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선 어떻게 연봉이 1조5800억원이나 될까?

헤지펀드 매니저 거액 연봉의 비밀
헤지펀드 年2% 고정수수료에 이익의 최소 20% 성과급 받아
한국은 성과급 받을 수 없어 스타급도 4억~6억 수준 불과

조의준 기자 joyjune@chosun.com
입력 : 2007.05.03 23:02 / 수정 : 2007.05.04 03:45

 

“적어도 연봉 10억원은 주셔야죠.”
최근 국내 한 투자기관이 미국 자산운용사에 근무하는 3년차 한국계 펀드매니저(자산운용가)를 스카우트하려 하자 내건 조건이다. 애국심에도 호소해 봤지만, 결국 스카우트에 실패했다.

이 투자기관 관계자는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매니저가 필요한데, 너무 비싸서 도저히 데려올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10억원도 미국에 비하면 푼돈 수준이다.

    미국 헤지펀드인 르네상스테크놀로지(자산규모 120억달러)의 펀드매니저인 제임스 시몬스(Simons)의 작년 연봉은

    무려 1조5800억원(17억달러)에 달했다고 미국의 기관투자가 전문지 ‘알파(Alpha)’가 최근 보도했다.

    미국인 평균 급여의 3만8000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헤지펀드란 원유부터 외환까지 돈이 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뛰어들어 고수익을 노리는 펀드. 2위인 케네스 그리핀(Griffin, 시타델 인베스트먼트 그룹)은 14억달러, 3위인 에드워드 램퍼트(Lampert, ESL인베스트먼츠)는 13억달러를 각각 한 해 동안 벌었다.

    헤지펀드매니저 수입 상위 25명이 지난해 벌어들인 돈은 무려 140억달러. 요르단이나 우루과이의 국내총생산(GDP)과 비슷하다. 도대체 이들은 어떻게 이런 천문학적 연봉을 받을 수 있을까.


    ◆비밀은, 수수료+수수료+수수료…= 헤지펀드는 극소수의 갑부나 투자기관들에만 판매되는데, 일반인 대상의 펀드(공모펀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수료를 떼는 것이 특징이다.

    헤지펀드는 수익이 나건 나지 않건 펀드 규모의 평균 2%를 매년 고정 수수료로 받고, 이익의 최소 20%를 성과급 수수료로

    또 떼간다.

    유명 헤지펀드일수록 이 비율은 더 높다.

    시몬스가 일하는 르네상스테크놀로지의 경우 5%가 고정 수수료이고, 성과급은 이익의 44%에 이른다.

    이 회사에서 운용하는 약 60억 달러 규모의 ‘메달리온 펀드’는 무려 8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17억달러에 달하는 시몬스의 연봉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연봉 뒤에는 그림자도 짙다.

    수익률로만 평가받는 이 시장에서는 어제의 스타가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미국에서 30억달러를 굴리는 한 한국계 헤지펀드매니저는 “예측과 반대로 시장이 움직이는 일은 셀 수 없을 정도고,

    대부분의 매니저가 손을 덜덜 떨거나 불규칙적인 혈압을 견디지 못해 수시로 약을 먹을 정도”라고 말했다.

  • ◆우리나라는?= 한국의 펀드매니저들은 미국과 같은 거액 연봉을 받을 수 없다.

    우선 한국에서는 각종 규제 때문에 거액 연봉자의 산실인 헤지펀드 자체를 만들 수 없다.

    또 일반인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공모펀드의 경우 펀드매니저가 성과 수수료를 받는 것이 금지돼 있다.

    따라서 평균 연 2.5% 정도의 일반 수수료만으로 펀드매니저 연봉을 커버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국내 펀드매니저의 연봉은 스타급인 경우에도 4억~6억원 선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거의 유일하게 성과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것은, 기업 인수·합병(M&A)을 전문으로 하는

    사모투자펀드(PEF)이다.

    헤지펀드처럼 소수에게만 판매되며, 1~2%의 고정수수료에 최대 20%의 성과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사모투자펀드매니저 중에서도 수십억원 연봉을 받는 스타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고 한다.

    2004년 12월에야 사모투자펀드가 도입돼 역사가 짧고 시장 규모도 작기 때문.
    국내 사모투자펀드로는 최근 MP3 제조기업인 레인콤에 600억원을 투자한 보고펀드나 샘표식품의 지분 30%를 매집한

    ‘마르스1호’(우리투자증권 계열) 등 25개가 있다.

    하지만 굴리는 자금이 2조5000억원으로 미국의 상위 헤지펀드매니저 몇 사람의 연봉 정도밖에 안 된다.
    국내 PEF의 한 펀드매니저는 “특히 한국은 성과급 지급을 꺼리는 투자문화 때문에 수십억원대 거액 연봉자가

    탄생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키워드>

    헤지펀드(hedge fund)
    소수(미국의 경우 100인)의 거액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버뮤다 제도와 같은 조세회피 지역에 본사를 설립한 뒤

    고수익을 노리고 주식부터 외환, 원자재, 심지어 축구 구단까지 돈이 되는 곳엔 어디나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가 대표적이다.

    사모투자펀드(PEF·사모투자전문회사)
    ‘Private Equity Fund’의 준말. 소수의 투자가로부터 자금을 모은다는 점에서 헤지펀드와 같지만, 주로 기업 인수·합병(M&A)으로

    돈을 번다는 점이 다르다.

    기업 경영권을 장악해 일정 기간 경영을 하다가 높은 값에 되팔아 고수익을 노린다.

    국내에선 외환은행을 인수한 미국계 론스타가 잘 알려져 있다.

    (조선일보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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