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oncow6204
2008. 7. 12. 20:56
2008. 7. 12. 20:56
우리는 한때 두 개의 물방울로.만났었다.
- 류시화 - 우리는 한때 두 개의 물방울로 만났었다 물방울로 만나 물방울의 말을 주고받는 우리의 노래가 세상의 강을 더욱 깊어지게 하고 세상의 여행에 지치면 쉽게 한 몸으로 합쳐질 수 있었다 사막을 만나거든 함께 구름이 되어 사막을 건널 수 있었다
그리고 한때 우리는 강가에 어깨를 기대고 서 있던 느티나무였다 함께 저녁강에 발을 담근 채 강 아래쪽에서 깊어져 가는 물소리에 귀 기울이며 우리가 오랜 시간 하나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람이 불어도 함께 기울고 함께 일어섰다 번개도 우리를 갈라 놓지 못했다
우리는 그렇게 영원히 느티나무일 수 없었다 별들이 약속했듯이 우리는 몸을 바꿔 늑대로 태어나 늑대 부부가 되었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늑대의 춤을 추었고
달빛에 드리워진 우리 그리자는 하나였다 사냥꾼의 총에 당신이 죽으면 나는 생각만으로도 늑대의 몸을 버릴 수 있었다
별들이 약속했듯이 이제 우리가 다시 몸을 바꿔 사람으로 태어나 약속했던 대로 사랑을 하고 전생의 내가 당신이었으며 당신의 전생은 또 나였음을 별들이 우리에게 확인시켜 주었다 그러나 당신은 왜 나를 버렸는가 어떤 번개가 당신의 눈을 멀게 했는가
이제 우리는 다시 물방울로 만날 수 없다 물가의 느티나무일 수 없고 늑대의 춤을 출 수 없다 별들이 약속을 당신이 저버렸기에 그리하여 별들이 당신을 저버렸기에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류시화 -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민들레 - 류시화 -
민들레 풀씨처럼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게
그렇게 세상의 강을 건널 수는 없을까
민들레가 나에게 가르쳐 주었네
슬프면 때로 슬피 울라고
그러면 민들레 풀씨처럼 가벼워진다고
슬픔은 왜
저만치 멀어져서 바라보면
슬프지 않은 것일까
민들레 풀씨처럼
얼마만큼의 거리를 갖고
그렇게 세상 위를 떠다닐 수는 없을까
민들레가 나에게 가르쳐 주었네
슬프면 때로 슬피 울라고
그러면 민들레 꽃씨처럼 가벼워진다고
세월 - 류시화 -
강물이 우는 소리를 나는 들었네 저물녘 강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홀로 앉아 있을 때 강물이 소리내어 우는 소리를 나는 들었네
그대를 만나 내 몸을 바치면서 나는 강물보다 더 크게 울었네 강물은 저를 바다에 잃어 버리는 슬픔에 울고 나는 그대를 잃어 버리는 슬픔에 울었네
강물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먼저 가보았네 저물녘 강이 바다와 만나는 그 서러운 울음을 나는 보았네 배들도 눈물 어린 등불을 켜고 차마 갈대숲을 빠르게 떠나지 못했네
본명 : 안재찬 생일 : 1959년 1980년 경희대학교 국문과 졸업.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1980~1982 시운동 동인으로 활동 1983~1990 작품활동 중단, 구도의 길을 걷기 시작하다. 이 기간동안 명상서적 번역작업을 하다. * 성자가 된 청소부 * 성자가 되기를 거부한 수도승 * 장자, 도를 말하다 * 새들의 회의 *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등 40여권 번역.
| |
출처 : 코발트 빛 가을하늘
메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