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에 사는 직장인 최모(31)씨는 올해 12월의 어느 토요일 오전 11시에 결혼을 한다.
지난달부터 결혼을 하려고 예식장을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여러 곳에 문의 전화를 돌리다가 깜짝 놀랐다고 했다.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예식장은 대부분 연말까지 예약이 꽉 차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유명세가 덜한 곳도 11월 이후에나 예약이 가능하다고 해서 날짜를 알아보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다”면서 “겨울이라 아쉽긴 하지만 한 살이라도 더 먹기 전에 결혼하자 싶어 그냥 12월에 식을 올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18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전면 해제되는 등 최근 일상 회복 조짐이 뚜렷해지자, 결혼을 앞뒀던 예비 부부들이 예식장이나 이른바 ‘스드메’(사진 촬영 스튜디오·웨딩 드레스 예약·신부 메이크업) 일정을 잡기 위한 ‘예약 전쟁’을 벌이고 있다.
코로나 사태 동안 방역 당국이 결혼식 하객 숫자를 수시로 통제한 데다 집단감염 우려도 커서 결혼을 미뤄왔던 사람들이 결혼 준비에 나서고 있다.
반면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던 예식장이나 사진 촬영 스튜디오 등은 문을 닫은 곳이 많아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전국 결혼 건수는 약 24만 건에서 작년 19만3000건까지 줄었다.
젊은 층 인구 감소세를 감안해도 더 큰 폭으로 결혼이 줄었다.
전국 예식장 수는 2020년 1월 893곳에서 지난 1월 783곳으로 감소했다.
서울 등 수도권의 경우 주요 예식장에서는 약 1년 뒤까지 낮 12~2시같이 선호도가 높은 시간은 예약이 어려운 상황이다.
연말쯤까지 오전 11시 언저리나 오후 4~6시 정도로만 자리를 잡을 수 있다.
비수도권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젊은 예비 부부가 많은 지역에서는 인기 있는 예식장도 예약이 빠르게 차고 있다.
서울에 사는 신모(31)씨도 올 12월 어느 토요일 오후 6시에 결혼한다.
지난 2월 결혼식장을 예약하려고 여러 곳에서 상담을 받았는데, 평소 눈여겨봤던 예식장은 내년 3월까지 낮 12~2시는 예약이 이미 마감돼 있었다.
교통편이 좋은 강남권 예식장을 알아봤지만 자리가 없어 장소도 여의도로 바꿨다.
그는 “웨딩플래너가 요즘 결혼이 많이 밀려 있어 내년은 예약이 더 힘들 거라고 했다”고 전했다.
일부 결혼식장에서는 예식장 예약 상담 일정을 잡으려는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매주 토요일 오전 9시~9시 30분에 한 주 뒤의 상담 예약을 받는데, 10분 만에 예약이 마감되거나 전화 연결 자체가 안 돼 상담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
‘스드메’도 예약이 어렵다.
내년 3월 결혼을 준비하는 서울 직장인 유모(28)씨는 예비 신부와 결혼 전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사진 스튜디오 몇 곳을 알아봤는데, 예약 가능한 가장 빠른 시기가 11월인 곳도 있었다.
신부 화장을 해주는 메이크업 가게도 인기 있는 곳은 내년 4월까지 예약이 꽉 찼다고 했다.
서울의 한 웨딩업체에서 웨딩플래너로 일하는 이유나(38)씨는 “우리 회사와 계약을 맺고 있는 사진 촬영 스튜디오 81곳은 올해 모두 예약이 마감됐고 드레스 대여점 47곳의 경우 10월까지 예약이 다 찼다”고 말했다.
원하는 날짜와 시간, 장소를 맞추기가 어렵다 보니 아예 비용을 아끼는 쪽으로 결혼 계획을 수정하는 사례도 나온다.
직장인 이모(33)씨는 서울에서 결혼식을 하려다 아예 부모가 사는 대전에서 식을 올리기로 했다.
그는 “결혼식 비용을 아낀 대신 신혼여행을 더 고급스럽게 가겠다”고 말했다.
올해 안에 결혼식을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는 박모(33)씨는 “식장 잡기가 어려워 아예 서울 시내 호텔의 콘퍼런스룸을 빌려 예식을 해도 되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220418)
'한 줄의 斷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21341]인력이 부족하다며 외국인 근로자를 좀 구하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중소기업 사장들 (0) | 2022.06.07 |
---|---|
[21340]바깥쪽보다 몸쪽에 히팅 존이 더 넓은 듯하고, 타구가 중앙과 우측으로 더 많이 향하는 (0) | 2022.06.04 |
[21338]앞으로 조기 위암 수술 범위가 최소화되어 환자들 삶의 질이 높아질 것 (0) | 2022.06.03 |
[21337]코로나 사태 2년간 배달 수요가 급증하면서 적잖은 사람이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0) | 2022.06.03 |
[21336]권부에서 어공 그룹이 비대해지면 권력의 정상적 작동이 왜곡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0) | 2022.0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