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피부 관리 학원.
유럽인과 튀르키예인, 나이지리아인 등 6명이 마네킹 인형을 눕혀놓고 피부 미용 장비 사용법을 익히고 있었다. 이 학원엔 중국인뿐 아니라 미국, 유럽, 아프리카에서도 ‘K피부 관리법’을 배우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수강생들은 7~10주 코스로 미용 의료 기기 사용법부터 위생 관리법, 피부 관리법 등을 집중적으로 배운다.
이 업체 관계자는 “과거엔 외국인 수강생이 있더라도 대부분 중국인이었는데 최근엔 절반 이상이 미국이나 유럽 출신이고, 10% 정도는 아프리카 학생”이라며 “K뷰티의 인기가 높아지고, 세계적으로 한국인의 화장법과 피부 관리법을 선망하는 분위기가 있어 해외 의사나 피부 관리 숍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배우러 온다”고 했다.
<캄보디아에서 열린 ‘필러 세미나’ - 지난 5월 24일 캄보디아 한 콘퍼런스홀에서 미용·의료 제품 제조업체 코루파마가 개최한 ‘필러 교육 세미나’에서 한 의사가 필러 시술을 시연하고 있다.>
K팝·드라마 열풍에서 시작된 ‘K뷰티’ 열풍이 피부 관리·미용 등까지도 번져나가고 있다.
한국 화장품이 역대 최대 수출을 연일 기록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제는 필러·보톡스나 미용 의료 기기까지 불티나게 수출되고 있다.
한국 피부 관리 학원마다 “한국인처럼 물광 피부 되는 ‘K피부 관리법’을 배우겠다”는 외국인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 관광 중 ‘피부 관리’는 필수 코스가 됐고, 해외에선 ‘한국 필러 주사법’ 세미나가 열린다. 기업들은 앞다퉈 미용 의료 기기 시장에 뛰어드는 중이다.
해외에서 한국의 미용·의료 관련 제품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126국으로 필러 등 미용 의료 제품을 수출하는 ‘코루파마’는 매년 주요 수출국에서 ‘필러 주사법’ 세미나를 연다.
의사가 코루파마의 필러 제품을 어떻게 주사하는지, 위생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부작용을 어떻게 안내하면 되는지 등을 가르쳐준다.
지난 5월 ‘캄보디아 세미나’엔 150여명의 현지 의사가 참석했고, 다음 달 홍콩과 미얀마에서도 같은 세미나가 열릴 예정이다.
이 회사 로만 베르니두브 대표는 “한국 필러 제품은 세계적으로 큰 인기라서 세미나 규모도 점차 커지는 중”이라며 “많은 곳에서 쓰이는 만큼 혹시 모를 오남용을 막기 위해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 의료용 기기 수출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8월까지 의료용 기기 수출액은 10억 7000만달러(약 1조 4000억원) 규모다.
지난해 8월까지 10억1600만달러 규모였는데, 올해 소폭 상승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의료용 기기 수출액은 2015년 5억9200만달러 규모에서 2018년 8억4400만달러 수준으로 오른 뒤 2021년 처음으로 10억달러를 돌파했고 꾸준히 상승세다.
제약사 등 기업들도 앞다퉈 미용 의료 기기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미용 의료 기기뿐 아니라 ‘K뷰티 선봉장’인 화장품 수출 또한 연일 역대 최대치를 경신 중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화장품 누적 수출 규모는 74억달러(약 10조원)로 전년 동기(62억달러) 대비 19.3% 증가했다.
유럽, 미국 등에서 한국 제품의 인기가 높아진 가운데 대(對)중국 수출도 살아나면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운 것이다.
일부 피부 관리 업체 대표들은 해외로 나가 강연을 하기도 한다.
이현숙 빈뷰티아카데미 원장은 “외국에서 피부 관리를 하면 주로 기계를 활용한 관리가 전부인데, 한국에선 마사지 같은 수기(手技)관리가 함께 들어가다 보니 이런 관리법을 배우려는 사람이 많다”며 “1~2일 단기 속성 코스 수강료가 500만~600만원 정도”라고 했다.
학원들은 영어가 가능한 강사를 채용하거나, 외국어 사이트를 개설하기도 한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겐 피부 관리, 네일 아트, 헤어 스파 등 뷰티 체험은 필수 관광 코스가 됐다.
과거 중국인이나 일본인이 국내에서 성형을 하거나, 저렴한 ‘로드숍’ 화장품 가게를 찾는 경우는 많았는데, 이런 ‘K뷰티’ 인기가 피부 관리, 보톡스 시술 등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서울 중구의 피부 관리 숍 HN스파는 하루 4~5명의 외국인이 방문하는데, 대부분 인근 호텔에 묵는 유럽이나 미국 관광객이라고 한다.
윤다예 부원장은 “한국인들처럼 촉촉하고 탱탱한 피부를 가지고 싶다는 손님이 많다”면서 “외국인들은 한국인에 비해 피부가 얇고, 건조한 기후 때문에 주름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보습에 특히 신경 쓴다”고 말했다.(24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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