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자치경찰제 도입으로 만들어진 18개 시도 자치경찰위원회가 평균 10개 안팎의 위원회를 만들어 운영 중인 것으로 1일 나타났다. 
산하 위원회만 100여 개로, 운영비 수십억 원이 들어가고 있다. 
자치경찰제는 문재인 정부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과정에서 비대해진 경찰 권한을 줄이고, 지방 분권을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시작했다. 
하지만 당초 계획과 달리 위원회만 늘려 방만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서울자치경찰위 산하에는 위원회가 총 14개 운영 중이다. 
서울시의회 ‘자치경찰위원회 소관 예산 검토 보고’에 따르면, 올해 14개 위원회 참석 수당 등으로 예산 7억2000만원이 편성됐다. 
산하 위원회 중 9개(64.2%)는 법령·조례 근거 없이 만들어져 수당 관련 규정이 따로 없지만, 회의 수당을 지급한다고 한다.

 

 




경기남부자치경찰위는 지난달 28일 73차 회의를 열었는데, 하루 회의 비용으로 160만원이 들었다. 
비상임위원 한 명당 심사 수당 명목으로 안건별 5만원을 받았고, 참석 수당 15만원도 챙겼다. 
인천자치경찰위는 작년 28차례 회의를 열어 안건 63건을 처리했다. 
위원회 운영 수당 등 자치경찰위 사무국 운영비로 5970만원이 들었다. 회의 한 차례에 평균 213만원이 든 셈이다.


자치경찰위는 민간인인 상임위원 2명(위원장, 사무국장)과 비상임위원 5명으로 구성된다. 
상임위원 1명 연봉은 1억원가량이고, 일부 지역에서는 관용차도 제공한다. 
비상임위원 5명에겐 회의당 수당으로 수십만 원이 제공된다. 
산하 위원회를 열면 회의 참석 전문가들에게 따로 수당을 준다. 
자치경찰위 보직 상당수는 전직 경찰들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 자치경찰위 비상임위원 123명 중 29명(23.6%)이 경찰 출신이다.


회의는 경찰이 안건을 가져오면 이를 그대로 통과시켜 주는 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경기남부자치경찰위는 작년 심의 안건 중 지역 민생 치안 사업 발굴이 ‘0건’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안건을 가져오면, 사실상 그 제안 그대로 도장만 찍어주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자치경찰위는 지역 맞춤형 치안을 발굴·논의해야 하는 기구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한국행정연구원 우하린 부연구위원은 “자치경찰위는 관할 지역의 생활 안전·교통 등에 대한 시책 수립·시행과 자치경찰사무 담당 공무원 인사, 제도 개선을 수행하며 이를 위해 정례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며 “그러나 (실제) 회의 내용은 주로 자치경찰사무 담당 공무원 인사와 행정 사항에 대한 의결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자치경찰위 관계자는 “위원회가 실질적인 정책 제안을 하려면 경찰 인사·지휘권이 있어야 하지만, 자치경찰제 출범 당시부터 전혀 그런 권한이 없었다”고 했다.

 

 




각 지역 자치경찰위는 선진국 사례를 참고하겠다며 비슷한 곳으로 해외 출장을 가기도 한다. 
서울자치경찰위는 ‘서울형 자치경찰 조기 정착 기반 마련’ 명목으로 오는 8일부터 13일까지 미국 LA, 라스베이거스로 출장을 떠난다. 
출장 예산으로는 1372만원가량이 잡혔다. 
LA는 제주자치경찰위가 작년 6월 다녀온 곳이다. 
자치경찰위가 감독하는 제주자치경찰단은 ‘자치경찰 비교 분석 및 벤치마킹’을 위해 28일부터 6박 8일간 미국 뉴욕을 갈 예정이다. 
뉴욕은 지난 2022년 11월 부산자치경찰위가 방문했다. 
국외 출장 연수 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자치경찰이 도입된 지난 2021년 7월 이래로 경찰청과 전국 자치경찰위는 영국, 프랑스,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을 방문했다.


이렇게 정부 예산이 수십억 원 쓰이지만, 시민들은 자치경찰 출범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부산시가 작년 8월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자치경찰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답한 이는 23.5%였다. 
경기 지역 자치경찰위 관계자는 “자치 경찰을 지휘해야 할 자치경찰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회의만 하고 있다”고 했다. 
자치경찰위 1기는 출범 3년 만인 오는 6~7월 활동이 종료된다.(240402)

 


☞자치경찰 제도

경찰 치안 업무 중 ‘생활안전’ ‘교통’ ‘지역경비’ 분야를 지자체가 지휘·감독하는 제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이후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분산한다는 취지로 2021년 7월부터 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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