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때 집값 불안이 절정에 달했던 2021년을 지나 2022년부터 2년여간 잠잠하던 서울 아파트 시장이 최근 다시 들썩이고 있다. 
정부 집계 통계로 아파트값 상승세가 석 달째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 곳곳에서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는 아파트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매매 가격의 선행 지표인 아파트 전셋값이 1년 넘게 오르는 데다가 하반기 중 금리 인하가 시작될 가능성이 커 아파트 매수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2020~2021년과 같은 ‘패닉 바잉’과 ‘미친 집값’ 현상이 다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한국부동산원 집계로 이번 주(17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15% 오르며 13주 연속 상승세다. 
오름 폭은 2021년 11월 첫 주(0.15%) 이후 2년 7개월 만의 최고치다. 
실제 거래만 집계하는 실거래가지수로도 서울 아파트값은 올해 1월(0.21%)부터 5월(0.76%)까지 5개월 연속 올랐다.

 

 




다만, 지역별 온도 차는 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마포·성동·용산 등 한강변 인기 지역에선 역대 최고가 거래가 잇따르고,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다. 
서울 송파구 ‘트리지움’ 전용 59㎡는 최근 19억7000만원에 팔려 2021년 최고가(19억4500만원)를 뛰어넘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외곽 지역에선 아직 급매물이 아니면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분위기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 상승의 원인으로 대출 금리가 1~2년 전보다 상대적으로 낮아진 것이 꼽힌다. 
2022년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6~7%대까지 치솟았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지금은 4% 전후로 내렸다. 
또 1월 말부터 출시된 신생아 특례대출로만 6조원가량이 풀리는 등 정책대출을 활용하는 수요도 많아졌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57주 연속 오르는 탓에 전세 수요 일부가 아파트 매수 시장으로 옮겨오는 것도 가격 상승 요인이다. 
전셋값이 매매 가격보다 먼저 뛰면서 작년 4월 50.8%까지 빠졌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53.4%로 올랐다.


여기에다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에 대한 기대감까지 겹치면서 서울에서 ‘똘똘한 한 채’를 장만하겠다는 심리가 확산하는 것도 아파트값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 서울 집값이 오르면 경기도와 인천으로 수요가 옮겨가면서 수도권 주택시장 전체가 과열되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최근 시장 상황은 그런 분위기까지 감지되는 수준은 아니다. 
이번 주 경기(0.02%), 인천(0.06%) 아파트값이 오르긴 했지만, 상승 폭은 3~4주째 그대로다.

 

 




하지만 서울에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서민 주거지에서도 아파트값 상승세가 본격화하면 수도권 주택 시장까지 불안해질 가능성도 있다. 
내년 경기도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올해보다 40% 급감하는 것도 전세 시장과 매매 가격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내년엔 경기도 전셋값이 부동산 시장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청년층이 무리한 대출이나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패닉 바잉’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나오지만, 부동산 전문가 사이에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2021년 전후 나타났던 패닉바잉은 공급 절벽이라는 시장 왜곡으로 말미암은 것인데, 지금 정부는 기본적으로 공급 확대 기조여서 수요자들의 불안 심리가 덜하다”고 말했다.


서울 집값이 앞으로 얼마나 오를지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지만, 2022년과 같은 폭락은 없을 것이라는 데 대다수가 동의한다. 
적정 수준의 대출을 활용해 실거주할 집을 매수하기에는 좋은, ‘바닥’에 가까운 시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무리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많다. 
권영선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60%를 밑도는 전세가율과 시장 분위기 등을 감안할 때 아직 본격적인 상승장에 돌입했다고 판단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성급한 추격 매수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24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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