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아 그래?]명동성당의 개가 삼종기도하는 법
 


경북 봉화 읍내에서도 약 20여분 꼬불꼬불 산길을 돌아가면 마주치는 금봉암.
그 마당에서 가장 먼저 손님을 맞는 것은 '금돌이', 개다.
작은 송아지만 한 이 녀석은 어슬렁어슬렁 손님 곁을 배회하다가 주인인 고우(古愚·77) 스님을 따라 툇마루까지 올라온다.
그러곤 스님과 손님이 다담(茶談)을 나누는 동안 앞다리 뻗고 엎드려 귀를 쫑긋 세운다.
마치 뭘 안다는 듯.
'개에게도 불성(佛性)이 있나, 없나'는 선가(禪家)의 화두 중 하나.
상좌들도 공부하라고 내보내고 공양주 보살과 사는 고우 스님은 금돌이를 후배 도반(道伴) 대하듯 한다.

 


독신(獨身)으로 가족도 없이 살아가는 신부와 스님들의 처소는 행사 후에는 적막강산. 그래서인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사냥 본능이 남아있는 고양이보다는 개를 많이 키우는 편이다.
그런데 '서당 개'뿐 아니라 '절 개' '성당 개'도 뭔가 좀 다르다.

 

 


서울 명동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교관에도 큰 개 '연지'가 산다.
원래 '연지' '곤지' 암수 두 마리가 함께 들어왔는데 곤지는 먼저 가고 연지만 남았다고 한다.
10년 넘게 주교관 마당 주인 노릇하는 연지는 '영물(靈物)' 다 됐다.
특기는 삼종(三鐘)기도 참례.
아침, 점심, 저녁 세 번 삼종기도 종(전자 종소리)이 울리면 허리를 곧추세우고 '우우~' 하고 운다.
처음엔 종소리 때문에 우는 줄 알았다.
그런데 한번은 정전(停電)이 되는 바람에 점심 삼종기도 종이 오후 2시에 울린 적이 있다.
그때도 연지는 정오에 딱 맞춰서 울었다고 한다.
주교급에겐 안 짖고 평사제들에겐 짖는다는 '서열화 논란'도 있었지만 "자주 보는 사람을 반기는 것"이라는 게 중론.

 

 


수려한 풍광으로 유명한 경북 봉화 청량사.
여러 해 전 주지 지현 스님과 차를 마시고 있을 때였다.
창문 바로 옆으로 다람쥐가 오더니 태연히 과일 조각을 양손으로 쥐고 먹었다.
지현 스님은 "처음엔 먹을 걸 줘도 망설이더니 이젠 으레 제 밥그릇인 줄 알고 여유 있게 먹는다"고 했다.
지현 스님에게 최근 새 식구가 생겼다고 한다.
'초등학교 2학년 친구가 스님이 심심하다며 방울소리 요란한 흰 강아지를 한 마리 선물했다.
오늘 아침엔 이 아이와 한참 놀았다'고 스님은 SNS에 동영상과 함께 올렸다.
동영상 속에선 주먹만 한 깜찍한 강아지가 다탁(茶卓) 위에서 제자리를 맴돌며 깡총거리고 있었다.
그 강아지의 종(種)은? 장난감이다.(1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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