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에서 여성 혹은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별을 바꾼 트랜스젠더들이 성별 정정 허가를 잘 해주는 법원을 찾아 전국 곳곳을 다니고 있다.
가족관계증명서상 성별을 바꾸는 성별 정정은 개명(改名)처럼 별도 재판 없이 법원에 필요 서류를 갖춰서 신청을 하면 법원장이 허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문제는 판사별로 허가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다. 성별 정정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아서 이런 일이 생긴다고 한다.
대법원은 2006년 트랜스젠더가 낸 소송에서 처음으로 성별 정정 판결을 내렸는데, 그 이후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 허가 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을 만들었다.
대법원은 성별을 바꾸려면 크게 네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미성년자가 아닐 것, 혼인 중이거나 미성년자 자녀가 없을 것, 성전환 수술을 받아 생식 능력을 상실할 것, 범죄 이용 목적이 아닐 것 등이다.
하지만 막상 법원에 가면 판사에 따라 성전환 수술 여부, 생식 능력 유무를 검증한다며 더 구체적인 증명서 등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성별 정정 신청은 원칙적으로 신청자의 가족관계증명서 등록기준지의 인근 지방법원이나 가정법원에서 할 수 있다.
등록기준지는 시·군·구청이나 온라인을 통해 자유롭게 변경 가능하다.
그래서 트랜스젠더들은 등록기준지를 바꿔 전국 법원을 돌아다니며 신청서를 낸다고 한다.
새로 트랜스젠더가 되는 사람 수는 ‘성 주체성 장애’로 병원을 찾는 사람 수로 짐작해볼 수 있는데 2017년부터 지난 8월까지 총 9828명에 달한다.
경기 부천시에 사는 트랜스젠더 여성 정모(32)씨는 정정 허가가 잘 나오는 법원을 찾아 인천, 수원으로 등록기준지를 옮겼다.
그는 작년 1월과 3월 부천가정법원에 성별 정정을 신청했다가 두 번이나 떨어지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만난 친구와 전국 가정법원 판사별로 어떤 성향을 갖고 있는지 스터디 모임까지 꾸렸다.
정씨는 “성인에게도 부모 동의서를 받아오라는 판사도 있고, 수술한 성기 사진을 적나라하게 제출하라는 판사도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트랜스젠더 여성 안모(35)씨는 2년 전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성별 정정 허가를 받았다.
안씨는 “과거에는 법원 직원이 직접 화장실에 데려가 성전환 수술 여부를 확인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들었다”며 “그래서 판사 심문 당시 많이 떨었는데, 예상외로 판사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나’라고 물어줘서 울컥했다. 어느 법원을 가느냐에 따라 사람 인생이 뒤바뀐다”고 했다.
국내 첫 트랜스젠더 변호사인 박한희 변호사는 “성전환 수술을 마쳤는데도 성별 정정을 해주지 않는 법원도 있어 혼란이 크다”면서 “법원이 구체적이고 통일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성별 정정은 개인의 정체성 문제인 동시에 헌법 체계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당사자와 법률 전문가들 간 숙의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2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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