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니 스님들 사는 청도 운문사 뒤뜰 천년을 살았을 법한 은행나무 있더라



그늘이 내려앉을 그늘자리에 노란 은행잎들이 쌓이고 있더라



은행잎들이 지극히 느리게 느리게 내려 제 몸그늘에 쌓이고 있더라



오직 한 움직임



나무는 잎들을 내려놓고 있더라



흘러내린다는 것은 저런 것이더라 흘러내려도 저리 고와서



나무가 황금사원 같더라 나무 아래가 황금연못 같더라



황금빛 잉어 비늘이 물 속으로 떨어져 바닥에 쌓이고 있더라



이 세상 떠날 때 저렇게 숨결이 빠져 나갔으면 싶더라



바람타지 않고 죽어도 뒤가 순결하게 제 몸 안에 다 부려놓고 가고 싶더라



내 죽을 때 눈 먼저 감고 몸이 무너지는 소릴 다 듣다 가고 싶더라





시/문태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