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제주도 동쪽 작은 섬 우도(牛島)에 있는 한 카페.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핫플(핫 플레이스)’ 중 하나다. 
이곳에선 테이크아웃용으로 일회용품이 아닌 다회용 플라스틱 컵을 제공하고 있다. 보증금 1000원이 음료 값에 더 붙는다. 
박성준(29) 사장은 “해변에서 우리 카페 로고가 박힌 플라스틱 일회용 컵이 굴러다니는 걸 보고 나니 착잡해지더라”면서 “우리 카페가 해양 쓰레기를 증가시킨다고 생각하니 그냥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제주 우도 해안가에 버려진 일회용 플라스틱 컵.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로 몸살을 앓자 우도에선 지난 8월부터 카페 11곳이 자발적으로 다회용 컵 보증금제를 도입,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기 실험에 나섰다.>

 

우도는 면적 6.1㎢에 2000여 명이 사는 한적한 곳이지만 관광객이 매년 200만명에 달한다. 
이들이 남기고 간 쓰레기는 우도의 골칫거리다. 섬 내에 소각장이 있긴 하지만 하루 처리 용량 1t에 그친다. 
매일 우도에서만 3.2t 쓰레기가 나오는데 역부족. 매립장도 있긴 하지만 소규모라 쓰레기 과부하가 심하다.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플라스틱 쓰레기는 우도는 물론 해안까지 오염시키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우도가 ‘쓰레기 섬’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가 나서 지난 8월부터 다회용 컵 보증금제를 도입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와 전면전을 선포했다. 
전체 카페 87곳 중 11곳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용객이 상대적으로 많은 곳들이다. 
이는 다음 달부터 제주 전역에서 시행하는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전초전 성격이기도 하다.



 

<지난 4일 제주 우도의 한 카페에서 직원이 플라스틱 다회용컵을 정리하고 있다. 
이 카페 매니저는 "하루 600여개의 플라스틱 일회용컵을 소비해오던 이 카페는 지난 8월 다회용컵 보증금제를 시작한 이후 플라스틱 쓰레기 대부분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3개월 만에 우도 내 일회용 컵은 확연하게 줄었다. 
일부 남아 있긴 하지만 “‘1000원의 효과’가 이렇게 클 줄 몰랐다”는 게 카페 사장들 얘기다. 
하루 플라스틱 일회용 컵을 하루 600여 개씩 쓰던 우도 내 다른 카페는 다회용 컵으로 바꾸고 난 뒤 변화를 실감한다. 
이 카페 매니저 박노열(33)씨는 “예전엔 매일 50L 봉투 3개가 플라스틱 쓰레기로 꽉꽉 찼는데, 다회용 컵을 쓰고서부터 플라스틱 쓰레기 치울 일이 사라졌다”고 했다.


우도의 실험은 제주도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제주도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2011년 하루 765t에서 2020년 1324t으로 10년간 1.7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국 폐기물 발생량 증가분(1.3배)보다 높은 수치다. 
플라스틱 쓰레기로만 한정하면 2011년 하루 32t에서 2020년 127t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육상 쓰레기뿐 아니라 해상 쓰레기도 심각하다. 
작년 제주도 해양폐기물 수거량은 2만1489t으로 2019년(1만1760t) 대비 2배 증가했다. 
지난해 전국 해양폐기물 수거량(10만6925t) 중 20%가 제주도에서 발생했다. 
쓰레기 증가세를 이대로 방치하다간 섬 전체가 쓰레기 더미에 신음할 수 있다는 문제 의식이 이번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도입을 이끌었다.

 

 

 


원래 정부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일회용컵을 쓰면 300원을 추가로 내고 반환하면 돌려받는 것)를 지난 6월 전면 시행하려 했다. 
그러나 “불편하고 번거로운 반환·수거 과정을 상인들이 다 떠안는 건 부당하다”는 반발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플라스틱 쓰레기 감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로 보고 다음 달 제주·세종에서 우선 시범운영에 들어간다. 그 사전 실험을 우도에서 하고 있는 셈이다.


환경부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결국 다회용 컵 사용 권장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본다. 
비용 면에서도 매장에 이득이란 점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플라스틱 일회용 컵은 재질에 따라 개당 50~200원 수준인데, 다회용 컵은 카페가 컵을 따로 구매할 필요 없이 ‘대여’하는 형태라 세척비만 개당 150원씩 든다. 
제주도는 세척비 명목으로 개당 100원 보조금을 지급한다. 
50원짜리 일회용 컵을 쓰던 업장은 기존 일회용 컵을 쓸 때와 가격 차이 없이 쓰레기 처리 비용을 줄일 수 있고, 200원짜리 생분해 일회용 컵을 쓰던 업장은 오히려 150원씩 이득이 되는 구조다.


스타벅스가 자체적으로 작년 12월 제주도 내 전 매장을 대상으로 다회용 컵 사용을 의무화한 결과, 지난 9월까지 다회용 컵 사용량은 344만9893개로 집계됐다. 
문제로 지적됐던 ‘회수율’도 이 기간 41.7%에서 71.5%로 크게 늘었다. 
환경부 담당자는 “우도에서 시작한 이 실험이 제주를 거쳐 전국으로 확대되면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환경 정책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2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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