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는 ‘1동 1황톳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동네마다 맨발로 걷기 좋은 황톳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작년에 3곳을 조성했고 올해 6곳을 추가로 만들었다.
올해 조성한 6곳에는 250도 고온에서 구운 ‘어싱(earthing) 황토’를 깔았다.
동작구 관계자는 “비가 오더라도 미끄럽지 않게 해달라는 민원이 들어와 전남 보성에서 구운 황토를 구해왔다”며 “일반 황토보다 30% 비싸지만 물이 잘 빠지고 까칠까칠해 덜 미끄럽다”고 했다.
서대문구는 사시사철 촉촉한 촉감을 느낄 수 있는 황톳길을 만들기 위해 ‘머드 축제’로 유명한 충남 보령에서 황토를 사다가 깔았다.
황톳길 옆에는 물안개를 뿌려주는 ‘쿨링 포그’를 설치했고, 비가 오는 날에도 걸을 수 있게 길 따라 지붕도 만들었다.
김종철 서대문구 푸른도시과장은 “부드럽고 쫀득쫀득한 느낌을 좋아하는 시민들이 자주 찾는다”고 했다.
<1년새 64만명이 찾은 서대문구 ‘안산황톳길’ - 지난 9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서대문구 안산황톳길을 맨발로 걷고 있다.
서대문구는 시민들이 촉촉한 촉감을 느낄 수 있게 ‘머드 축제’로 유명한 충남 보령에서 황토를 구해왔다. 비가 와도 걸을 수 있도록 지붕도 만들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 사이에서 ‘명품 황톳길 만들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 이후 맨발 걷기가 유행하면서 산책로나 산길에 황토를 뿌려 황톳길을 조성한 곳은 많았다.
요즘은 시민들 눈높이가 높아지고 지자체 간 경쟁이 붙으면서 황토에 섞는 흙의 ‘황금 비율’과 습도까지 따지는 시대가 됐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시민들이 ‘접지(接地·땅과 몸을 직접 접촉한다)’ ‘어싱(earthing·지구와 몸을 연결한다)’ 한다고 하는데 우리도 흙 공부를 해야 할 정도”라고 했다.
지자체들이 가장 신경 쓰는 건 황토의 비율이다.
서울 도봉구는 황톳길을 찾은 주민 1871명을 대상으로 선호도 조사도 했다.
“여러 흙을 섞는 게 가장 촉감이 좋다”는 응답이 절반 가까이 나왔다.
이에 도봉구는 지난달 개장한 초안산근린공원 황톳길에 황토(60%)와 마사토(20%), 어싱 황토(20%)를 섞었다.
광주광역시 서구는 100% 황토로 채운 황톳길뿐 아니라 물이 잘 빠지는 마사토 산책길도 따로 만들었다.
서구 관계자는 “알갱이가 굵은 마사토 산책로를 좋아하는 어르신도 많다”고 했다.
경북 안동시는 건강에 좋은 원적외선이 나온다는 적운모(레드 일라이트)를 활용해 낙동강 변에 ‘맨발로’를 조성했다.
편의 시설로 승부하는 지자체도 있다.
경기 하남시는 지난 4월 미사한강모랫길에 황톳길을 추가로 조성하면서 ‘얼음 냉장고’를 설치했다. 냉장고 안에는 얼린 생수를 비치했다.
하남시 관계자는 “더운 날 시원한 물을 마시며 걸을 수 있게 만든 것”이라며 “올해는 가을까지 더위가 이어져 냉장고를 채워 넣기 바빴다”고 했다.
지자체들이 황톳길 경쟁에 뛰어든 것은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유튜브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어디 황톳길이 좋다’는 얘기가 돌면 전국의 황톳길 마니아들이 줄줄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작년 8월 문을 연 서대문구 안산황톳길은 1년새 64만4000여 명이 찾았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그중 절반은 다른 지역에서 온 황톳길 선수들”이라며 “외국인 관광객도 많다”고 했다.
경북도는 안동의 도청 청사 앞에 800m 길이 황톳길을 깔았는데 지난해 10만명 이상이 방문했다고 한다.
경북도 관계자는 “도청 방문하는 민원인보다 황톳길 걷는 관광객이 더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강원 속초시는 어린이 관광객을 겨냥해 영랑호 황톳길에 ‘황토볼 체험장’을 만들었다.
황토볼은 황토를 구슬 모양으로 만든 것이다.
속초시 관계자는 “황토볼을 만지면서 촉감 놀이를 할 수 있다고 소문이 나면서 가족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고 했다.
황톳길이 인기를 끌면서 “관광객이 몰려 시끄럽다”는 민원도 많이 들어온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다른 동네는 황톳길을 깔았는데 우리 구청은 뭐 하느냐는 민원이 빗발쳐 황톳길을 깔았는데 이제는 ‘멀쩡한 숲길을 왜 갈아엎느냐’는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이에 서울시는 ‘맨발 산책로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 이달 중 배포할 계획이다.
심현보 서울시 공원관리팀장은 “’일반 산책로와 맨발 산책로의 경계를 명확하게 나눠 이용객들 사이의 마찰을 예방하라’ 같은 지침을 담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맨발 걷기가 건강에 좋기만 한 건 아니다.
전문가들은 “가시 등에 찔리면 파상풍에 걸릴 수도 있기 때문에 황톳길을 자주 걷는 사람은 예방접종을 받는 게 안전하다”고 했다.(24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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