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코너] 짝퉁 판치자… ‘명품 감별’ 자격증까지 등장


민간 자격시험… 최근 인기 끌어


“시계 전체 바탕 면을 보세요. 매끈하게 광택이 나는 게 아니라 콘크리트 같은 질감이 보이시죠.”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도봉구의 한 명품 감정원. 
강사의 말에 책상에 앉은 30~50대 남녀 5명이 시계 사진이 떠 있는 대형 화면을 유심히 바라봤다. 
이날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까르띠에와 파네라이 시계 진품 감정 수업이 열린 날이었다. 
수강생들은 2시간여 동안 명품 브랜드별 시계 특징과 진·가품 구별법을 배웠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주부 최은성(58)씨는 “신장 이식을 해 5급 장애인 판정을 받았는데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명품 감정을 발견했고 지난달 중순부터 수업을 듣고 있다”며 “나중에 전당포를 차려서 운영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지난달 18일 서울 도봉구 한 명품 감정원에서 수강생들이 프랑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의 진품 시계 감별 수업을 듣고 있다.>

 

 

명품 브랜드별로 새 제품이 나올 때면 ‘오픈 런’(매장 문을 열 때를 기다리며 줄을 서는 것)을 하는 등 명품이 갈수록 인기를 끌고 있다. 
인터넷에서 명품을 살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 개인이 중고 명품을 되파는 리세일(resale) 시장까지 커지는 등 국내에 명품 관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취업 준비생이나 주부, 직장인, 자영업자 등 다양한 계층이 ‘명품 감별(감정)사’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직장인 김강(31)씨는 “개인적으로 명품 가방 등을 병행 수입해 파는 일을 투잡으로 해볼까 해서 수업을 듣고 있다”고 했다.


이런 변화는 유명 유튜버나 명품 판매 플랫폼이 연루된 ‘짝퉁 논란’이 잇따르며 진품 감별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것이 영향을 주고 있다. 
이미 일부 명품 플랫폼 업체는 민간 명품 감정업체와 손을 잡고 ‘짝퉁일 경우 구매가 200% 보상 서비스’ 등을 진행하고 있다. 
플랫폼 내에 자체적으로 명품 감정사를 양성하는 경우도 있다. 
한 민간 감정원 관계자는 “명품 판매 방송을 하는 홈쇼핑 업체 사람들이 와서 민간 자격증을 따려고 수업을 듣기도 한다”고 했다.


다만 현재 국가나 지자체가 공인한 명품 감별 자격증은 아직 없다. 
3~4개의 사설 업체가 명품 가방과 시계의 진·가품을 구별하는 법을 담은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수료 이후 시험을 통과하면 민간 인증 자격증을 주는 식이다.(22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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