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랑구 한 횟집은 재작년 초 코로나 사태가 터진 이후부터 위생을 감안해 테이블마다 일회용 비닐 식탁보를 씌웠지만 이달 초 모두 걷어냈다.
환경부가 지난 1일부터 식당 내 일회용품 사용 금지를 재개하면서 식탁보도 쓸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횟집 사장은 “손님이 술이나 초장·간장을 테이블에 흘리면 닦아도 냄새가 오래가고 비위생적이라 비닐 식탁보를 깔고 장사를 했는데 ‘일회용품은 무조건 안 된다’면서 정부가 지나치게 사소한 것까지 규제하는 것 같다”고 했다.
<4월 1일부터 카페와 식당 내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이에 따라 내달부턴 일회용 컵을 비롯해 일회용 수저나 포크, 나무젓가락과 이쑤시개도 사용할 수 없다.>
코로나 유행 이후 중단됐던 카페·식당 등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금지가 다시 시작된 가운데, 현장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2년여 만에 다시 시행되다 보니 업주와 손님 입장에선 이를 새로운 규제로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카페·식당·집단급식소 등 식품접객업 매장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한 ‘재활용법’은 2003년 시작됐지만 2020년 2월 코로나 확산과 함께 잠시 유예됐었다.
환경부는 5일 ‘일회용품 사용 규제 적용 범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했지만 내용이 복잡해 업주들은 “영업 방해 수준”이라며 오히려 원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 파는 PC방·편의점도 규제 대상에 새롭게 포함됐다.
일회용품 사용 금지 규정은 이전부터 카페·식당 등에서 불만의 대상이었다.
우선 같은 일회용품이라도 소재에 따라 과태료 부과 대상 여부가 달라지고 일회용품인지 판단하기 애매한 품목들이 많다.
환경부는 금지 품목에 대해 ‘이쑤시개(전분 소재는 가능)’, ‘일회용 수저·포크·나이프(합성수지 재질만 해당)’, ‘일회용 비닐 식탁보(생분해성 수지 제품 제외)’, ‘일회용 광고선전물(합성수지 재질로 도포되거나 접합된 것만 해당)’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업주 입장에선 품목마다 위반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처지다.
현재는 금지 품목이 아니지만 오는 11월부턴 금지 품목으로 분류되는 것도 있다.
예컨대 카페에서 주로 쓰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은 금지 대상이지만, ‘일회용 종이컵’은 금지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11월 24일부턴 종이컵도 매장 내에선 쓰면 안 된다.
한 삼겹살집 사장은 “고기 구울 때 기름 받는 용도로 일회용 종이컵을 못 쓰면 다회용 컵이나 접시를 사용해야 하는데 잘 씻기지도 않고 번거로워지게 생겼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공장에서 출고될 때부터 이미 포장된 일회용 케첩·머스타드는 제공 가능’ ‘표면을 옻칠 등으로 가공해 반복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나무젓가락은 허용’ ‘김밥·샌드위치·샐러드 등 사전에 준비한 음식물을 일회용 용기에 포장해 판매하면 매장 내 취식 가능’ 등 숙지하고 있어야 하는 규정이 수두룩하다.
‘다회용 수저의 종이 싸개’처럼 법에 명시돼 있지 않아도 가이드라인을 통해 규제하는 품목도 있다.
장소나 상황에 따라서도 규제가 제각각이다.
편의점에서 직접 조리해 판매한 음식을 편의점이 설치한 바깥 탁자에서 먹을 땐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되지만, 카페·식당·편의점 등에서 일회용품에 담아 테이크아웃한 음식을 근처 공원에서 먹는 건 된다.
공원은 규제 대상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PC방에서 완제품 컵라면에 물을 부어 먹을 때는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써도 되지만 알바생이 직접 끓여온 라면을 먹을 땐 다회용 젓가락을 써야 한다.
PC방에서 음식을 직접 만들었는지에 따라 일회용품 사용 가능 여부가 달라지는 것이다.
매장 내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한 재활용법의 취지는 다회용품으로 대체할 수 있는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해 쓰레기를 줄이자는 것이다.
환경부가 이 법을 유예한 것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와 이번 코로나 사태 두 차례다.
20여 년간 시행된 법이지만, 지난 2년간 코로나 감염 우려로 일회용품 사용이 오히려 권장되면서 업주와 소비자들이 금지령 부활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모든 일회용품을 무조건 쓰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다회용으로 대체 가능한 것은 대체하자’는 규제 취지에 맞게 환경부 가이드라인이 짜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일회용품 금지가 국민들을 불편하게 하는 측면은 있지만 쓰레기 매립량이 한계에 다다랐고, 혐오 시설인 소각장을 더 짓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일회용품을 줄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폐기물 처리 방안”이라고 했다.(22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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