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불가사의한 관능과 매혹의 유적지 인도 중북부
흔히 마라톤을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어쩌면 여행도 비슷하다. 최소한 인도 여행은 그렇다.
인내와 끈기가 있어야 결승점에 이르는 마라톤처럼 인도 여행에도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다.
마라톤 완주 같은 성취감과 감동을 맛볼 수 있는 인도 여행. 인도 중북부 아그라, 카주라호, 오르차, 산치에 가보자.
미투나는 사랑하는 남녀의 성적 결합을 표현한 인도의 예술 작품. 카주라호에는 다양한 미투나가 섬세하게 조각된 사원이 많다.
특히 카마수트라 영화의 배경지로 대중에게 각인돼 있어 ‘에로티시즘’을 먼저 떠올리는 곳이다.
하지만 사실 카주라호는 순수하고 한적한 소도시다.
저녁 노을 무렵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아마존이나 아프리카 정글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드는 원시적 아름다움도 배어 있다.
- ▲ 인도 최고의 명소 가운데 한 곳인 카주라호 유적지
숭고한 에로티시즘의 중심지 카주라호
카주라호는 찬델라 왕조의 수도였다. 현존하는 사원은 총 25개뿐이지만 찬델라 왕조가 번영하던 8~10세기에는 사원이 85개에 달했다고 한다. 반경 4km에 불과한 이 작은 도시에 사원이 85개나 있었다니 얼마나 화려했을지 능히 짐작이 간다.
카라주호 서쪽의 사원 유적지는 하나같이 힌두 신 ‘시바와 비슈누’에게 바쳤다.
25개에 달하는 사원 중 호기심을 자극하는 곳은 칸다리야 마하데브, 비스와나타, 라락슈마나를 꼽을 수 있다.
카주라호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칸다리야 마하데브 사원은 성스러운 히말라야 산을 형상화해 시바 신에게 바친 사원이다.
높이가 31m에 달하는 웅장한 모습이다. 이 사원은 인간의 본능을 재현해 놓은 관능적이고 에로틱한 조각상 때문에 유명하다.
칸다리야 마하데브 사원의 벽면에는 인간이 취할 수 있는 모든 체위로 성행위를 하는 남녀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심지어 인간과 동물이 함께 성행위를 하는 조각도 즐비하다.
이 같은 사원은 950~1050년경에 집중적으로 세웠다고 한다. 이 조각상들은 탄트리즘(tantrism)이라는 종파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종파는 원초적 본능이 충족돼야 악마를 이 세계에서 몰아내고 궁극적인 해탈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이런 사상 때문에 신성한 사원에 수많은 미투나 조각상을 세운 것이다. 수천 기의 우아한 곡선미를 자랑하는 카주라호 사원 조각들은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무명 장인이 완성했다.
이들 무명 작가들의 마음속에는 성행위가 쾌락의 도구 이전에 종족을 번성시키는 숭고한 행위 그 자체였다.
이런 내용을 알고 조각을 살펴보면 그들의 신앙과 정신세계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 ▲ 아무나 강변에 들어선 지상 최고의 건축물 타지마할. 산치 스투파의 조각품 가운데 예술성이 가장 뛰어난 북쪽 토라나로 코끼리, 사자, 사람 등이 장식되어 있다.
힌두 사원들의 건축 박물관 오르차
카주라호에서 택시를 이용해 3시간 남짓 달려 마주한 오르차는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묘한 매력이 풍긴다.
거주민 숫자는 불과 2천여 명. 인구로만 따지면 15층짜리 아파트 4개 동에 불과한 초미니도시지만, 면적이나 유적지 규모로는 거대 도시다.
특히 제항기르마할은 대표적 유적지다.
훗날 무굴 제국의 황제가 된 ‘살림’ 황태자를 위해 마하라자 비르 싱 데오가 건설한 이곳은 5층에 총 1백32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항기르마할에 도착해서 맨 처음 가봐야 할 곳은 전망 발코니다.
사방으로 연결된 발코니에 서면 들판이 펼쳐지고, 그 위에 라즈마할, 시시마할, 팔키마할을 중심으로 힌두 사원이 여기저기 우뚝 솟아 있어 마치 건축 박물관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오르차는 타지마할이나 카주라호에 비해 지명도가 떨어지지만, 이렇게 개성이 돋보이는 건축물이 즐비한 덕에 서양인, 특히 젊은 배낭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특히 여유로운 휴식과 인도인의 삶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마을과 주변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제항기르마할 건너편에는 라즈마할이 있다.
라즈마할은 오르차 지역을 다스리던 권력자와 그 가족이 거주하던 곳이다.
제항기르마할보다 작지만 멋진 벽화로 장식된 공간들은 방문객의 발걸음을 잡기에 충분하다.
매혹적인 유적지로 가득한 오르차를 걷다 보면 이색 광경에 깜짝 놀란다.
‘원빈 식당, 떡볶이, 라면, 김밥’ 같은 한글 식당 간판이 수시로 시야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산업 연수생이나 근로자로 한국을 방문한 인도인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한국 음식점을 하나둘씩 열면서 이런 재미있는 풍경이 나타났다.
우주 삼라만상과 불교 경전이 압축된 산치 스투파
지금은 힌두교에 밀려 그 영역이 줄었지만, 불교는 오랜 세월 인도인의 정신세계를 지배해온 종교다.
그래서 불교 유적지를 흔히 만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석가모니 부처가 해탈과 설법을 한 장소와 아그라 인근 산치 스투파는 빼놓을 수 없다.
스투파란 인도의 탑 무덤을 말한다.
하지만 기원전 3세기경부터 기원후 11세기 사이에 조성된 산치 스투파는 단지 유골을 보관하던 탑을 뛰어넘어 인도의 불교 발전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장소다.
산치 유적지는 산 정상에 조성한 제1스투파와 서쪽 언덕 아래 건설한 제2스투파로 구성되어 있다.
산치 유적지를 상징하는 제1스투파는 동서 201m 남북 384m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출입문 형태로 스투파의 동서남북에 세운 인도 고유의 건축 양식 토라나(Torana)가 볼거리다.
석가모니의 탄생 설화부터 포교 장면, 중생들의 생생한 삶은 물론이고 세상에 살고 있는 동물, 그리고 생활용품까지 수백 점이 새겨져 있어 우주와 석가모니 부처의 사상을 담아놓은 경전이라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2개의 기둥 위에 삼단 대들보 형태를 갖추고 있는데, 조각 중에는 사람과 동물이 유별나게 많다.
호화롭게 장식된 코끼리 등에 앉아 여러 명의 시종을 동반하고 거리를 둘러보는 왕, 농기구를 잡고 휴식을 취하는 농부, 고기 잡는 어부, 그리고 생선과 야채를 거래하는 상인, 투명한 옷을 입고 나무에 매달려 멋진 S라인 몸매를 자랑하는 여성….
방대한 분량의 인간사 모습이 조각된 토라나는 그 자체가 한 권의 경전이자 역사책이다.
조각은 어찌나 섬세하고 정교한지 ‘환상적’이라는 말로도 부족하다.
- ▲ 화려함의 극치인 타지마할 옆에는 전형적인 인도 서민의 삶이 대조를 이루며 둥지를 틀고 있다. 오르차 제항기르마할 전망 테라스에서 바라본 드높은 평원과 강, 숲으로 이루어진 풍경
세계 최고의 사랑의 결정체, 타지마할
아그라를 가로질러 흐르는 아무나 강변에는 세계 최고의 ‘사랑의 결정체’로 인정받는 타지마할이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다.
이 건축물은 꼬박 22년에 걸친 공사 끝에 완공했다.
오늘날 타지마할이라고 불리는 건축물의 원래 이름은 ‘궁정의 선택을 받은 자’라는 뜻의 뭄타즈마할이었다.
건물 지하에 잠들어 있는 왕비의 이름이기도 한 뭄타즈마할이 언제부터 타지마할로 불리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타지마할의 건축에는 수많은 인도 건축가와 장인은 물론이고 이슬람 건축의 대가인 이스탄불 출신의 이스마일 에펜디,
이탈리아 피에트로 베로네오를 비롯한 페르시아 출신 장인들까지 당대 최고의 건축가와 장인이 참여했다.
타지마할은 델리 후마윤 묘지를 모델로 삼았으며 전체적인 분위기에는 페르시아 양식을 가미했다.
건축에 참여한 장인만큼이나 건물을 치장하는 데 사용한 보석도 엄청나다. 자이푸르 상인이 공급한 다이아몬드와 바그다드 상인이 공급한 홍옥수, 아프가니스탄 청금석, 중국 수정, 티베트 터키석, 예멘 마노, 아라비아 산호 등이 총동원됐다.
왕비의 묘지를 만들기 위해 사들인 보석과 자재는 지금까지 건설된 그 어떤 건축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규모다.
타지마할은 1654년에 그 환상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동서남북 어느 방향에서 봐도 정확한 대칭을 이루며 특히 중앙 돔을 중심으로 좌우가 정확하게 대칭을 이루는 불가사의한 건축물이다.
장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건물 안에는 가지각색의 돌을 이용해 아름답게 꾸민 묘가 있다.
건물이 완성될 당시에는 뭄타즈마할의 묘만있었지만 현재는 샤자한 왕과 뭄타즈마할이 함께 잠들어 있다.
하지만 화려한 꽃 조각이 장식된 이곳의 관은 관광객을 위한 모형이다. 실제 시신은 타지마할 지하에 잠들어 있다.
왕과 왕비가 잠들어 있는 묘지 주변에는 나지막한 칸막이가 둘러져 있어 묘지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지만, 대리석을 깎아 만든 섬세한 조각과 문양은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지상 최고의 건축물로 불리는 타지마할이 최근 들어 위기를 맞고 있다.
주범은 공해. 엄청난 매연을 배출하는 자동차와 2백여에 달하는 주물 공장에서 뿜어내는 공해와 이산화탄소는 지구촌 가족에게 감동을 전해 줄 타지마할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필자 이형준은 1년 중 절반을 외국에서 보내다시피 하는 사진작가이자 여행작가로 지난 20여 년 동안 1백20여 개국 2천5백여 개 도시와 지역을 여행했다.
<동화를 찾아가는 아름다운 여행>, <엽서의 그림 속을 여행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유럽 1, 2> 등 수많은 여행서를 펴냈다.
여행 메모
가는 길
인천에서 델리까지는 아시아나항공이 유일하게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
에어인디아의 경우 홍콩을 경유해 델리까지 간다. 직항편의 경우 7시간 30분, 경유편은 9시간 소요된다.
숙박
카주라호 Hotel Clarks Khajuraho 카주라호 최고급 호텔로. 사계절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는 정원과 넓은 산책로, 수영장을 갖추었다.
2인 1실, 80~1백 달러. www.hotelclarks.com
Holiday Inn 도시 남쪽에 자리한 체인 호텔로 주요 유적지와 가깝고 정원이 아름다운 숙소다.
2인 1실, 70~1백 달러. www.hotel-in-khajuraho.com
오르차 Amar Mahal Hotel 오르차 주요 명소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한 숙박 시설로 아담한 정원과 수영장, 인도풍 객실로 꾸몄다.
2인 1실, 80~1백 달러. www.amarmahal.com/amarmahal.htm
The Orchha Resort 강변에 자리한 리조트 개념의 숙박 시설로 다양한 여가와 휴식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2인 1실, 90~1백10달러. www.orchharesort.com
아그라 Amarvilas Hotel 아그라 최고급 숙박 시설로 발코니에서 타지마할을 조망할 수 있으며 전체가 대리석이다.
수영장부터 스파까지 모든 것을 갖추었으며 친절한 서비스로 유명하다. 2인 1실, 5백~7백 달러. www.amarvilas.com
JayPee Hotels 아그라 남쪽 칸트 역 인근에 자리한 현대적 호텔로 각종 편의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2인 1실, 1백30~1백50달러. www.jaypeehotels.com
Mugal Sheraton 타지마할 가까운 곳에 자리한 각종 편의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급 체인 호텔이다. 2인 1실 1백50~2백 달러. www.itcwelcomgroup.in
산치 작은 시골 마을로 아담한 로지(lodge)와 작은 게스트하우스가 주류를 이룬다.
Travellers Lodge 산치에서 가장 좋은 숙박 시설로 8개의 방이 있다. 2인 1실, 30~40달러.
07482-262-723 Tourist Cafeteria 산치 박물관 옆에 자리한 저렴한 숙소다. 2인 1실, 20~25달러. 07482-266-743
먹을거리
인도는 동서양이 만나는 곳답게 전통 요리부터 동양과 서양의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청결한 음식을 원하는 경우 호텔 레스토랑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작은 도시에서는 가능하면 호텔 레스토랑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쇼핑 인도에서 쇼핑은 취향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여행지에서 구입하는 토산품의 경우 목각 제품이나 손으로 만든 독특한 액세서리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비자
인도 여행에는 반드시 비자가 필요하다. 비자는 기간과 용도에 따라 다르며 6개월 복수 관광 비자의 경우 6만5천원이 든다.
여행사를 통해 비자를 받을 수 있다.
국내 이동
인도는 매우 넓은 나라다. 따라서 짧은 시간에 여러 지역을 둘러보려면 국내선 항공기와 기차, 버스, 택시를 적절하게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육로의 경우 버스보다는 기차가 빠르고 편리하다.
기타 정보
인도 전문 여행사 여행상자 02-2202-2522, www.tourbox.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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