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의 ‘플랜씨’ 매장. 
국내 대기업이 수입하는 이 브랜드의 조끼 한 벌은 73만원이다. 최근 할인해서 51만1000원에 팔고 있다. 
이탈리아 공식 홈페이지를 뒤져보니 현지에선 같은 상품을 235유로(약 31만7000원)에 팔고 있었다. 
무려 19만원 넘게 차이가 났다. 
직구를 하면 관·부가세 8만원에 20유로(약 2만7000원) 정도의 배송비까지 내도 국내 할인 가격보다 9만원 정도 저렴했다.


같은 날 서울 중구의 한 백화점. 
미국 브랜드 ‘슈프림’의 의류와 액세서리를 임시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파는 티셔츠는 한 장에 109만원이다. 
최근 국내 커뮤니티에서 계속 “너무 비싸게 받더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 네티즌은 “최근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물건 구하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애초 출고 가격은 200달러 정도였던 것을 생각하면 너무 심하게 비싸다”고 썼다. 
왜 이렇게 계속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일까.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골프 의류는 가격 차이가 더욱 심하다. 
일본에서 수입하는 ‘마크앤로나’의 남성 조끼는 국내 백화점에서 한 장당 89만8000원에 팔린다. 
반면 현지 가격은 6만500엔으로 62만원 정도다. 관·부가세와 배송비를 감안해도 12%가량 차이 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하는 제이린드버그에서 판매하는 한 골프 재킷 가격은 31만원 정도. 
같은 제품의 현지 가격은 17만5000원이다. 현지 가격이 거의 절반 정도다. 
PXG가 국내에서 판매하는 민소매 원피스의 가격은 53만9000원. 현지 가격은 반면 210달러로 25만원이 조금 넘었다.


국내 가격과 현지 가격이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니 소비자는 결국 직접 구매라는 선택지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번거롭고 배송 기간이 길어도 직구를 선택하는 이가 계속 가파르게 늘어나는 이유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작년 온라인 해외 직구 거래액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5조원을 넘어섰다. 전년보다 26.4%나 성장했다. 
이 중에서 ‘의류 및 패션 상품군’을 직구하는 금액은 2조원 정도로 전체 온라인 직구 금액의 39%를 차지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작년 말 소비자 조사를 해보니, 국내 소비자들은 해외 직구를 하면 국내 가격보다 평균 25% 정도 저렴하다고 느끼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 소비자들이 국내에서 유통되는 수입 의류 가격에 대해 그만큼 많이 불만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업체들은 반면 관·부가세와 배송료, 국내 백화점 매장에 입점시켰을 때 내야 하는 수수료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마진 폭을 더 줄이면 수입해서 판매해도 이익이 거의 없다는 주장이다. 
한 국내 대기업 의류 담당자는 “한국 백화점에 20~30%씩 수수료를 내는 데다, 광고비에 매장 인테리어 비용까지 감당하면 남는 게 사실 많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의류 병행수입업자들은 “최근 국내 명품 소비가 크게 늘면서 국내 패션업체는 물론이고 백화점까지 앞다퉈 외국 브랜드를 모셔오려고 과도한 경쟁을 벌인 것이 가격 인상의 한 요인”이라고 말한다. 
애초에 의류를 수입할 때 최소 수입 물량이나 광고 계약을 불리하게 해서라도 브랜드 확보를 위해 경쟁하다 보니, 홍콩에선 원가의 2배가량만 붙여도 이익이 남는 상품도 국내에선 원가의 3~4배는 붙여야 이익이 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명품 소비가 크게 늘면서 ‘천장 가격’을 맞추기 위한 경쟁을 벌이는 것도 또 다른 원인으로 지적된다. 
한 외국 명품업체의 국내 법인을 운영하는 지사장은 “한국과 중국에선 요즘 비쌀수록 물건이 잘 팔리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면서 “가령 이제 가방은 900만원, 코트는 400만원 정도는 돼야 명품 소리를 듣는다. ‘천장 가격’이 이렇게 형성되다 보니 아래에 있는 브랜드 가격도 오른다”고 말했다.(22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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