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5Q] 이스라엘 폭격에 600명 숨진 레바논, 대통령 2년째 없다

한때 '중동의 진주' 왜 이런 혼란 맞았나

 


이스라엘이 사흘째 레바논 이슬람 무장 단체 헤즈볼라를 겨냥한 대규모 공습을 이어가면서 긴장이 최고 수위로 치닫고 있다. 
이스라엘은 23일 레바논 전역을 공습해 헤즈볼라 시설 1600곳을 타격한 데 이어, 24일에도 수도 베이루트를 비롯한 각지에서 공격을 이어갔다. 
이번 공격에 따른 사망자는 600명에 육박한다. 
헤즈볼라도 이번 분쟁 후 처음으로 이스라엘 최대도시 텔아비브를 공격했다. 
25일 오전 텔아비브의 모사드(이스라엘 해외 정보 기관) 본부를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했고 이스라엘은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이스라엘 언론들은 군 관계자를 인용해 레바논으로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고 전했다.

 

 

<레바논의 이슬람 무장단체 헤즈볼라 대원들이 10일(현지 시각) 남부 케르베트 셀렘 마을에서 이스라엘의 포격으로 사망한 동료의 장례식에 참석해 깃발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레바논은 지중해에 접한 아름다운 환경에 이슬람교와 기독교가 공존하는 독특한 문화로 ‘중동의 진주’로 불렸던 나라다. 
하지만 절체절명 위기 속에서 국민을 다독이고 군을 통솔해야 할 대통령은 2년째 공석이고, 레바논 정부는 아무런 역할을 못 하고 있다. 
레바논이 어떻게 이런 상황에 이르렀는지 문답으로 정리했다.

 

 


<22일(현지 시각) 레바논 남부 집킨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발생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의 교전을 벌였다>



육군(7만명)과 해·공군(각 1만5000명)으로 구성된 정규군이 있다. 
그러나 내전과 테러를 겪으면서 해체 수준으로 약화됐다가 1990년대 이후에야 재건에 나서는 등 부침을 겪었다. 만성적인 예산 부족으로 전력 강화가 지지부진했고 선진국의 무상 지원 등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 
4만~5만 병력과 최신 무기로 무장한 헤즈볼라 전력에 크게 못 미친다. 
군이 제 역할을 못 해 국가 안보의 상당 부분을 유엔군에 의탁하고 있다. 
1978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력 충돌 격화로 레바논 남부 치안이 악화되자 유엔 결의로 레바논 평화 유지군이 창설됐다. 
한국(동명 부대) 등 각국에서 보낸 1만여 명이 주둔하고 있다.


◇Q2. 레바논 대통령은 왜 없나

레바논의 복잡한 정치 시스템 때문으로 2년째 선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레바논의 권력 구조는 기독교와 이슬람 종파들에 골고루 분배되어 있다. 
국가수반이자 군 최고 사령관인 대통령은 6년 단임이다. 
1943년 프랑스로부터 독립 때 정한 종파별 권력 배분 원칙에 따라 대통령은 기독교 중에서 신도 수가 가장 많은 종파인 마론파에서 뽑기로 했다. 
내각을 이끄는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에서, 국회의장은 이슬람 시아파에서 배출하는 식으로 권력을 나눈 것이다. 대통령은 의회 선거를 통해 전체 의석수(128석)의 3분의 2 이상 득표한 인사가 선출된다.

전임 미셸 아운 대통령의 임기가 2022년 10월 끝나고 후임자를 뽑기 위한 의회 투표가 열두 차례 열렸지만 번번이 필요 득표수를 채우지 못했다. 
입후보 인사들에 대해 이해관계가 제각각인 정파별로 지지가 분산되어 압도적 다수 지지를 얻는 후보가 나오지 않은 것이다. 
원내에 13석을 확보하고 있는 헤즈볼라의 돌발 행동도 혼란을 줬다. 
그간의 관례를 깨고 자신들이 지지하는 독자 후보를 출마시켜 선거를 더 혼전으로 몰고 갔다. 
레바논의 대통령 장기 공석 사태는 처음이 아니다. 
2014년 5월 미셸 술레이만 대통령이 퇴임한 다음에도 2년 5개월간 대통령을 뽑지 못했다.

 

 


<유엔 레바논평화유지군(UNIFIL) 대원들이 정찰을 하고 있다.>



◇Q3. 왜 이렇게 복잡한가

레바논의 복잡한 역사와 지정학적 환경 때문이다. 
레바논은 16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는 이슬람계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았다. 
이후에는 기독교세가 강한 프랑스의 통치를 받다 1943년에 독립했다.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에 이슬람교 신자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은 다른 중동 국가와 달리 이슬람과 기독교의 비율이 50대41로 반반에 가깝다. 각 종교도 서로 다른 종파들로 얽혀 있다. 
이 때문에 독립을 앞두고 각 정치 세력과 종파의 합의를 통해 지금의 권력 분점 체계인 ‘국민 합의(National Pact)’를 만들었다. 
별도의 법 규정이 있진 않지만, 마땅히 지켜야 할 불문율로 준수돼왔다. 
의회의 경우엔 의석수가 기독교와 이슬람교에 절반(64석)씩 있다. 
의회 부의장과 부장관직은 기독교 중에서도 그리스 정교회, 군 최고 지휘부는 이슬람 시아파의 분파인 드루즈에서 보통 나온다.


◇Q4. 이 시스템의 장점도 있나

이슬람과 기독교의 평화 공존을 꾀하는 개방적인 국가로 널리 알려지면서 서방과의 교류가 활발하고 투자도 잇따랐다.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와 아름다운 풍경 때문에 휴양지로도 사랑받았다. 
수도 베이루트는 ‘중동의 파리’로 불리며 1970년대 중반까지 중동 최대의 금융 중심지였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 들어 이란 친서방 왕정의 붕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력 충돌 격화 등으로 중동 정세가 급속하게 악화하면서 레바논의 정치 시스템은 오히려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고질적인 정치권력·종파 간 갈등으로 중앙정부의 힘이 빠지면서 이스라엘·시리아·이란 등 인접국의 패권 다툼에 휩쓸린 것도 문제였다. 
1980년대 들어 베이루트 미국 대사관 폭탄 공격(1983년) 등 서방 겨냥 테러가 잇따랐고, 2000년대 이후 헤즈볼라의 근거지 남부가 여러 차례 이스라엘 공격을 받았다.

 

 


<이웃 나라로 탈출하는 레바논 피란민들 - 24일 시리아 다마스쿠스 근처 국경 지대에서 레바논을 빠져나온 피란민들이 지친 표정으로 쉬고 있다. 이들이 기대 앉은 차엔 짐이 가득하다. 
레바논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무장 단체 헤즈볼라를 상대로 하는 이스라엘의 대규모 폭격이 계속되자 이웃 나라 시리아로 탈출하려는 레바논 피란민들의 행렬도 끊이질 않고 있다.>



◇Q5. 앞으로 전망은

레바논 정부와 정부군이 힘을 쓰지 못하면서 1982·2006년에 이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세 번째 전면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외교·안보 연구소 애틀랜틱카운슬은 “헤즈볼라가 레바논 북부로 철수하지 않을 경우 이스라엘이 기갑 부대와 포병, 특수부대를 동원해 지상 침공을 감행할 수 있다”고 했다. 
헤즈볼라 거점인 레바논 남부뿐만 아니라 수도 베이루트에서까지 전투가 벌어지면서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악의 경우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이 전쟁에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24일 “헤즈볼라가 최근 이란에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 공격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현재까지 이란은 이스라엘에 직접적인 군사행동을 실시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알려졌다. 
유엔총회 참석 중인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23일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확전을 노리지만, 이란은 그 덫에 걸려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맞붙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총력 외교전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24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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