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상온 초전도체’ 주장에 붕 뜬 세계
한국 연구진 발표… 과학계 검증 착수
과학계의 오랜 난제(難題)인 상온 초전도체를 한국 연구자들이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 세계 물리학계와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구며 사회적 현상으로 떠올랐다.
벤처기업 퀀텀에너지연구소 이석배 대표와 한양대 오근호 명예교수가 지난달 22일 온라인 사이트 ‘아카이브’에 발표한 논문이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물리 현상을 담고 있는데도 이례적 관심을 끄는 것이다.
재현 과정을 담은 온라인 방송을 수십만 명이 시청하는가 하면 해당 논문과 관련 없는 미국 회사 주가가 치솟는 일까지 벌어졌다.
소셜미디어에는 ‘노벨상급 성과를 한국이 해냈다’거나 ‘전 세계적인 떡밥’ 같은 밈(인터넷 유행어)이 넘쳐나고 있다.
<영하의 초전도체 위에서 자석이 떠 있는 모습.
상온 초전도가 구현되면 자기부상열차를 쉽게 만들 수 있다.>
전기 저항이 없는 초전도체는 자기 공명 영상(MRI), 자기 부상 열차, 핵융합 발전 등에 사용되지만 영하 200도 이하 초저온 또는 대기압 수천 배 이상의 초고압 환경에서만 구현됐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납과 구리, 인 등으로 초전도 현상이 영상 126.85도 이하 대기압에서 나타나는 물질 ‘LK-99′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사실이라면 노벨상 수상은 물론 전 세계인의 삶을 통째로 바꿔놓을 성과이다.
미국, 중국 등 전 세계 대학과 연구소 수십 곳이 검증에 나선 가운데 ‘초전도체는 아니지만 알려지지 않은 특이한 물질’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LK-99를 곧 제3 기관에 보내 검증받을 것”이라고 했다.(23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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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신물질 가능성 있지만...” 상온 초전도체 논란 Q&A
뜨거운 상온 초전도체 논란 6Q
지난달 22일 민간 연구 회사인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온라인 논문 사이트 ‘아카이브’에 상온·상압 초전도체라고 주장하는 물질 ‘LK-99′를 만들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아카이브는 동료 검토(피어 리뷰) 없이 논문을 게재할 수 있는 사이트로 공개 직후에는 검증되지 않은 이론, 논문 양식의 비전문성 등을 이유로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지난달 27일 해당 논문을 소개하며 “논문의 세부 사항이 부족해 물리학자들이 회의감에 휩싸여 있다”고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해외 연구 기관이 긍정적인 검토 결과를 내자 물리학계는 물론 일반인들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 세계 과학계의 이목이 집중된 상온 초전도체를 여섯 가지 질문으로 풀이해 본다.
Q1. 초전도체란 무엇인가
초전도(超傳導)란 특정 온도에서 저항이 급격하게 낮아지는 현상으로, 이렇게 전기저항을 상실한 물체를 초전도체(superconductor)라고 부른다.
초전도체는 전기저항 없이 전류를 무제한으로 흘려보낼 수 있고, 강한 자기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양자 컴퓨터 등 초고속 컴퓨터나 장거리 무손실 송전, 자기공명영상(MRI) 등에 활용된다.
또 이른바 ‘마이스너 효과’로 불리는 자석에 반발하는 반자성 특성이 있어 자기부상열차에도 쓰인다.
지금까지 초전도체를 구현하려면 영하 200도 이하의 극저온이나 초고압 환경을 갖춰야만 했다.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이 개발했다는 물질은 납과 구리, 인 등으로 만들었으며 초전도 현상이 섭씨 126.85도(400K)까지 대기압에서 유지된다.
Q2. 기존에 어떤 성과와 문제 있었나
1911년 네덜란드 물리학자 헤이커 카메를링 오너스는 영하 269도에서 수은의 전기저항이 극도로 낮아지는 초전도 현상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그는 이 연구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이후로 물리학자들은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온도를 점차 높여왔고 해당 물질이나 현상이 발견될 때마다 노벨상이 수여됐지만 극저온이나 초고압을 극복하지는 못했다.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학자도 많았지만 모두 거짓이었다.
최근에는 2020년 미국 로체스터대 랑가 디아스 교수가 네이처에 영상 15도에서 초전도성을 보이는 물질을 만들었다고 발표했지만 데이터가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하에 퀀텀에너지연구소 -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있는 서울 송파구의 한 건물. 회사는 이 건물 지하 1층에 있다.>
Q3. 연구자들은 누구인가
퀀텀에너지연구소는 2008년 고려대 이론물리화학연구실 출신들이 설립한 벤처다.
초전도체 ‘LK-99′의 이름은 이석배 대표와 김지훈 연구소장의 성에서 각각 따왔으며, 99는 이 물질을 처음으로 발견한 1999년을 뜻한다.
또 다른 저자 중 한 명인 오근호 한양대 명예교수는 회사 기술고문이다.
논문은 이 대표의 스승인 고려대 화학과 고 최동식 명예교수의 이론을 바탕으로 한다.
최 교수는 LK-99와 같은 물질의 초전도 가능성을 주장했지만 실제로 제조한 적은 없고, 학계 인정도 받지 못했다.
Q4. LK-99는 어떤 물질인가
연구진은 세 단계에 걸쳐 LK-99를 만들었다고 논문에 썼다.
우선 산화납과 황산납을 섞은 뒤 725도에서 24시간 가열해 황산화납을 만들었다.
이어 구리와 인을 혼합해 550도로 48시간 가열해 인화구리를 제조한다.
이후 황산화납과 인화구리를 1대1로 섞은 뒤 고진공 상태의 챔버에서 925도로 구워 LK-99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제작에는 총 53~68시간이 소요된다.
연구진은 LK-99를 시험한 결과 전기저항이 없고, 반자성을 띠는 등 초전도체로 확인됐으며 이 같은 특성이 126.85도까지 유지됐다고 밝혔다.
마이클 노먼 미국 아르곤연구소 박사는 사이언스에 ”해당 물질은 금속이 아니라 전도성이 없는 광물이라 초전도체를 만드는 데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LK-99가 상온 초전도체라면 이런 과학계의 상식을 깼다는 것이다.
Q5. 검증은 어떻게 되고 있나
상온 초전도체일 가능성은 낮지만 특이한 반자성 신물질을 개발한 것은 맞는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중국 화중과학기술대학교는 1일 동영상 플랫폼 빌리빌리에 LK-99 제조에 성공했다며 동영상을 공개했다.
연구진은 “반자성 현상을 일으키는 점을 확인했지만 전기저항이 0인지는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고 했다.
미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는 “새 물질이 높은 초전도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는 흥미로운 이론적 징후를 보여줬다”고 했다.
다만 LK-99의 구조가 완벽하다는 전제하에 시뮬레이션한 결과로, 실험을 한 것은 아니다.
반면 중국 베이항대 연구진, 인도 국립물리연구소 등은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LK-99 개발에 참여한 김현탁 전 전자통신연구원 박사는 “제조 방법은 공개했지만 노하우가 있다”고 했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2일 “논문을 통해 발표한 데이터와 공개된 영상을 기반으로 판단할 때 해당 물질은 상온 초전도체라고 할 수는 없는 상태”라며 “퀀텀에너지가 샘플을 제공한다면 검증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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