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敵)과의 동침'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결벽증에 가정 폭력을 일삼는 남편에게서 벗어나려는 아내의 탈출기를 그린 영화다.

 


그런데 최근엔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고 있다.
아내에게 얻어맞으며(꼬집는 건 애교) 사는 남편이 적지 않다.
여성을 'the gentle sex' 'the fair sex' 'the softer sex' 'the weaker sex'

'the second sex'라고 해왔는데, 요즘 여자들은 그 '문명'을 뒤엎어 놓고 있다.
한 영국 주부는 이렇게 고백한다.

 

 


"남편을 향해 파스타 접시를 내던졌다.

어깨에 들러붙은 면발에 망연자실한 그에게 독설을 퍼부었다.
'당신은 완전히 실패한 인생이라고.'

 

 
나도 내가 악처인 걸 안다.
15년 결혼 생활 동안 알 수 없는 뭔가가 내 안에 설명할 수 없는 분노를 일으켜 감정의

수류탄을 내던지곤 했다.
남편이 나에게 내던진 건 없었다.
심한 도발을 해도 화가 나 손을 올리는 일도 없었다.

 


결혼하기 전엔 더 성숙해지리라 믿었다.
그런데 살다 보니 집안일이다 뭐다 해서 끊임없는 부부 싸움을 하게 된다.
나를 수시로 괴물로 만든다.
직장 일과 가정생활을 잘 병행하지 못하는 남자는 당신뿐일 거라고 악담을 퍼붓는다.
어떻게든 해보려 애쓰는 노력을 다른 남자들과 비교해 폄하해버린다.
잔소리만 퍼붓는다.
풀이 죽어 나가는 등에 대고 소리를 지른다.
'남자면 남자답게 좀 해보라고.'

 


나도 전엔 이렇지 않았다.
움츠린 남편이 방구석에서 위안을 찾게 몰아붙이는 성질 못된 여자가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남편 코 바로 앞에 문을 쾅 닫고 나가버리는 여자가 될 줄 몰랐다.
미안한 줄 안다.
힘도 그렇고 돈 벌 능력도 없고 하니 일이 꼬이고 불안하면 여자가 할 수 있는 게 소리지르는

것밖에 더 있겠나."

 

 


미국 작가 너대니얼 호손은 원래 세관(稅關) 직원이었는데 해고당했다.
집에 돌아가 아내에게 털어놓자 아무 말 없이 펜과 잉크, 종이를 갖다 놓으며 말했다.
"이제 마음 놓고 글 쓸 수 있게 됐네요."
그래서 나온 것이 '주홍글씨'라는 불후의 명작이다.(14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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