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시 에너지를 절약하는 10가지 보행기술

 

등산의 3대 기본기술인 에너지 보존-절약-생산기술이다. 이제 에너지 절약기술을 생각해 본다.

누구나 그렇지만, 팔팔하고 날렵했던 젊은 시절에는 산을 오르는 것이 그리 힘들지 않았을 것이다.

필자도 마찬가지여서 에너지를 절약한다는 개념이 없었고 오히려 하중훈련을 한다고 돌을 넣고 다니기까지 했다.

세월을 따라 온 몸은 조금씩 둔해지고 근력도 약해지는데 체중은 늘어만 가니, 어느새 종아리가 뻐근해지고 숨이 차기 시작해진 것 같다.

빠짐없이 매주 산을 오르고 있었으므로 단련이 돼야 마땅한데, 더욱 힘들어만 가니 자연스럽게

어떻게 하면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을까?라는 요령을 궁리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산을 힘들지 않게 오를 묘수는 없다.

다만, 힘을 절약하며 오르는 기술이 있는데, 이것이 에너지 절약기술이다.

결국 에너지를 절약하며 오르다 보면 힘든 고통이 적어지게 되어 마찬가지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은 과정이며, 힘들지 않는 것은 결실이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절약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산을 오르는 행위인 보행이며,

그 원리는 운동에너지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에너지를 절약하는 10가지 보행기술은 바로 오르는 힘을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에 대하여 기존의 보행기술에 필자만의 노하우를 보태 정리한 것이다.

 

무게를 줄인다.

 

등산은 중력투쟁(Fight Gravity)이다.

둥근 지구에 거꾸로 매달려도 떨어지지 않는 것은 지구중력이 우리를 잡아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표면을 수평으로 이동하는 일상생활의 보행은 중력의 저항이 없어 힘든 것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산을 오르기 위해 발을 올려 딛는 순간, 우리는 중력이 잡아당기는 힘과 맞서 싸우며 우리의 체중을 끌어 올려야 한다.

그래서 올라간다는 것은 비슷한 거리의 평지이동에 비해 몇 배나 많은 힘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중력투쟁에 사용되는 힘(에너지)은 신체의 무게에 비례하여 증가한다.

따라서 체중이 가벼울수록 힘은 적게 사용되기에 무게를 줄이는 것은 에너지절약에 있어 가장 근본이 되는 첫 번째 조건이다.

 

줄여야 하는 무게는 과도한 체지방만이 아니다.

모자, 등산복, 등산화, 배낭, 그리고 휴대하는 장비 등 우리가 짊어지고 올라가야 하는 모든 것에 대하여 무게를 줄이는 고민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 하나하나 마다 단 몇 십 그램의 무게를 줄여 합하면 몇 킬로그램은 간단히 줄일 수 있다. 다이어트를 통해 체중을 몇 킬로그램이라도 줄여 본 사람들은 등산 중 훨씬 몸이 가뿐해진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산에 오를 때마다 힘든 고통에 괴로운 사람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주 적은 부분이라도 무게를 줄이는 노력하면 즉시 효험을 볼 수 있다.

 

불필요한 것은 착용하지 않고, 가져가지 않고, 기왕이면 최대한 가벼운 등산복이나 장비를 선택한다.

최근 첨단소재가 발달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장비와 의류는 더 무거워지는 경향도 있다.

이것은 소비자들이 가벼운 장비에 대한 인식과 요구가 부족한 것도 원인이다.

신체가 우선 가벼워야 산을 잘 오를 수 있듯이, 등산장비와 의류도 첫 번째 조건은 가벼워야 한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장비를 가져가지 않는 방법으로 다음과 같이 생각해보기 바란다.

이것을 가져가지 않으면 내가 산에서 생명을 유지하는데 문제가 되는가?

 

불필요한 움직임을 없앤다.

 

출발지점에서 정상까지 가장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며 오르는 방법은 이론적으로 최단거리의 경사를 따라 흔들거림 없이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오르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오르는 행위는 등산로의 요철에 따라 신체가 좌우와 아래위로 흔들거리며, 옷자락과 배낭 그리고 배낭에 매단 작은 액세서리까지 흔들린다. 흔들거리는 만큼 에너지는 낭비된다.

우선 옷차림을 공기저항이 적도록, 옷자락이 흔들거리지 않도록 날렵하게 한다.

배낭은 자신의 등판에 밀착하여 한 몸이 되도록 하고, 배낭 안의 짐이 흔들거리지 않도록 한다.

배낭 외부의 부착물도 최소화하고 잘 고정한다.

  

누적되어 큰 차이를 낸다.

 

몸을 심하게 허둥대거나 흔들지 말아야 하며, 전진하며 올라가는 라인도 가장 효율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또한 등산로는 오르막이더라도 부분적으로 울퉁불퉁한 요철을 이루고 있다.

매 발걸음이 이 작은 요철을 오르내리게 되면 올라가는 길이가 연장되고 에너지가 더 많이 소모된다.

작은 요철의 오르내림을 없애는 방법으로 마치 징검다리를 건너가듯이 한다.

요철의 아래 부분에 내려서지 않고 지나가는 것이다.

 

효율적인 이동라인을 따라 올라가는 요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선이다.

우리가 평지를 걸을 때 시선을 어디에 두는지 생각해 보자.

발밑을 보지 않고 조금 멀리 5~10m 정도에 둔다.

등산을 할 때도 마찬가지로 멀리 두어야 한다.

시선을 발 밑에만 두면 앞에서 펼쳐지는 지형에 따른 신체의 반응이 늦어진다.

우리 몸은 시선을 멀리 두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는 효율적인 이동라인에 맞게 자동으로 움직여 준다.

 

발바닥 전체로 딛는다.

 

걸음은 발바닥 전체를 사용해서 디뎌야 힘이 가장 적게 들어간다.

당연한 얘기지만, 험하고 울퉁불퉁한 산길을 오르다 보면 발끝만을 딛고 올라가는 경우도 많다.

발끝만을 사용해서 올라가는 동작과 발바닥 전체를 사용해서 올라가는 동작은, 계단에서 간단히 비교해 보면 힘이 소모되는 차이를 금방 알 수 있다.

발끝만 딛고 올라가면 심하게는 몇 배의 힘이 더 들어간다.

발바닥 전체를 편하게 딛는 것이 용이하지 않은 등산로에서 무심코 발끝을 자주 사용하며 오르다 보면 체력을 더 빨리 소모시키게 된다.

그렇다면 발바닥 전체를 사용하는 특별한 기술이 있는가?

요령은 간단하다.

 

가급적 발바닥 전체를 사용하도록 가벼운 노력을 해 주는 것이다.

조금만 신경을 써서 가급적 전체를 딛을 수 있는 곳을 골라 딛는다.

어떤 사람들은 보행기술에서 걸을 때 발끝과 뒤꿈치 중 어느 쪽이 먼저 닿는 것인가에 대하여 관심이 많다. 그러나 이 점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보통 보행은 뒤꿈치가 먼저 닿는다.

그러나 험하거나 경사가 심한 곳에서는 오르내릴 때 모두 발끝이 먼저 닿는 경우도 있다.

어느 쪽이 먼저 닿는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한마디로 우리가 인지하지 않는 상태에서 본능적으로 발이 알아서 해 준다.

그래도 의문이 간다면 당신의 발을 유심히 관찰해 보라.

 

발끝-무릎-명치를 일치시킨다.

 

걷는 것, 올라가는 것은 똑바로 전진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발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살펴봐라.

왼발, 오른발 좌 우측으로 갈지(之)자 형태로 무게중심으로 이동하며 전진하고 있다.

한걸음마다 몸의 무게중심이 내딛는 발 쪽으로 완전하게 이동된 다음, 다른 발을 내딛고 다시 무게중심을 그 쪽으로 이동시킨다.

몸은 분명히 좌우로 이동하며 전진하지만, 사람들은 보통 좌우이동을 의식하지 못하고 똑바로 전진하는 것으로만 생각한다.

무게중심을 일치시키는 우리의 보행동작을 유심히 살펴보면 매 걸음마다 발끝-무릎-명치가 지구 중력방향과 수직으로 정확히 일치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직립보행의 이점을 살리기 위한 것이다.

척추와 다리뼈로 이어지는 무게중심의 축이 중력방향과 일치되면 힘을 쓰지 않고도 서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신체는 이런 상태가 되어야 넘어지지 않고 서 있을 수 있으며, '몸의 균형을 잡는다'라는 것은

바로 이것을 말하는 것이다.

일치되지 않으면 그만큼의 체중이 지구 중력의 힘을 받아 쓰러지려고 하며, 몸은 이에 대항하는 힘을 사용하게 된다.

어떤 물건이 중심을 잡아 똑바로 서있는 상태와 한쪽으로 쓰러지려는 상태를 상상해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따라서 무게중심을 지구 중력방향과 수직으로 일치시키지 않으면 불필요한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고, 낭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발끝-무릎-명치를 일치시키지 않는 잘못된 보행습관의 대표는 발끝이 약간 바깥쪽으로 향하는 8자 걸음이다.

간단한 실험으로 8자 걸음의 에너지 낭비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의자 정도 높이로 올라서는데, 발끝-무릎-명치를 정확히 일치시키고 일어서보고, 다음에는 발끝을 약간 바깥으로 벌린 채 무릎-명치만 일치시킨 다음 일어서보자.

힘든 차이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고, 심하게 벌리면 일어서지지 못하는 정도가 된다.

평소 8자 걸음 습관을 가진 사람들은 힘을 더 많이 사용하며 산을 올라가는 것이다.

같이 올라가며 유난히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발걸음을 관찰해 보자.

8자 걸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치시키는 원리는 무릎과 명치에도 같이 적용된다.

평지보행에서는 무릎이 무게중심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드물지만, 오르막에서는 무릎도 바깥으로 벗어나는 습관을 가진 사람도 있다.

정상적인 사람도 경사가 급해지면 무릎이 벗어나기도 하며, 암벽 등반기술 중 초보자들이 슬랩 등반을

할 때도 이 같은 증상이 일어나는데, 무릎을 안쪽으로 넣도록 지도하는 것만으로도 힘을 적게 사용하며

잘 올라가게 할 수 있다.

오르는 동작에서 가슴 중심부인 명치가 바깥으로 벗어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뒤쪽으로 조금 빠진 상태에서 일어서는 경우가 많은데, 역시 다리근육이 더 많은 힘을 사용하게 만든다.

 

레스트 스텝

 

레스트(Rest)는 '휴식'이란 뜻이다.

오르는데 가장 고생을 많이 하는 근육은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이다.

이 근육들은 혈액으로부터 에너지와 산소를 공급 받아 수축과 이완운동을 되풀이 하는데, 오르는 동작이 연속되고 운동부하가 커지면 이 근육들은 쉴 틈이 없어 피로가 누적되어 더욱 힘들어지고, 에너지 효율도 떨어진다.

이렇게 지친 근육에 짧은 휴식을 주는 방법이 바로 레스트 스텝이다.

근육운동은 강도와 빈도에 따라 산소와 에너지의 사용량이 달라지는데, 운동의 강도가 이것들의 공급한계를 넘어서거나, 회복할 여유가 없이 수축과 이완의 빈도가 빨라지게 되면 피로물질인 젖산 등이 쌓이면서 근육통을 느끼게 된다.

 

근육통은 운동을 멈추거나 강도와 빈도를 낮추라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레스트 스텝(Rest Step)의 기본 원리는 연속되는 운동에서 근육이 피로를 풀고 산소와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반복되는 수축이완 운동의 사이사이에 여유시간을 잠깐씩 두는 것이다.

이것은 몇 초 동안 멈춰 서서 호흡을 가다듬고 쉬는 휴식과는 다르다.

반복적으로 오르는 연속동작 중의 자세로서 짧은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레스트 스텝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잘못된 오르막 보행 자세를 교정해 주어야 한다. 올라갈 때 뒷다리(아랫다리)의 무릎 관절이 다 펴지기도 전에 위쪽 발에 힘을 주고 일어서는 것은

잘못된 자세다.

이런 습관을 가진 사람은 의외로 많다.

이것은 앞서 설명한 무게중심을 중력방향에 수직으로 일치 시킴으로서 얻어지는 하중감소의 효과가 없어 훨씬 더 많은 힘이 소모된다.

근육 또한 완전한 이완을 못하고 긴장상태가 계속되어 피로가 심해진다.

교정방법은 쉽고 간단하다. 아래쪽 뒷다리의 무릎관절을 쭉쭉 곧게 펴주면서 뼈로 서는 동작을 취하며 올라가는 것이다.

 

이제 레스트 스텝을 적용해 보자.

올라가는 동작은 다리를 구부려 위로 올린 다음, 펴고 일어서는 동작을 할 때, 다른 다리를 구부려 위로 올리고 일어서는 동작의 반복이다.

일어서는 동작을 하면 앞으로 올려 진 다리는 어느새 뒷다리가 된다.

이 뒷다리의 무릎관절을 펴고 뼈로 서있는 잠깐 동안에 근육의 휴식시간을 주는 것이다.

이 시간은 보통 0.3초 정도가 적당한데, 경사도와 신체의 컨디션에 따라 0.5초에서 1초 정도가

될 수도 있다.

 

그림과 같이 왼쪽다리를 위로 올렸다면, 올려 진 왼쪽다리는 긴장을 풀고 힘을 완전히 빼서 근육에 휴식을 준다. 이때 오른다리는 무릎을 펴고 뼈로 서서 체중을 지탱하는 힘이 들어가지 않도록 한다.

위로 올려 진 왼쪽다리의 근육이 더 많은 휴식을 취할 수 있고, 곧게 펴있는 오른다리에도 어느 정도 휴식을 줄 수 있다.

오른발을 올렸을 때도 발만 바뀌었지 방법은 동일하다.

 

이 동작에서 호흡의 리듬도 같이 맞추어 주어야 한다.

보통 호흡은 힘을 쓸 때 들여 마시고 힘을 풀 때 내쉰다.

따라서 올려 진 다리의 근육에 힘을 주며 펴서 몸을 위로 올리는 동작을 할 때 호흡을 들여 마신다.

동시에 반대 발을 구부려 위로 올리는데, 올려 진 발을 내려놓고 잠시 멈출 때 호흡을 내쉰다.

한 발씩 일어설 때 마다 호흡을 들여 마시고, 내 쉬고를 반복하면 발걸음과의 리듬도 잘 맞고,

레스트 스텝의 효과도 높일 수 있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생각을 하며 천천히 몇 번 연습을 해야 한다. 

 

- 원종민의 등산교실에서 [코오롱등산학교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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