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인근에서 식음료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이른바 ‘식자재 마트’가 불황의 틈을 뚫고 연일 매출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국내 식자재 마트 중에서도 ‘빅3′ 업체들의 경우엔 지난 10년 사이 매출이 2~3배씩 늘었다.
무료 배송으로 무섭게 시장을 넓혀온 이커머스에 치여 국내 대형 마트는 잇단 실적 하락을 겪어왔다.
반면 식자재 마트는 가격 경쟁력을 충분히 활용해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식당이나 단체 위주로 식자재를 공급하던 식자재 마트가 저렴한 가격으로 일반 소비자에게까지 소문이 났고, 최근엔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을 대거 흡수한 덕이다.
최근엔 쿠팡이나 컬리 같은 이커머스 업체들처럼 새벽 배송까지 시작하면서 그 영역을 더욱 넓히고 있다.
<식자재왕도매마트 수원 호매실점을 찾은 소비자들이 신선 식품 코너에서 장을 보고 있는 모습.
초저가 할인과 24시간 영업으로 식당 업체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까지 식자재 마트를 찾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21년까지 전국에 1743개의 식자재 마트가 운영됐었다.
현재는 이보다 더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를 합친 370여 개보다 훨씬 많다.
5일 장보고 식자재 마트에서 30구짜리 계란 한 판 가격을 살펴봤다.
6600원으로, A 대형 마트에서 내놓는 ‘최저가’ 상품 7680원보다 저렴했다.
최근 식자재 마트가 매입하는 농수축산물은 이처럼 대형 마트가 자랑하는 최저가 상품보다 싼 경우가 적지 않다.
식자재 마트 대부분이 산지서 직매입해 운송비와 보관비를 절감하고, 농수산품을 직접 당일에 현금으로 구매해 도매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가져올 수 있어서다.
‘미끼 상품’으로도 소비자를 유혹한다.
한 식자재 마트 전단을 보면 ‘순두부 450원’ ‘배추 500원’같이 초저가 미끼 상품을 볼 수 있다.
식자재 마트는 대형 마트와 달리 마트 주인이 개별 품목 가격을 일일이 조절할 수 있다.
식자재 마트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바로 찾을 만한 물건들은 초저가로 올려두고, 나머지 상품들은 대형 마트보다 100~200원씩 비싸게 받는 구조”라고 했다.
농수산업 이해도가 높은 식자재 마트 경영인들이 대형 마트와 달리 당일 현금으로 매입하고 정산하는 구조를 활용해 도매가격에서 더 많이 할인을 받기도 한다.
물류 비용도 적게 든다.
대형 마트는 농수산품을 구입한 뒤 중앙 물류 창고로 이동시키고 창고에 보관했다가 각 점포로 다시 내려보내는 중앙 물류 시스템이다.
반면 식자재 마트는 산지에서 직매입해 마트에서 파는 식이라 유통 및 보관 비용이 절감된다.
대형 마트가 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한 정부 규제에 밀리고,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에도 치이는 사이 식자재 마트가 그 틈새를 활용해 성장한 측면도 있다.
식자재 마트는 사실상 준대규모 점포로 볼 수 있지만, 매장 면적 3000㎡ 이상 대형 마트가 아닌 데다 대형 마트가 개설한 기업형 수퍼마켓(SSM)도 아니어서 유통산업발전법상 규제 대상이 아니다.
그 결과 대형 마트의 영업 시간 제한(밤 12시부터 오전 10시)도 받지 않고, 의무 휴업일도 따로 두지 않아도 된다.
매출은 덕분에 계속 성장세다.
국내 최대 식자재 마트로 꼽히는 식자재왕 마트는 지난 2020년 공시를 시작했는데 그해 4545억원에서 2023년 8936억원으로 늘어났다.
장보고 식자재 마트와 세계로 마트도 각각 2013년 1576억원에서 2023년 4528억원, 2013년 560억원에서 2023년 1252억원으로 각각 늘었다.
대기업들도 식자재 마트 인수에 눈독들이고 있다.
원재료의 수급·생산, 가공식품 제조를 넘어 유통·판매·단체 급식까지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마련할 수 있어서다.
올해 식품기업 사조그룹은 식자재왕 마트를 운영하는 푸디스트를 2500억원에 인수했다.
SPC는 자회사 SPC GFS를 통해 ‘몬즈컴퍼니’를 흡수 합병했다.(241206)
☞식자재 마트
음료와 식료품을 주로 취급하는 1000㎡(300평) 이상 3000㎡(907평) 미만의 유통 매장을 일컫는 말(대형 할인점 계열사 제외).
유통산업발전법은 매장 면적이 3000㎡를 넘길 경우엔 대형 마트로 분류한다.
대형 마트보다 점포 면적이 작아 현행법상 밤 12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이 금지된 대형 마트와 달리 24시간 영업할 수 있다.
월 2회 의무 휴업 없이 ‘연중 무휴’로도 운영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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