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사법장악’이 한국에도 중요한 이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우파 연정이 밀어붙이는 ‘사법 무력화’를 위한 법 개정이 시작됐다.
야당과 다수 국민의 반대 가운데서도 24일 의회에서 법 개정안이 가결되고 본격적인 법제화 단계에 돌입했다.
법안 통과 후 미국 등 국제사회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랐고 이스라엘 주요 도시에선 수만 명이 모여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 문제에 여러 차례 우려를 표명해 왔다.
커린 잔피에어 미 백악관 대변인은 개정안 가결 후 “오늘 표결이 의회를 통과한 것은 불행”이라며 적나라한 불만을 표출했다.
한 중동 국가의 사법 시스템 개편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증을 문답으로 풀었다.
<이스라엘 경찰이 24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사법 정비' 입법 반대 시위대에 물대포를 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추진하는 이번 입법은 사법부 권한 축소를 골자로 하고 있으며, 이날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는 독회를 열고 첫 번째 법안 처리를 강행했다>
◇Q1. 무슨 일이 일어났나
“이스라엘 의회는 지난 24일 연정이 추진해 온 ‘사법부에 관한 기본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쳤고, 이 법안은 가결됐다.
핵심은 사법부 권한의 대폭 축소다.
헌법재판소가 없는 이스라엘에선 그 기능을 대법원이 대신하고 있는데, 개정된 법에 따라 행정부의 주요 정책 결정을 사법부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직권으로 폐지할 수 있는 기존의 권한이 사라지게 된다.
네타냐후는 앞으로 추가 입법을 통해 사법부 권한을 계속해서 줄여나가겠단 방침이다.
연정이 과반을 차지한 크네세트가 대법원 판결을 표결로 뒤집을 수 있게 하는 방안 등이 추진될 예정이다.”
◇Q2. 당장 무엇이 바뀌는 건가
“사법부 견제가 사라지면서 극우 세력이 주장해 온 민족주의적 정책 입법이 줄줄이 제도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요르단강 서안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 확대가 대표적이다.
팔레스타인 행정수도 역할을 하는 라말라가 있는 이 지역에 유대인 정착촌을 확대할 경우 팔레스타인이 반발하고 무력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부패 혐의로 수사를 받는 네타냐후가 사법부를 무력화해 수사를 무마시킬 것이란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Q3. 미국 정부는 왜 불만을 표출하고 있나
“강경 우파가 민족주의적 정책을 밀어붙여 초래될 중동의 지역 불안정이 문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그동안 법 규정이 모호한 가운데 미국과 아랍권의 중재 등 ‘정치’를 통해 아슬아슬하게 공존해 왔다.
하지만 극우가 참여해 지난해 출범한 우파 연정은 이스라엘 영토 인정 및 정착지 확대 등을 법으로 못 박아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과격한 조치에 그나마 ‘제동 장치’ 역할을 해온 사법부가 무력화돼 이스라엘 극우파의 주장이 법제화할 경우 팔레스타인 및 주변 아랍 국가와의 분쟁이 무력 대립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중국과도 대립하는 미국엔 큰 짐이다.
중동에 남은 마지막 자유민주주의 국가 이스라엘이 이념적으로 후퇴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Q4. 한국에도 영향이 있을까
“지역 패권을 넘어 ‘글로벌 파워’ 도약을 꿈꾸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최근 아랍 국가들은 연대를 강화하고 분쟁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이 불거지면 국제 유가 등이 치솟으며 에너지 수입국인 한국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 미국·유럽 등 서방국가와 연대했던 한국에 중동 지역 평화유지군(PKO) 파견 등의 압력이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
◇Q5. 이대로 끝이고, 남은 변수는 없나.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최근 ‘바이든만이 이스라엘을 구할 것’이라고 썼다.
외교 라인을 통한 미국의 압박이 동맹국 이스라엘의 기조를 바꾸길 기대한다는 뜻이다.
중동 최대 경제국이자 아랍 맹주인 사우디와 이스라엘 사이를 중재함으로써, 아랍권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중국을 견제하려던 미국에 네타냐후의 ‘폭주’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최근 네타냐후를 연말에 백악관에 초청하겠다고 밝힌 백악관이 분쟁 확대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남아 있다.
아울러 ‘사실상 내전’이란 평가가 나오는 극렬한 국민 반발을 네타냐후가 잠재울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2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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