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살인범 머그샷 불가능… 美선 빌 게이츠도 못 피한다
분당 서현역흉기 난동범 촬영 거부해,수사기관이 결국 못 찍어
사상자 14명을 낸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최원종의 신상 정보가 7일 공개되고 나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씨가 경찰서에서 사진 찍는 것을 거부해 결국 수사기관이 공식적으로 찍은 사진이 아닌 운전면허증 사진과 3일 범행 후 검거 당시 사진 두 장만 공개됐기 때문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 죽인 범죄자가 사진 촬영 선택권도 갖는 나라’ ‘범죄자가 살기 좋은 나라’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 현행법에는 신상 공개에 대해 언제, 누가 찍은 사진을 공개해야 하는지 등 구체적 지침이 정해져 있지 않다. 이에 따라 범죄 피의자는 구금된 상태에서 사진을 찍는 이른바 ‘머그샷’ 촬영을 거부해도 된다.
그러다 보니 정작 공개되는 사진과 현재의 모습이 너무 달라 사진을 공개하는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무거운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하는 이유는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추가 범죄를 막기 위함인데 공개된 사진이 실물과 딴판인 경우가 많아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논란이 이어지면서 국회에선 신상 공개 확대를 골자로 하는 법안이 이미 발의된 상태다.
피의자 체포 또는 구속 후 지체 없이 상반신과 전신을 촬영하고 보관하는 내용 등이 법안엔 포함돼 있다.
강력한 법 집행과 공권력 행사를 통해 범죄로부터 국가와 사회의 안전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미국은 머그샷 촬영과 관련해 한국보다 훨씬 엄격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머그샷과 관련된 법은 50개 주(州)마다 약간 차이를 보이긴 하지만 피의자에게 ‘머그샷 촬영 선택권’을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영화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빌 게이츠 MS 창업자의 머그샷.>
피의자에게 머그샷 촬영 선택권이 없다 보니 미국에선 유명인들의 머그샷이 대중에게 공개되는 일도 잦다.
1977년 뉴멕시코주에서 운전면허증 미소지 및 신호 위반으로 체포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의 활짝 웃는 머그샷이 특히 유명하다.
‘아이언맨’으로 잘 알려진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마약 소지 및 검사 불응)와 가수 저스틴 비버(음주·마약 상태에서 난폭 운전) 등의 머그샷도 온라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 최대 도시인 뉴욕시의 경우 머그샷과 관련한 지침을 구체적으로 정해 두고 있다.
지침에 따르면 중범죄(felony) 등 경찰이 머그샷을 촬영해도 되는 범죄 항목이 열거되어 있고 이에 해당할 경우 경찰이 판단해 사진을 찍고 공개할 수 있다.
피의자가 머그샷 촬영을 거부할 수 없도록 경찰에 권한을 준 것이다.
머그샷을 찍지 않아도 되는 경우는 ‘경범죄를 저지른 사람 중 입원한 피의자’로 제한돼 있다.
그렇다 보니 미국에선 가게에서 음료수를 훔치는 등 경범죄로 체포됐다가 머그샷이 만천하에 공개되는 망신을 당하는 경우도 흔하다.
소셜미디어 등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머그샷의 효용을 더 키운 측면도 있다.
과거 신문과 방송 뉴스 등을 통해서 공개되던 머그샷이 온라인에서 공유되면서 범죄 사실이 더 널리 알려지고 경각심이 커진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4월 트럼프가 뉴욕 지방검찰에 의해 중범죄로 기소됐을 당시 “디지털 시대에 대중의 가장 큰 관심사는 과연 트럼프가 머그샷을 찍을 것인지 여부였다.
머그샷 팬들은 그동안 (온라인으로) 수집한 유명인의 머그샷에 트럼프 사진을 더할 수 있을지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사건 발생 시점, 성별, 인종, 혐의, 지역 등을 넣으면 해당하는 사람의 실명과 머그샷, 범죄 내역을 보여주는 ‘제일 베이스’라는 앱도 미국엔 나와 있다.
음주 운전, 마약 소지, 교통신호 위반 등으로 체포됐다가 찍힌 머그샷이 두고두고 온라인에서 돌며 범죄 사실이 회자되는 유명 인사도 적지 않다.
유명 배우 키아누 리브스는 1993년 음주운전을 했다가 걸려 찍은 앳된 머그샷이 온라인에 널리 퍼져 있다.
60여 년 전인 1961년 불법 무기 소지로 체포됐을 당시의 알 파치노, 1967년 마약(코카인) 소지로 체포됐던 가수 믹 재거 등 원로급 연예인의 ‘흑역사’가 흑백 머그샷을 통해 알려지기도 한다.
힐튼호텔가(家)의 상속녀 중 한 명인 패리스 힐튼은 마약 때문에 여러 차례 체포됐는데 그때마다 찍은 세 가지 버전의 머그샷이 공개돼 있다.
한편 미 경찰은 재량에 따라 머그샷 촬영을 하지 않기로 결정할 수도 있다.
예컨대 유명인의 경우 사람들이 이름만 들어도 얼굴을 떠올릴 수 있고 도주를 해도 얼굴을 구별하는 데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머그샷을 찍지 않기도 한다.
지난 4월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표적인 사례다.
오히려 트럼프 측에서 머그샷을 촬영한 뒤 ‘정치적 핍박을 받고 있다’는 정치 선전 도구로 사용하기를 원했지만, 검찰은 굳이 머그샷을 찍지 않고 지문만 채취했다.
한편 트럼프의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에 대해 수사 중인 조지아주 풀턴카운티 검찰은 최근 트럼프를 기소할 경우 머그샷을 찍을지에 대해 “만약 누군가가 (트럼프는 특별 대우를 해달라는) 다른 견해를 밝힐 경우 우리는 일반적인 관행을 따를 것이다. 사회적 지위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머그샷’ 촬영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한국인도 美서 머그샷, 한국선 모자이크 - 2017년 10월 괌에서 자녀를 차량 안에 둔 채 쇼핑 갔다가 체포된 한국인 부부의 머그샷 일부.
괌 언론과 달리 한국은 머그샷·실명을 가리고 보도했다>
미국에선 원활한 사법 절차 진행을 위해 머그샷 촬영은 해야 하지만 이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은 인권 문제와 직결돼 재고(再考)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2019년 진보 성향의 앤드루 쿠오모 당시 뉴욕주지사는 ‘사생활을 부당하게 침해할 경우 머그샷을 공개할 수 없다’는 취지로 정보자유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이 법안에도 ‘특정 법 집행 목적에 들어맞을 경우’ 머그샷을 공개하도록 해서 수사 기관이 실종자나 수배자를 수색하는 경우 등 비교적 자유롭게 머그샷을 언론 등에 공개할 길을 열어놓았다.
실제 현지의 주요 언론 및 소규모 지역 언론 등에서도 다양한 범죄 피의자들의 머그샷을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인종에 대한 선입견을 고착화한다는 이유로 머그샷 공개를 최소화하겠다고 결정한 지역 경찰도 있다.
미 범죄자 중엔 흑인·히스패닉 등 유색인종이 많은데 이런 사진이 많이 유포될수록 해당 인종을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게 된다는 논리다.
예를 들어 샌프란시스코 경찰은 2020년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머그샷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다.(230809)
<국내에서 머그샷이 공개된 사례는 신변 보호를 받던 여성의 가족을 보복 살해한 이석준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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