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아파트 단지 이름을 지을 때 알기 쉽고 간단한 이름을 쓰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래미안개포루체하임’ ‘신내역금강펜테리움센트럴파크’ 등 서울에 우리말과 외국어가 뒤섞인 길고 복잡한 아파트 이름이 많은데 이런 풍조를 바꿔 보자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서울시 관계자는 2일 “아파트 작명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쉬운 이름을 짓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며 “법적으로 민간 아파트 이름을 규제할 근거는 없지만 가이드라인을 통해 권고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 과정에서 쉬운 우리말 이름을 지을 경우 보상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다”며 “구체적 방법은 다양한 의견을 모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지난달 29일 ‘알기 쉽고 부르기 쉬운 공동주택 명칭 관련 토론회’를 열었다.
올해 2~3차례 더 토론회를 열고 건설사와 재건축 조합 등의 의견도 들을 예정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 시내에서 재건축·재개발 등이 추진 중인 아파트 단지는 모두 601곳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하지 않으면 앞으로 서울 시내에 이름이 국적 불명, 정체 불명인 아파트 단지가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11~12월 시민 1003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4%는 “아파트 이름이 어렵고 비슷해 집을 찾는 데 헷갈린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외국어 이름이 어렵다”는 응답도 72.3%나 됐다.
우리나라의 아파트 이름은 유독 복잡하다.
과거에는 압구정현대, 잠실주공5단지, 잠원한신처럼 지역명과 건설사 이름을 결합해 짓는 경우가 많았다.
2000년대 들어 건설사들이 캐슬, 래미안, e편한세상, 자이 등 아파트 상표를 만들면서 아파트 단지 이름에도 브랜드가 붙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써밋’ ‘퍼스트’ ‘아크로’ 같은 하위 브랜드까지 등장해 단지 이름이 더 복잡해졌다.
영어뿐 아니라 이탈리아어, 독일어 등 여러 나라 말을 조합하기도 한다.
‘래미안개포루체하임’은 빛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루체’와 집을 뜻하는 독일어 ‘하임’을 결합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2019년 전국에서 분양한 아파트 이름은 평균 9.8자로 1990년대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는 분석도 있다”고 했다.
아파트 단지 이름을 복잡하게 지어야 집값이 올라간다는 인식도 생겨 기존 단지들이 이름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경기 의왕의 포일자이는 단지 이름을 최근 인덕원센트럴자이로 바꿨다.
서울시가 지난달 29일 개최한 ‘알기 쉽고 부르기 쉬운 공동주택 명칭 관련 토론회’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아파트 이름을 지을 때 관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과 “쉬운 이름을 지으라고 강요할 순 없다”는 주장이 모두 나왔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우리말 이름은 대부분 상표 등록이 돼 있어 여러 외국어를 조합해 이름을 만들 수밖에 없는 실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아파트 이름을 바꿀 때는 자치구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재건축 등으로 새로 지을 때는 별다른 규정이 없다.
서울시 안팎에서는 권고안에 아파트 이름 최다 글자 수를 담는 방안 등을 거론하고 있다.(2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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