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정체성을 규정해온 애국심, 종교, 자녀양육 같은 전통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카고대 여론조사센터(NORC)와 공동으로 이달 초 미 전국 성인 1000여 명을 상대로 실시한 가치관 여론조사를 지난 27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지난 23일 미 캘리포니아 LA에서 교직원 노조가 봉급 인상 등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거리시위를 벌이고 있다.
미국의 정치 분열과 경제 불안이 심화되면서 애국심, 공동체 참여, 종교, 자녀양육 같은 과거 미국을 통합해온 핵심 가치관에 대한 인식이 급감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당신에게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란 질문에 애국심을 꼽은(복수 응답) 응답자는 38%였다.
지난 1998년 첫 조사에서 ‘애국심’이란 응답이 70%였는데 25년 만에 반 토막이 난 셈이다.
특히 18~29세 이하 젊은 응답자 중 애국심이 중요하다고 한 비율은 23%로, 65세 이상의 59%보다 훨씬 낮았다.
종교가 중요하다는 응답 역시 1998년 62%에서 올해 39%로 급감했다.
‘자녀 양육’을 꼽은 비율은 같은 기간 59%에서 30%로 역시 반 토막 났다.
25년 전에 비해 미국인이 더 중요하다고 꼽은 유일한 가치는 ‘돈’이었다.
호황기였던 1998년 돈이 중요하다고 한 응답자는 31%였는데 올해 43%로 늘며 애국심을 넘어섰다.
과거 조사에 참여했던 공화당 선거전략가 빌 매킨터프는 “정치 분열과 코로나 팬데믹, 누적된 경제적 불안이 미국의 초상을 놀랍게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미 은행권 금융위기가 15년만에 다시 고조된 지난 21일 미국 뉴욕 월가의 뉴욕증권거래소 앞 모습.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심화된 경제난과 빈부격차가 사회 분열을 자극하고 미국의 전통적 가치관 인식 변화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WSJ은 미국을 통합해온 전통적 가치관에 대한 합의를 무너뜨린 일련의 사건으로 2001년 9·11테러, 2008년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등장을 꼽았다.
특히 ‘애국심’에 대한 인식이 저하된 것은 전반적으로 개인주의가 팽배해진 데다 애국심이 극우 세력의 전매 특허처럼 된 것이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옛날엔 진보·보수 간 서로에 대한 존중이 있었고 그 공통분모는 애국심이었는데 지금은 그 전제가 깨졌다는 것이다.(23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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