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에게 가장 무서운 건 시간이라고 한다.

하루살이의 시간같은 그 귀한 날들을 작년 여름에는 복지부동으로 다 날려버렸다.땀 흘리기 싫어서.

맞서 보지도 않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게해주는 날,어제는 그랬어.

 

四美로 꽉 채운 날이었어,

금오신화에서 김시습은 사미란,좋은계절,아름다운 경치,이를 즐길 줄 아는 마음,유쾌하게 노는일이라 하셨지

지나간 시간들이 어디로 달아나 없어지는 게 아니라 잠재의식으로 깊이 간직 되었다가 심적 자극에 의해

어느 순간에 밖으로 표출되는거지,잠시 잊고 있었던 어린 동심이 맑은 물 속에서 마구마구 발동이 되는지

모든 어른들이 아이가 되었다.그러는 사이에 오탁악세는 다 씻어지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시 사바로

돌아온다 해도 한 번도 씻어내지 못한 이 보다야 얼마나 더 윤기나는 삶이 되겠는가!

 

아들을 군대에 보내본 적이 없는 나에게 강원도 인제란 생소한 곳이다.그런 인제에서 산 속으로 깊숙히

더 들어가면 농작물조차 척박함에도 결실을 맺는 감자,수수.곰취 옥수수 들이 빽빽이 따가운 빛으로 알을

영글어 가고 있었으며 곰취는 노랗게 꽃을 밭 한가득 피워서 벌 나비를 불러 염문을 뿌리고 있었다.

그 깊은 곳에 어떻게 놀자리가 있는 줄을 알고 찾아가게 되는지 나 혼자라면 평생 그 산이,그 물이 있다는 걸

모른 채 살았을텐데 요즘은 오지까지 찾아드는 내가 너무 장한 일을 하는 것 같다.산악회 전문가 덕에 내가

누린다.

 

조경동계곡으로 가는 길은 차로도 몇 구비를 휘돌아서 깊이 들어가 동방약수에서 시작하는데 처음엔  아스팔트

길을 해를 안고 1시간정도 백두대간 트레일코스 안내소까지 가면 바라게이트를 지나 왼쪽으로 접어들면

흙길이 나오고 그 길로도 약 한시간 가량 더 내려간다.

계곡의 폭포는 아래로 흐르는데 비너스 계곡은 위로 오를수록 소리 없는 계곡을 이루어 온 몸을 적신다.

그러나 물을 만나기 위함인데 그까짓 비너스계곡이 흘러내린들 무순 상관이겠는가?

 

드디어 아침가리골 물가에 도착해 나무그늘 아래 점심을 먹고 차 한잔의 넉넉함도 잊은채 물을 보고 참지

못하는지 바로 일어나 물로 들어간다, 처음엔 잔잔히 흐르는 갯가였으니 물길이 약 6킬나 된다하니 더 멋진

계곡이 있을 것같아 크게 환호하지 않고 걸어간다.계곡 옆으로 길이 있으나 대부분 물 속으로 걷는다.

젖을 준비가 되어 있는 물길은 너무 자유롭고 즐거웠다. 옷을 입은채로 아쿠아슈즈를 신고 걸으니 이끼를

피하면 크게 미끄럽지도 않고 무릎 위까지 젖어도 그러려니 하면서 걷는 길이 나에겐 특별한 체험이었다.

 

`산은 물을 넘지 못하고,물은 산을 건너지 못한다.` 그러나 산과 물은 서로 인접해 불가분의 관계로 공생의

길을 간다. 산은 물을 넘으려는 생각 없이 고요히 잠기어 있고, 물은 산 그림자를  안고 굽이 돌아  흐른다.

그 아름다운 동행에 내가 잠기고 넘으며 하루를 그 웅장함에 안기어 작은 미물처럼 놀다간다.

 

계곡 트레킹이 끝나는 지점에 대기하고 있는 차를 보면 마치 나를 모시러온 것처럼 너무 고마운 생각이 든다.

그만큼 힘들었기 때문이리라. 시장기가 밀려올 때면 어김없이 누군가가 먹을 걸 준다.그 또한 감사함이다.

준비해 온 여벌로 갈아입는 이도 있지만 난 그냥 바람에 말리면서 잠시 작은 시골마을에 심취하면서 몇 일이라면

이런 곳에 살다가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다 놀고 돌아가는길, 끊김 없이 길게 이어진 산맥들이 너무 아름답고 작은 촌락들이 소박하고 평화로운 모습에

잠들틈도 없이 달려간다. 그런데 해질녘이면 왜 그렇게 그리움같은 게 밀려오는지 주체할 수 없는 감성이 때로는

괴롭기까지 하다. 그렇게 가는거지뭐. 그것도 행복에 겨운거지.그럴꺼야.난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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