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서 일종의 ‘미니 골프’를 즐기는 시설인 파크골프장이 인기를 끌면서 이를 둘러싼 갈등이 늘어나고 있다. 파크골프장은 광역·기초 단체가 만든 공공시설이지만, 특정 동호회나 협회가 이를 사유화하는 일이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동호회·협회 소속이 아니면 골프장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로 인해 이용객들 사이의 갈등이 커지자 파크골프장을 무료로 개방한 여러 지자체는 유료화 전환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의 A 파크골프장에서 이용객들이 파크 골프를 치고 있는 모습. 
파크 골프는 공원처럼 비교적 작은 공간에서 즐기는 일종의 미니 골프다. 
이날 A 파크골프장은 평일임에도 예약이 마감되어 있었다.>

 


지난달 말 용산 대통령실 정문 앞에서는 서울의 A 파크골프장 동호인 자치회 소속 40여 명이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자신들이 10여 년 동안 파크골프장을 사실상 운영해 왔다며, 시가 운영 중인 A 파크골프장의 운영권을 자신들에게 넘기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통령실뿐 아니라 서울시청 앞에서도 시위를 벌였다.


동호인들이 시위에 나선 이유는 올해부터 서울시가 A 파크골프장에 관리 직원 3명을 파견해 골프장 직접 관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의 파크골프장인 이곳은 그동안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이용해 왔다. 
하지만 이곳의 ‘파크동호인 자치회’가 자신들이 골프장 관리를 한다는 명목으로 이용객들에게 골프장 사용료를 받았다고 한다. 
이들은 골프 장비를 팔거나 돈을 받고 골프 레슨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서울시는 올해부터 관리 직원을 파견해 ‘직접 관리’에 나섰다.


하지만 자치회 측은 서울시의 파크골프장 직접 관리를 ‘갑질’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19년 동안 우리가 파크골프장을 관리해 왔다”며 자신들의 소유권을 일정 부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시설물을 사실상 사유화해 온 것”이라며 “자치회 측에서 현장 관리 직원들에게 폭언까지 하고 있다”고 했다.

 

 




파크골프장을 둘러싼 갈등이 커진 건 최근 파크 골프 인구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대한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2017년 1만7000명 수준이었던 파크골프협회 회원은 2022년 10만6000명으로 6배 이상으로 늘었다. 
협회에 소속되지 않은 사람을 고려하면 파크 골프를 즐기는 인구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기준 전국 파크골프장은 361곳이고, 서울은 11곳이었다. 대부분 하천 변에 만들어졌다. 
특정 단체가 파크골프장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오랜 기간 독점해 갈등이 시작된 경우가 많다. 
파크골프장은 ‘하천 정비’ 등을 할 때만 지자체가 정비해 왔기 때문에 지역 동호회·자치회 등이 세부 관리를 자청해 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 중 상당수가 사실상 골프장을 자신들의 소유처럼 취급하게 됐다고 한다.


경기 광주시의 B 파크골프장은 특정 협회 회원이 아니면 이용하지 못한다고 한다. 
협회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회비를 낸 뒤 명찰을 받아야 경기에 참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시민 김모(62)씨는 “명찰을 달지 않은 비회원은 이용을 못 하게 하고 있다”며 “시민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임에도 특정 단체가 회비를 강요하고 시설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최근 광주시는 “하천 변에 있는 파크골프장의 수해가 우려돼 골프장을 정비해야 한다”며 시민들에게 운영 중단을 예고했는데, 협회 측은 이와 같은 방침에도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회 회원들은 “공사가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동안 우리는 어디로 가서 골프를 쳐야 한다는 것이냐”며 “광주시를 상대로 단체 행동도 불사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전북 전주의 C 파크골프장에서도 이용객 간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전주 시민 박모(63)씨는 “한 동호회가 연회비 12만원을 강요하고 있으며 가입하지 않은 시민들을 골프장 이용에서 배제하고 있다”고 했다. 
전주시는 “전주시설관리공단에 위탁 운영을 맡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문제가 계속되자 기존 무료 운영 방침을 철회하고 파크골프장을 유료화한 지자체들도 나왔다. 
대구 달성군은 무료로 운영해 온 관내 파크골프장을 유료화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달성군의회 측은 “파크골프장 연회비, 등록비 등을 둘러싼 불화를 없애자는 취지”라며 “일부 단체가 파크골프장에 시설물을 무단 설치·증축한 사례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근의 고령군과 밀양시 등도 비슷한 문제로 최근 파크골프장 유료화를 추진한 바 있다”고 했다.(23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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