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블랙핑크가 오는 20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28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K팝이 불모지로 통하던 중동과 인도, 북미에서 빠른 속도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 31일 밤, 방탄소년단(BTS) 멤버 제이홉은 미국 대표 신년 행사 ‘볼 드롭(Ball drop)’ 생중계 무대에 듀란듀란과 나란히 출연했다.
K컬처의 최전선도 출발선도 달라졌다.
영화 ‘인터스텔라’를 제작한 린다 옵스트는 윤제균 감독과 K팝 아이돌 영화를 만들고 있다.
세계 정상의 제작자가 K팝이 가진 시장 가치를 영화적으로 재발견한 것이다.
언어 장벽이 무너져 한국 영화의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진 가운데, ‘헤어질 결심’은 미국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CJ ENM은 약 1조원을 들여 할리우드 제작 스튜디오 ‘피프스 시즌’을 인수해 글로벌 전진 기지로 삼았다. 전례 없는 일이다.
K컬처를 내세우지 않으면 트렌디하지 않은 시대다.
수십만 명 이상의 팔로어를 가진 외국인 유튜버들이 한국에 살면서 각자의 언어로 K컬처를 소개하는 영상을 올리고 있다.
세계 최고의 패션 하우스들은 지난해 ‘오징어 게임’으로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이정재와 축구 선수 손흥민을 비롯해 한국 스타들을 글로벌 앰버서더로 쓴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 유료 회원의 60%가 최소 한 편의 한국 콘텐츠를 봤다”고 밝혔다.
K컬처의 최전선이 달라지고 있다.
경제적으로 저성장에 직면한 대한민국이 문화적으로는 거대한 가치를 창출할 기회를 잡은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11월 ‘강남스타일 10주년’을 주제로 싸이와 나눈 인터뷰를 실으며 K팝을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확장돼 세계 구석구석으로 스며든 ‘문화적 초거물(Cultural juggernaut)’”이라고 표현했다. 불가항력적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2023년을 맞이할 준비가 됐다면, 소리 질러~!”
지난 31일 밤, 방탄소년단(BTS) 멤버 제이홉이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설치된 무대에서 외쳤다. 수많은 인파가 환호성으로 답했다.
ABC방송 ‘딕 클락스 뉴 이어스 로킨 이브’로 생중계된 장면이다.
미국 대표 신년 행사 ‘볼 드롭(Ball drop)’ 중계 방송으로 해마다 최대 2500만명이 시청하는 쇼. 다양한 세대의 시청자를 아우르는 인기 팝스타만 초대받았는데 올해 제이홉은 듀란듀란, 뉴에디션, 잭스, 위즈 칼리파와 나란히 핵심 출연자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날 미국 CNN 인터내셔널 새해맞이 프로 ‘뉴 이어스 이브 라이브’에는 SM 소속 보이그룹 NCT127이 출연했다.
미국의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에 K팝이 간판 얼굴로 등장한 것이다.
2012년 ‘강남스타일’로 세계적 인기를 끈 싸이가 먼저 미국 신년 방송 ‘로킨 이브’에 나오기는 했다. 하지만 당시의 K팝과 지금의 K팝은 위상이 확연히 다르다.
북미 시장은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K팝 불모지’에서 ‘K팝 최전선’이 됐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6년 국내 음반류 총수출액(2991만달러) 중 미국 수출액은 5위 규모(81만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BTS의 미국 진출이 시작된 2017년부터 수출액이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3위 규모(3528만달러)로 올라섰다. 7년 사이 43배나 치솟은 것이다.
지금 중동은 1970년대 건설 붐으로 외화를 벌러 가던 그 모래밭이 아니다.
금기(禁忌)로 여겨지던 도시들이 K팝에 빗장을 풀고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은 2021년 12월 기준 세계 한류 팬 1억5660만 명 중 소위 ‘메나(MENA)’로 불리는 북아프리카·중동 지역 한류 팬이 10년 사이 130배 폭증한 것으로 집계했다.
지난해 9월 30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시티에선 에이티즈, 선미, 더보이즈, 뉴진스 등 다양한 K팝 스타가 출연한 CJ ENM ‘K콘(KCON)’이 사흘간 2만 관객을 모았다.
이 콘서트가 중동 지역에서 열린 건 2016년 8000석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공연 이후 두 번째. 걸그룹 블랙핑크는 오는 20일 사우디 리야드와 28일 UAE 아부다비를 핑크로 물들인다.
리야드에서 K팝 걸그룹이 단독 콘서트를 하는 건 처음이다.
인도의 대도시 풍경도 K팝이 바꿀 기세다.
최근 수도 뉴델리와 뭄바이 등지에 BTS 등 K팝 스타를 테마로 한 음식점과 카페가 늘고 있다.
뭄바이의 BTS 테마 카페 ‘방탄 셰프(Bang Tan shefs)’의 운영진 리야 군(28)씨는 “팬데믹 기간 K팝에 큰 위로를 받았다는 인도 팬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음악 스타트업 스페이스오디티에 따르면 2019~2022년 K팝 유튜브 조회수가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인도(1000%)였다.
미국(55.6%), 일본(167.6%)과 견주면 어지러울 만큼 눈부신 증가율이다.
이런 영토 확장은 코로나와 중국의 문화 규제에도 K팝이 고공비행하는 계기가 됐다.
중국으로의 음반 수출량 감소는 미미한 반면, 다양한 국가로의 판매량이 획기적으로 늘었다.
국내 음반 수출 국가는 2016년 60국에서 2021년 148국으로 넓어졌다.
2021년 처음 2억달러를 넘긴 음반 수출 총액(CD 기준)은 올해도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이문원 평론가는 “팬데믹 기간에 각국의 온라인 영상과 음원 소비가 크게 늘고, 플랫폼도 다양해지면서 해외 팬의 K팝 접근성이 몇 배 더 나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세계한류학회장을 지낸 박길성 고려대 교수는 “K컬처라는 ‘매력 자본’은 노래, 영화, 드라마는 물론 세계인이 소비하는 패션과 음식 등 문화 저변에 스며들고 있다”며 “우리가 세계사에서 처음으로 메인스트림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23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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