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태닉 탐사 잠수정 ‘내파’ 추정… 바다밑 잠수 얼마나 위험한가
타이태닉 잠수정 있던 해저 4000m 수압, 코끼리 10마리가 머리 내리누르는 정도
미국 해안경비대는 대서양에서 실종된 타이태닉 탐사용 잠수정 ‘타이탄’ 탑승객 5명 전원이 사망했다고 22일(현지 시각) 밝혔다.
이들은 지난 18일 해수면에서 약 3800m 아래에 있는 타이태닉 잔해 관광에 나섰지만 출발 2시간도 채 안 돼 실종됐다.
해안경비대는 실종 4일 만에 타이태닉 뱃머리 인근 해저에서 잠수정 잔해물 5개를 발견했고, 잠수정이 ‘내파’된 것으로 추정했다.
잠수정 외부에서 엄청난 압력이 가해지면서 잠수정이 찌그러지듯이 파괴됐다는 것이다.
잠수정이 내파된 시점은 현재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안경비대는 앞으로 탑승자와 잠수정을 회수하기 위한 수색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실종된 심해 잠수 관광 잠수정 타이탄의 자료사진.
미국 해안경비대는 타이탄이 심해에서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내파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타이탄 사건은 지구 면적의 71%를 차지하는 바다가 얼마나 위험하고 광활한지를 보여준다.
인류가 알고 있는 바다 대부분은 수심 200m보다 얕다.
심해(深海) 잠수정 앨빈을 타고 1985년 타이태닉호 잔해를 처음 발견한 미국 해양학자 로버트 밸러드는 “대부분의 사람은 우주를 최후의 개척지라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엄청나게 많은 미개척지가 바로 지구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38만km 떨어진 달에 착륙한 우주인은 12명이지만 지구에서 가장 깊은 수심 1만m 이상의 태평양 마리아나 해구에 도달한 사람은 2012년 직접 설계한 잠수정 ‘딥시 챌린저’에 탑승한 영화감독 제임스 캐머런을 비롯해 단 6명에 불과하다.
심해 탐사가 어려운 것은 심해가 우주만큼이나 극한의 환경이기 때문이다.
물의 밀도는 공기의 약 1000배에 이른다. 바다에 들어가면 지상보다 훨씬 큰 압력을 받는다는 뜻이다.
수심 10m를 내려갈 때마다 1기압씩 올라가는데, 1기압은 1cm²의 면적에 1kg의 힘이 가해지는 수준의 압력이다. 사람은 맨몸으로 최대 수심 300m 정도, 30기압 정도까지만 견딜 수 있다.
정우성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는 “타이탄 탑승객들이 수심 4000m에서 받은 압력은 지상의 400배에 이르는데, 이는 4t 무게의 코끼리 10마리가 머리를 내리누르는 것 이상의 압력”이라며 “마리아나 해구의 경우에는 지상의 1000배가 넘는다”고 했다.
이 때문에 심해 잠수정은 우주선에 비견될 만큼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다.
실제로 수심 6000m 이상을 내려갈 수 있는 유인 잠수정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일본·러시아·프랑스·중국 등 5국으로 모두 우주 강국이다.
엄청난 압력을 분산하기 위해 사람이 탑승하는 부분은 모두 완벽한 구(球) 형태로 만든다.
일본 신카이6500의 경우 직경 2m 크기인 탑승 공간 어느 부분을 측정해도 오차가 0.5㎜ 이하이다.
골조는 대부분 티타늄과 티타늄 합금, 창문도 유리 대신 고분자 수지를 쓴다.
장인성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해양신산업연구본부 본부장은 “물속에서는 물체를 밀어올리는 힘인 부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정밀하게 무게중심을 맞춰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전파가 물을 통과하지 못해 위성항법장치(GPS) 대신 음파를 활용해야 하는 등 우주 환경보다 까다로운 제약도 많다”고 했다.
김성용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태양 빛이 수심 100m 정도면 시야에서 사라지기 때문에 조명을 활용해야 하고 심해 해류처럼 아직 파악되지 않은 요소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와 외신들은 이번 타이탄 사고가 이런 극한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부실한 설계 때문에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캐머런 감독은 22일 뉴욕타임스에 “타이탄 설계의 문제는 탄소 섬유를 썼다는 것”이라며 “탄소 섬유는 압축에 버티는 힘이 없어, (수압이 높은) 심해 탐사 용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타이태닉호와 타이탄호는 모두 (위험에 대한) 경고를 무시해 같은 장소에서 재차 비극이 벌어졌다”고 했다.
억만장자들의 레저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세계 각국은 심해가 가진 가치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심해에는 알려지지 않은 해양 생물뿐 아니라 지상에서 찾기 힘든 방대한 해저 광물이 묻혀 있다.
북극해 심해에는 육지 매장량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고, 연료로 활용될 수 있는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전 세계 바다에 걸쳐 있다.
동해 일대에도 구리, 니켈, 코발트 등을 뽑아낼 수 있는 망간단괴가 대량으로 매장돼 있다.
최근 해저 탐사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은 2000년대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심해 잠수정을 개발하기 시작했지만 2020년 유인 잠수정 ‘펀더우저’가 수심 1만909m 탐사 기록을 세웠다.
한국은 6000m급 무인 잠수정 ‘해미래’를 보유하고 있지만 유인 잠수정은 아직 없다.(23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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