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사장 황모(30)씨는 요즘 시간당 1만2000원에 홀에서 서빙하는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고 있다. 
거리 두기 해제를 앞두고 3주 전부터 직원 3명을 모집하려 했지만 여태껏 1명밖에 구하지 못해, 최근 제시한 시급을 1만1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올렸다. 
이 근처 편의점 사장 최모(58)씨는 “주말 야간 아르바이트생을 시급 1만원에 구하고 있지만 한 달째 사람을 못 구해 1주일에 50시간씩 일하고 있다”고 했다.


전국 곳곳에서 아르바이트 시급이 오르며 고물가에 시달리는 자영업자들이 높은 인건비까지 감당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플랫폼 ‘알바천국’이 지난 3월 한 달간 올라온 전국 수십만 건의 구인 공고를 분석한 결과, 평균 임금이 시간당 1만527원으로 집계됐다. 
편의점 계산원이나 식당 종업원 등 단순 업무가 상당수인 아르바이트의 평균 시급이 1만원을 넘긴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2020년 3월은 평균 9810원, 작년 3월은 9911원이었다.


서울 주요 직장가 상권에서는 평균 시급이 1만2000원대를 돌파한 곳도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먹자골목 상권의 경우 시급이 1만2623원, 강남역 상권은 1만1673원에 이른다. 
서울 대학가도 지난 3월 평균 시급이 1만278원으로 1만원을 넘겼다. 
알바천국 관계자는 “특히 대학가의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평균 시급과 최저임금(시간당 9160원)이 큰 차이가 나진 않았는데, 이 상권에서 1만원을 돌파했다는 것은 사람 구하기가 정말 힘들다는 뜻”이라고 했다.


문제는 시급이 높아지고 있지만 사람을 구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사람을 뽑아야 장사를 제대로 할 텐데, 사람을 뽑으려면 인건비가 너무 많이 들게 생겨서 진퇴양난인 상황”이란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 광진구 건국대 먹자골목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홍성근(59)씨의 경우 지난달 18일 거리 두기 해제 후 직원 1명을 뽑으려 시급 9500원에 공고를 올렸지만 2주 넘게 연락 한 통 받지 못했다. 
홍씨는 “주방 1명과 홀 직원 1명을 새로 뽑아야 코로나 이전처럼 새벽 1시까지 영업할 텐데, 직원이 뽑히질 않으니 영업시간을 늘릴 수가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가 코로나 사태 2년간 기존 아르바이트 구직자들이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 일정한 급여를 받는 일자리 대신, 근무 시간을 그때그때 스스로 결정할 수 있고 일한 만큼만 돈을 받는 플랫폼 일자리로 대거 옮겨간 여파로 분석한다. 
이른바 ‘긱 이코노미(gig economy·임시직 경제)’ 종사자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작년 말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 발표에 따르면, 배달 라이더나 대리기사와 같은 긱 이코노미 종사자는 2020년 22만3000여 명에서 작년 66만명으로 3배 가까이가 됐다. 
홍익대 근처에서 도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조서우(23)씨는 “평일 점심과 저녁 피크 타임에 바짝 일하면 일주일에 30만원은 번다”며 “사장이나 동료 직원들에게 잘 보일 부담도 없고, 일하고 싶을 때 할 수 있어 편하다”고 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를 계기로 젊은 층이 대거 새로운 일자리로 이동하며 노동시장 환경이 크게 변했다”며 “장기적으로 일본처럼 편의점, 음식점 등 사람이 반드시 필요한 일자리엔 장년층만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 동안 젊은 층에 각종 지원금이 많이 풀린 게 임금에 대한 눈높이를 높여놨다는 분석도 있다. 

예컨대 현재 일정 소득 기준(중위소득 120% 이하)을 충족하는 청년들은 정부로부터 최대 6개월간 매달 60만원씩 구직활동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소득 기준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같은 기간 월 28만원을 받는다. 청년에게 지원금을 주는 지자체도 적지 않다. 
고장수 전국카페연합회 이사장은 “나라에서 지원금을 받는 청년들 입장에서는 시간당 1만원짜리 일자리가 눈에 차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22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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