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 가득한 소매물도
섬 입구에 안내도가 자리 잡아 등대섬에 가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언덕 위로 올라가는 데 그 곳에도 개발의 바람이 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 쪽에는 벌써 펜션이 자리 잡고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고,
반대편에는 공사중인 건물이 있었다.
건물을 짓는 것은 사람들의 몫이지만 자연을 훼손하는 것이
그리 아름답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본주의사회에서 그들의 영리를 위하여 하는 경제활동을 법에 저촉되지 않으면
누가 막을 수는 없기에 자연이 파괴되는 것을 보며
안타까워도 할 수 없이 바라만 보아야 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언덕위로 올라가면서 길옆에 서 있는 빈집을 보면서 마음이 안타까웠다.
다 쓸어져가는 집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민박을 하는 집의 모습이 보였으나 겨울이라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았다.
언덕위로 오르니 폐교가 보인다. 매물도 초등학교 소매물도 분교터의 모습이다.
1996년 폐교되어 지금은 스쿨하우스라는 이름을 가지고
민간인이 그 곳에서 민박을 하고 있었다.
그 곳에 들어가면 위법조치하겠다는 경고문은 아침을 무겁게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그 곳에서 내려다본 소매물도 앞 바다는 시원함과 동시에 즐거움을 주었다.
선착장에서 산으로 올라가 길을 가다보면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망태봉을 오른 후에 등대섬으로 가는 길과 그대로 산 허리 길로 가는 방법이 있는데
갈 때는 망태봉을 통해서 올때는 다른 길로 오는 방법이 좋다.
이정표대로 위로 잠시 올라가니 망태봉 정상이다.
먼저 폐건물이 하나 보이는데 밀수 단속을 위해서 지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지금은 빈 건물로 남아있어 을씨년스러웠다.
잠시 위로 오르니 망태봉정상이다.
해발 152미터인데 그 곳을 다녀간 산악회의 리본을 보면서 웃음이 나왔다.
소매물도의 절경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천연 전망대인 망태봉 정상이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이제 등대섬으로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에서 만난 등대섬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사진작가들이 담기를 바라는 바로 그 곳.
나도 한참 동안 등대섬을 담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등대섬에 오면 이 모습을 보기를 좋아할 것 같았다.
내려가는 길은 가파르다.
물론 계단이 있으니 그리 어렵지는 않다.
한참 내려가니 병풍바위가 나를 반겨준다.
병풍을 둘러쳐 놓은 듯한 모양에서 그 이름이 나왔다고 생각이 들었다.
환상적인 풍경이었다.
이쯤해서 넋을 잃고 바라보아도 된다. 한참동안 머물다가 위에서 내려 보니 물길이 열릴 것 같다.
10시부터 물길이 열린다고 했으니 건너기 위해서
아래로 나무 계단을 통해서 내려갔는데 135계단이나 된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에겐 아득하리라 생각이 들었다.
계단을 내려오니 먼저 온 사람들이 모세의 기적을 기다리고 있다.
하루에 두 번 물길이 열렸다가 닫혔다가 한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아직 열리지 않는 물길을 바라보면서
멀리 조업을 하고있는 배의 모습을 보았다
힘찬 아침이 열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겨울을 가득 담은 소매물도 등대섬
한참 기다려도 물길이 열리지 않는다. 아니 열리고 있는데 파도가 심해서 건너기에 부담스럽다. 여름이라면 신발을 벗고 가면 시원하고 더 좋을텐데 겨울이라 그렇게 하지도 못하고 기다림에 지쳐서 드디어 내가 제일 먼저 리듬을 타고 건넜다. 등산화에 조금 바닷물이 들어왔지만 상쾌할 정도였다. 건너는 방법은 파도가 밀려와 정점에 들어서면 큰 돌 위에 선 후 몇 발 앞으로 가다가 다시 파도가 밀려오면 높은 돌 위에서 머물다 다시 정점이 되면 앞으로 전진하면 된다.
마치 리듬을 타고 모세의 기적의 현장에 서 있는 것 같았다. 건너는 데는 2분도 채 걸리지 않았는데 그 앞에서 40여분을 기다렸다. 사실 물 때가 틀리지는 않는데 그 날의 바람에 의해서 조금씩 변화가 있으니 미리 알아두면 좋다. 그 날도 10시에 물길이 열린다고 했는데 막상 건너간 시간은 10시 30분이고 다른 사람들은 40분이 넘어서야 건널 수 있었다.
물길을 건너니 언덕 위로 올라가는 길이 눈에 들어온다. 모두 나무계단으로 되어있으니 안전하지만 자연스럽지 않은 면이 있다. 잠시 눈길을 소매물도 쪽으로 던지니 그 곳에 공룡이 한 마리 꿈틀거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공룡이었다. 물론 바위가 되어서 남해 소매물도를 지키고 있었지만 그 웅장함이 놀라왔다. 바로 이런 모습들이 소매물도를 더 소매물도 답게 만드는 것이 아닌 가 생각해보았다. 계단은 등대로 향하고 있었다. 바람이 강해졌다.
모자를 다시 눌러쓰고 위로 올라가니 우측에 등대원들의 숙소가 보인다. 바로 옆에 태양열을 이용해서 발전을 하기위한 태양열 집진기가 있다. 바람은 높이 올라갈 수록 더 강해지고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든다. 하지만 등대로 향하는 길을 따라서 올라가니 마음이 함께 시원해진다. 드디어 등대 옆에 섰다. 내가 오랫동안 오고 싶었던 소매물도 등대섬이었다. 오랜 그리움과 기다림으로 만났으니 더 반갑고 기분이 좋다. 잠시 머물면서 주위의 풍광을 사진에 담고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다.
12시 20분 배를 타야하니 여유를 가지고 싶어 조금 일찍 출발했다. 내려오다가 낚시를 하는 부부를 만났다. 바람이 불어서 별로 신통하지 않은지 멋쩍은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다시 바닷길을 걸어서 소매물도로 돌아갔고 계단을 오르니 다시 바람이 강하게 분다.
돌아가는 길은 다른 길을 택했다. 조금 편한 길이었는데 바다를 바라보면서 동백꽃도 볼 수 있었는데 동백꽃이 활짝 피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보기에 좋았다. 다시 삼십 분 정도 걸으니 폐교 옆에 닿았고 내려다보이는 모습이 이른 아침고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배에서 내려 오를 때 '파전과 막걸리'라는 단어가 생각나 찾아가보니 문을 닫은 상태였다. 비수기라 장사를 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지난번 어느 곳에서 읽은 대로 민원이 들어가서 밥이나 음식물 영업을 할 수 없어서 그런지 알 수는 없어도 아쉬웠다. 대신 차 한잔을 마시기 위해서 한 비닐하루스로 들어갔다.
그 안에서 혼자 온 사람들이 국화차와 커피를 마시고 있었고 나도 유자차를 마셨다. 차가운 몸이 이내 따듯해지는 것을 느꼈다. 한참 머물고 있어도 배가 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주인은 20분 정도 더 있어야 된다고 한다. 나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선착장으로 내려왔다. 잠시 기다리니 멀리서 뱃고동소리가 들리고 우리를 싣기 위해서 배가 들어온다. 배가 아침보다는 컸다. 아래층에 들어가니 역시 바닥이 따듯했다.
하지만 나는 다시 갑판으로 올라갔다. 주위의 섬이나 바다를 담기위해서 였는데 한참 사진을 찍다가 선실로 내려갔다. 바닥이 참 따뜻해서 눕자마자 잠에 빠졌다. 한참 후에 잠에서 깨어나니 통영 여객선 터미널이 보인다. 소매물도에서 통영항까지 오는 데는 무려 2시간이나 걸렸다. 들려 온 곳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서 배에서 내렸다.
겨울여행으로 간 소매물도는 환상적이었다. 봄이나 가을이 더 좋겠지만 한적한 지금이 그 곳에 갈 좋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많지 않아 여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어서 좋다. 통영항에서 소매물도까지 가고, 소매물도에서 걸어서 등대섬까지 가서 겨울을 만끽하고 돌아왔다. 겨울에 소매물도에 갈 때는 보온병에 커피 가득 채워가지고 가는 것이 좋다. 그리고 과일이나 샌드위치 등 간단한 먹거리도 준비하는 것이 여행을 더 즐겁게 해준다.
그 곳은 음식점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간을 적절히 활용해야한다. 아침 7시 배를 타고가 8시 20분에 도착해서 12시 20분까지 섬에 머물게 된다. 등대섬까지 가는데 1시간 정도 걸리고 그 곳에서 30분 정도 머문 다음에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오면 된다. 겨울철에는 꽃이나 식물 등 사진에 담을 거리는 많지 않다. 바다나 섬 그리고 바위를 중심으로 담으면 된다.
그리고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 쓰레기를 버리지 말고 자신이 발생한 쓰레기는 다시 가지고 와야 한다. 산에 오르기 전에 마을에서 만난 마을 사람들의 당부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언제 다시 갈 볼 기회가 있을지 몰라도 가슴속에 소중하게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