이 족히 수십 개나 되는 웅장한 유적지임을 각인시켜준다.
한편 열주량 위쪽에는 그랜드 바실리카 유적지가 남아 있다.
거대한 기둥과 각 용도별로 잘 정리된 공간은 고대 로마 제국이 각지에 건설해놓은 유적지와 흡사해 한눈에 보아도 로마 유적임을 알 수 있다.
페트라 서쪽에는 페트라 왕국의 주신을 모셨던 카스르빈트피라움 신전이 있다.
아랍계 유목민이 주류를 이루는 나바테아족은 처음에는 커다란 돌덩어리에 불과한 ‘두샤라’를 숭배했다.
이후 그리스, 로마의 문화가 들어오면서 조각상으로 대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 아직까지 의문으로 가득한 유적지로 남아 있다.
다만 카스르빈트피라움 신전 유적지에 두샤라로 추정되는 동상의 일부가 남아 있는 데 대해 많은 학자들이 각기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나바테아인들이 건설한 페트라 유적지는 내세를 믿었던 이집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주요 유적지가 묘지와 사원으로 사용된 점도 그렇고 기둥과 전체적인 분위기도 이집트 유적지와 흡사하다.
다만 로마가 이곳을 점령한 이후에 건설된 유적지는 시대별 차이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 ▲ 페트라 유적지를 찾은 관광객을 상대로 토산품을 판매하는 가게.
- ▲ 과거 거상들이 물품을 보관하는 데 사용했던, 바위를 깎아 만든 넓은 실내 공간.
주민들 가운데 일부는 들판에서 양 떼를 방목해 생계를 유지하지만 다수는 관광객을 상대로 토산품을 판매하거나 안내자로 활동한다.
이곳 가게에서 취급하는 물품은 여느 관광지와 흡사한 토산품과 간단한 기념품이다.
그러나 다른 곳과 다른 점은 고대 상인들이 사용했던 동전과 자그마한 골동품을 취급하는 곳이 제법 많다.
마을과 유적지에서 판매하는 동전이나 기념품은 대부분 그리스, 로마와 비잔틴 시대에 사용하던 것들이다.
그리고 주민 가운데 다수는 아직까지 낙타와 당나귀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한다.
이곳 주민들에게 낙타와 당나귀는 단순한 교통수단만이 아니다.
페트라와 인근 주민들은 낙타와 당나귀를 이용해 생계를 유지한다.
물론 낙타와 당나귀를 이용해 농사를 경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관광객을 상대로 관광 투어를 실시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 ▲ 당나귀를 타고 원형극장 유적지를 지나는 현지인. 많은 주민이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다.
아마도 이런 비밀들은 유적지 발굴이 끝난 뒤에나 풀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어쩌면 발굴 작업이 모두 끝난 뒤에도 그 비밀들을 풀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의문의 궁금증이 지구촌 가족들을 페트라 유적지로 불러 모으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TIP
가는 길 인천에서 페트라까지 직항편이 없어 카이로와 두바이 등을 경유해 암만으로 이동한다. 12~15시간 소요.
암만에서 페트라까지 암만에서 페트라까지는 자동차를 이용해 이동할 수 있다. 2시간 30분~3시간 소요.
숙박 국제적인 명소지만 페트라 지역에는 고급 호텔과 저렴한 숙박 시설을 모두 합해도 10여 곳에 불과하다.
따라서 일정이 잡히는 즉시 예약하는 것이 좋다.
Crowne Plaza Hotel 페트라 유적지 바로 입구에 자리한 국제적인 체인 숙박 시설로 야외 수영장을 비롯해 각종 편의 시설이 충실하며
접근성이 뛰어나다. 2인 1실 1백60~2백$(USD) 수준. www.crowneplaza.com
Movenpick Hotel 페트라 지역에 자리한 최고급 숙박 시설로 각종 편의 시설과 극진한 서비스는 기본이고 암만공항까지 픽업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서비스 요금은 별도) 2인 1실 2백~2백50$(USD) 수준. www.movenpick-hotel.com
Golden Tulip Kings Way Hotel 페트라 언덕에 자리한 일급 호텔로 유적지까지는 자동차로 10분 정도 소요된다. 2인 1실 80~1백20$(USD). www.goldentulip.com
먹을거리 국제적인 관광지 페트라에서는 양고기를 이용한 케밥부터 다양한 아랍 요리와 스테이크까지 즐길 수 있다.
현지 호텔과 레스토랑에서는 밀로 만든 납작한 호버즈라는 빵과 올리브 절임, 그리고 샤와르마(케밥)를 중심으로 팟투시(야채 샐러드) 등을
먹을 수 있다. 1인 기준으로 3~5$(USD) 수준.
쇼핑 페트라 지역은 특별한 토산품이나 쇼핑거리가 없다. 일반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토산품은 모래를 이용해 만든 장식품과 스카프 정도이다. 대신, 옛날 동전이나 기념 주화를 비롯한 골동품에 관심이 있는 방문객이라면 선택의 폭이 아주 넓다.
꼭 알아두어야 할 것은 골동품은 대부분 가짜라는 점이다.
기타 정보 낙타와 당나귀 페트라 관광은 걷거나 낙타, 당나귀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낙타와 당나귀 투어에 참가할 경우 놓칠 수 있는 유적지를 안내해주어 무척 편리하다.
낙타와 당나귀 투어는 가격 흥정이 필수이며 효과적인 가격 흥정을 위해서는 인내가 요구된다.
여행 시기 페트라 여행은 기온이 따뜻한 11월부터 3월 사이가 좋다. 5월부터 9월까지는 무더워가 이어져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페트라 유적지는 단체 관람객이 입장하기 전인 오전 8시쯤부터 둘러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페트라 여행 정보 정부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www.tourism.com.jo
필자 이형준은 1년 중 절반을 외국에서 보내다시피 하는 사진작가이자 여행작가로 지난 20여 년 동안 1백20여 개국 2천5백여 개 도시와
지역을 여행했다.
<동화를 찾아가는 아름다운 여행>, <엽서의 그림 속을 여행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유럽 1, 2> 등 수많은 여행서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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