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억원어치를 판다는데 10분 만에 동이 날 줄 상상도 못 했어요.”
서울 성동구에 사는 직장인 김예원(26)씨는 1일 ‘성동사랑상품권’을 사려다 실패했다.
이 상품권은 액면가의 10%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서울사랑상품권의 하나로 성동구 내 소상공인 가게 등에서만 쓸 수 있다.
그는 이날 오후 2시 18분쯤 친구에게 “오후 2시부터 성동사랑상품권을 살 수 있으니 얼른 들어가 봐라”는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서울페이플러스’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했지만 이미 늦었다고 했다.
김씨는 “자취생이라 양파나 호박 등 식료품 가격이 오르는 게 무섭게 느껴져 상품권을 10만원어치만 사서 1만원이라도 아껴보려 했는데 아쉽다”고 했다.
<1일 오후 3시 14분 본지 기자가 서울사랑상품권을 살 수 있는 모바일 앱에 접속해보니, 130만8743명이 접속하고 있고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문구가 떴다.>
추석을 앞두고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 주요 지자체가 10% 안팎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지역사랑상품권을 대거 내놓으면서 최근 전국 곳곳에서 ‘상품권 구매 전쟁’이 일고 있다.
1일 본지가 집계해보니 지난달 29일부터 약 일주일간 서울시와 경기 성남시, 충북 진천군 등 전국 10여 개 지자체에서 6000억원에 육박하는 지역 상품권 판매가 시작된다.
상품권을 사기만 해도 사실상 10~15%를 돌려받는 셈이라, 고물가 속에서 추석 명절을 준비하는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상품권 구매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 1~2일 총 4790억원어치 서울사랑상품권을 판매한다.
1일에는 15구(區)에서 2090억원어치를, 2일에는 10구에서 2700억원어치를 판매한다.
이날 판매가 시작되자 상품권 구매를 할 수 있는 모바일 앱 서울페이플러스에는 한때 최대 130여 만명이 동시 접속하고 지역별로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안내창이 뜨는 경우가 속출했다.
이날 낮 12시 판매가 시작된 노원사랑상품권 판매 때는 약 102만명이, 오후 3시 강남사랑상품권 판매 때는 약 130만명이 이 앱에 동시 접속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두 곳 모두 20여 분 만에 각각 128억원, 173억원어치의 상품권이 동이 났다.
이날 판매를 시작한 나머지 13구 중 8곳도 판매 시작 후 최소 13분, 최대 6시간 30분 만에 100억원 안팎의 상품권이 소진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도대체 서울사랑상품권은 어떻게 해야 살 수 있나요? 이번에도 망했습니다” “성북구 상품권 구합니다” “(상품권 구매에) 장렬히 실패했다” 등의 글들이 잇따랐다.
박해진 서울시 상품권운영팀장은 “추석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가 워낙 비싼 상황에서 10% 할인은 적은 돈이 아니기 때문에 상품권 구매가 폭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른 지역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날 오전 9시 판매가 시작된 경기 성남시의 성남사랑상품권 역시 오후 5시쯤 모바일 상품권 250억원은 모두 판매됐고, 종이 상품권은 50억원 중 17억원 정도만 남았다고 했다.
특히 지난달 23일 경북 포항시에서는 은행들 앞에 상품권을 사려는 수백 명 규모의 줄이 생기기도 했다.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없는 종이 상품권 700억원어치가 먼저 풀리면서다. 판매를 시작한 후 9일간 이 중 약 600억원어치가 팔렸다.
‘전통시장에서만 사용 가능하다’는 인식 때문에 과거 눈길을 끌지 못했던 ‘온누리 상품권’도 고물가를 타고 인기다.
전통시장의 저렴한 물가에 ‘플러스 알파’로 온누리 상품권 할인 혜택까지 받아 한 푼이라도 아껴보려는 이들이 몰려서다.
최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찾은 문모(61)씨는 “추석 제사상에 올릴 음식 재료들을 사러 왔는데 가격이 너무 올라 물건을 고르기가 어려울 정도”라며 “그나마 10% 할인받아 살 수 있는 상품권이 있어 도움이 된다”고 했다.
20년째 강남구 영동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 중인 최모(60)씨는 “최근 모바일 온누리 상품권을 쓰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며 “일주일에 최대 30만원 이상 온누리 상품권으로 매상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22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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