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이유 外 - 조병화 | 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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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共存)의 이유
깊이 사귀지마세 작별이 잦은 우리들의 생애
가벼운 정도로 사귀세
악수가 서로 짐이 되면 작별을 하세
어려운 말로 이야기하지 않기로 하세
너만이라든지 우리들만이라든지
이것은 비밀일세라든지 같은 말들을 하지 않기로 하세 내가 너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나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어디메쯤 간다는 것을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작별이 올 때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사귀세
작별을 하며, 작별을 하며 사세
작별이 오면 잊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악수를 하세
고독하다는 것은
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다 소망이 남아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다 삶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다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해보아도 어린 시절의 마당보다 좁은 이 세상 인간의 자리 부질 없는 자리
가리울 곳 없는 회오리 들판
아 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다 소망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다 삶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다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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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남
네게 필요한 존재였으면 했다 그 기쁨이었으면 했다
사람이기 때문에 지닌 슬픔이라든지, 고통이라든지, 번뇌라든지, 일상의 그 아픔을 맑게 닦아낼 수 있는 네 그 음악이었으면 했다
산지기가 산을 지키듯이 적적한 널 지키는 적적한 그 산지기였으면 했다
가지에서 가지로 새에서 새에로 꽃에서 꽃에로 샘에서 샘에로 덤불에서 덤불로 숲에서 숲에로 골짜기에서 골짜기에로 네 가슴의 오솔길에서 익숙턴 충실한 네 산지기였으면 했다
그리고 네 마음이 미치지 않은 곳에 둥우릴 만들어 내 눈물을 키웠으면 했다
그리고 네 깊은 숲에 보이지 않는 상록의 나무였으면 했다 네게 필요한, 그 마지막이었으면 했다.
늘, 혹은
늘, 혹은 때때로 생각 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생기로운 일인가
늘, 혹은 때때로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카랑카랑 세상을 떠나는 시간들 속에서
늘, 혹은 때때로 그리워 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인생다운 일인가
그로 인하여 적적히 비어 있는 이 인생을 가득히 채워 가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가까이, 멀리, 때로는 아주 멀리 보이지 않는 곳에서라도 끊임없이 생각나고, 보고싶고,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지금 내가 아직도 살아 있다는 명확한 확인인가
아, 그러한 네가 있다는 건 얼마나 따사로운 나의 저녁 노을인가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사세 떠나는 연습을 하며 사세
아름다운 얼굴, 아름다운 눈 아름다운 입술, 아름다운 목 아름다운 손목 서로 다 하지 못하고 시간이 되리니 인생이 그러하거니와 세상에 와서 알아야 할 일은 ' 떠나는 일' 일세
실은 스스로의 쓸쓸한 투쟁이었으며 스스로의 쓸쓸한 노래였으나
작별을 하는 절차를 배우며 사세 작별을 하는 방법을 배우며 사세 작별을 하는 말을 배우며 사세
아름다운 자연, 아름다운 인생 아름다운 정, 아름다운 말
두고 가는 것을 배우며 사세 떠나는 연습을 하며 사세
인생은 인간들의 옛집 아! 우리 서로 마지막 할 말을 배우며 사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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