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하는 젊은이들
프랑스인들은 사람을 만났을 때, 비주(Bisou)라는 인사를 합니다.
이는, 서로 양쪽 뺨을 번갈아 대고 입으로 '쪽'소리를내는 인사법입니다.
각 나라별로 인사법이 얼마나 다양한지, 뉴질랜드 마오리 족은 우선 악수를 하고, 손을 잡은 채 마주보고 코를 두 번 마주치는데,
세 번 마주치면 청혼의 뜻이라고 합니다.
(실수로 싫어하는 이성에게 잘못 걸려 코를 세 번 마주치기라도 하는 날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을 듯 하네요.)
북극의 에스키모인들은, 손님이 왔을 때, 밤에 자신의 아내를 손님의 방에 넣어 드리는 것이 최고의 예우라고 합디다.
미국인들은 악수나 포옹을 하고, 라틴계 어느 나라에선(남미) 상대방의 등을 때리며, 아프리카 마사이족은 반갑다는 표시로
상대방의 얼굴에 침을 뱉기도 한다니 인사법의 다양성은 이루 다 나열할 수 없을 정도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하긴, 합장을 하는 태국의 인사법이나 상체를 깊이 숙여 인사하는 우리나라 인사법도 서양인들의 눈엔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겠죠.
아무튼 나라마다 인사를 나누거나 손님을 접대하는 법이 다양해서, 딱히 어떤 방법이 더 친밀하고 좋은 인사법이라고
잘라 말할 수가 없을것 같습니다.
제가 살았던 부룬디라는 나라에선 비주와 함께 악수를 하는데, 그 악수법이 독특합니다.
자신의 손을 상대방의 손에 가까이 가져가서 악수를 청하는게 아니더군요.
우선, 팔을 높이 듭니다. 그리곤 손을 자신의 어깨나 머리 위치에서 부터 출발시킵니다.
(대체로, 악수를 청한쪽은 위에서 출발하고 상대방은 옆에서 출발하게 됩니다.)
출발한 손은 점차 빠른 속도로 아래로 내려와 상대방의 손과 마주하게 되는데, 이 때, 때리는건지 손뼉을 치는건지,
아무튼 '찰싹'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맞부딪치며 악수를 합니다.
일단 손을 잡으면 세차게 서너 번을 흔들고, 그 후, 서로 상대방의 엄지 손가락을 자신의 손바닥 전체로 감싸 쥐고 또 흔듭니다.
박장(拍掌) 소리가 클 수록, 쎄게 흔들수록, 오래 흔들수록, '아~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는구나' 라고 인식을 한다고 해요.
타인이 한 대 팰 기세로 손을 치켜들고 나에게 돌진한다면 그건 악수를 하자는 뜻이니 오해하시지 마시길...
참 재미있죠?
그렇게 악수를 한 뒤, "어떻게 지내느냐? 가족은 평안하냐? 부모님은 건강하시고? 자녀들은? 당신 친척들은? 당신의 가축들 중에 소는? 양은? 염소는? bla~ bla~ bla~ etc. " 하고 인사를 합니다.
가족이나 가축이 많을 경우, 인사만 30분 이상을 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변화 싸이클이 짧고 모든 게 바쁘게 돌아가는 한국 사회에서는 생각도 못할 일이죠.
다시, 프랑스인들의 인사법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비주, 즉 뺨을 대고 인사를 할 때, 오른쪽 뺨을 먼저 대고 그 다음 왼쪽 뺨을 댑니다.
그러나 프랑스 남부 지역에선 그 반대인 곳도 있습니다.
그래서 뜻하지 않게 '뽀뽀(^^)'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요.
제가 그랬거든요. ㅠㅜ;;
Paris 에 살다가 프랑스 남쪽의 Albertville (알베르빌) 로 이사를 갔을 때였습니다.
Albertville (알베르빌)은 알프스 산자락에 위치한 도시로서 1992년에 제 16회 동계 올림픽이 개최된 곳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 당시 저는, Paris의 비주 습관에 젖어 있던 터라 Albertville (알베르빌)의 관습에 익숙지 않았습니다. 아니, 전혀 몰랐죠.
'같은 프랑슨데 무슨 별 다른 풍습이 있겠나' 싶기도 했구요.
근데 중요한 한가지가 달랐습니다.
비주의 방향이었습니다.
저는 오른쪽 뺨을, 상대방은 왼쪽 뺨을 동시에 갖다 대는 통에 서로 박치기(?)를 해 버렸습니다요.
본의 아닌 뽀뽀를.... 흐미....
한번은 벨기에 사람과 비주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두 번이나 네 번(친한 경우)의 비주를 하는 프랑스인들과는 달리, 벨기에인들은 오른쪽-왼쪽-오른쪽, 이렇게 세 번을 한답니다.
(물론, 그 땐 몰랐죠.)
저는 두 번만 하고 끝냈는데 그 분이 세번째 비주를 하려고 얼굴을 들이댔습니다.
제가 뒤로 확~ 물러서는 바람에 그 분의 얼굴은 사정없이 허공을 헤매더군요.
저 보다도 오히려 그 분이 얼마나 무안해 하던지...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제 얼굴도 화끈거리더군요.
여행을 하기에 앞서, 그 곳의 풍습과 관례를 잘 숙지하고 가는게 민망한 일을 줄이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니면, 눈치가 끝내주게 빠르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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