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은 "입이 말할 수 없는, 마음도 드러내지 못하는 것을 표현하는 '단어'"라고 한다.
그래서 설명하기보다 그냥 흘려버리는 게 더 쉽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이튿날 아침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선거운동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자리였다. 눈물이 양 볼을 타고 흘렀다.
오른손 검지로 재빨리 훔쳐냈지만 고스란히 영상에 찍혔다.
"여러분 모두가 자랑스럽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이었다. 감정이 대통령을 이겼다. 의외였다.
그는 전형적으로 냉철한 사람이다.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언제나 결연하고 침착하다.
의회 내 그의 최고 정적(政敵)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걸핏하면 눈물을 질금거려 '울보'라는 평판을 얻은 것과 큰 차이를 보였다.
그랬던 오바마가 눈물을 흘리고 목이 메는 숨김없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미국민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최선의 노력을 다한 승자의 눈물이기 때문이다.
그의 남성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민심은 패자의 눈물에는 엄혹하다.
1972년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로 나섰던 에드 머스키 상원의원은 부인 문제가 후보 탈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자신의 아내 관련 신문 기사들에 대해 구차한 변명을 하고 옹호하는 자리에서 눈물을 떨궜다.
오바마와 머스키의 눈물은 한 가지 중요한 까닭에서 달랐다.
머스키는 간절하고, 애처롭고, 더 나아가 남자답지 못했다.
반면에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의 눈물은 다시금 세계 최고 권력자 자리에 오른 그의 인간미와 겸손함을 내비친 것이었다.
앞서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도 눈물을 보였다.
모든 눈물에는 나름의 이유가 담겨있다.
오바마가 됐든, 한국 대선 후보들이 됐든 눈물을 훔치면서 그 눈물을 흘렸던 이유까지 닦아내버리면 안 된다.(1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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