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간 이식 후 30년 동안 생존한 환자가 나왔다. 이상준(72)씨다. 
2020년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 조사 결과, 우리나라 환자들의 간 이식 후 생존율은 5년 후 76%, 11년 후 68%로 집계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30년 전 이씨의 수술을 집도했던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는 “수술 후 이씨의 모범적인 건강관리가 장기 생존율을 높였다”고 말했다.

 

 

<국내 간 이식 최장기 생존자로 알려진 이상준(72· 오른쪽)씨와 이씨의 수술을 집도한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

 


이씨는 지난 1991년 병원을 찾았다가 B형 간염이 간경화로 악화했다는 진단과 함께 1년 6개월밖에 살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유일한 치료법은 간 이식 수술이었지만 당시만 해도 성공 사례가 드물었다. 
이 교수는 “간을 이식받고 관리를 잘하면 충분히 오래 살 수 있다”며 이씨를 설득했다.


1992년 10월 8일, 이씨는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로부터 뇌사자의 간을 이식받을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튿날 새벽 시작된 23시간의 대수술 끝에 그는 새 생명을 얻었다. 
30년이 흐른 지금, 그는 국내 ‘간 이식 최장기 생존자’로 추정된다.


이씨는 이 교수의 조언대로 수술 후 철저한 건강관리를 이어갔다. 
30년간 매일 1만보 이상 걸으며 금주와 금연 습관을 지켰다. 
45일마다 병원을 방문해 B형 간염 항체 주사를 맞고, 90일마다 외래에서 건강 상태를 점검받았다.


이씨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간 이식 환자들의 경제적 고충과 처우 개선에도 앞장섰다. 
2001년 7월에는 비용이 부담돼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을 위해 B형 간염 항체 주사의 보험 적용을 이끌어냈고, 기금을 모아 나눔행복재단을 설립해 수십 명의 환자에게 수술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이씨의 노력에 이 교수도 적극 동참했다. 
이 교수는 나눔행복재단에 책 인세를 전액 기부하는가 하면, 치료비의 보험 적용과 장기이식 활성화를 위해 의견을 개진하는 등 간 이식 환자들을 위해 힘을 보탰다. 
이 교수는 “이씨 수술 후 서른 해가 지난 지금 국내 장기이식 수준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의 위치에 올랐다”며 “앞으로 이씨와 같은 장기 생존 환자들이 더욱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22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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