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변호사는 최근 형사사건을 수임하면서 1500만원에 1심과 2심을 한꺼번에 맡는 ‘패키지 계약’을 했다. 

1심에서 500만원을 먼저 받고 나머지 1000만원은 2심이 시작될 때 착수금으로 받는다는 내용이다. 
통상 변호사업계에선 2심 착수금을 따로 받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데 왜 이런 식의 계약이 이뤄졌을까.


이 계약에는 1심 결과가 좋을 때 2심까지 맡는 조건이 붙어 있다고 한다. 
A 변호사는 “2심 착수금 1000만원은 1심 결과가 좋을 때를 전제로 해서 받기로 한 사실상의 성공 보수”라며 “대놓고 형사 성공 보수를 받기 어려워 그렇게 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재판이 2심까지 가지 않고 1심으로 마무리되더라도 결과가 좋으면 1000만원을 마저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수사나 재판 결과를 돈과 결부하면 안 된다’며 형사사건에 대한 성공 보수 계약을 무효화하는 판결을 내놨다. 
이후 이 판결은 변호사업계 수임 형태에 영향을 미쳤지만 최근 들어 성공 보수가 변형된 형태로 부활하고 있다고 한다.


A 변호사처럼 2심 착수금 조로 받는 것 외에도 ‘선급과 후급’ ‘1차 수임료와 2차 수임료’라는 식으로 계약을 맺는데 ‘후급’이나 ‘2차 수임료’가 성공 보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후급’ 또는 ‘2차 수임료’의 지급일을 ‘1심 선고일’로 정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일한 시간대로 돈을 받는 ‘타임 차지’를 변형해 1심 결과가 나오는 시점에 ‘타임 차지’를 한꺼번에 받도록 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성공 보수를 받는다고 해도 변호사가 형사처벌되진 않는다. 
하지만 계약 자체가 무효이기 때문에 계약서에 성공 보수 조항이 들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의뢰인이 지급하지 않겠다고 하면 받아낼 방법이 없다. 
한 변호사는 “변형된 성공 보수 역시 소송으로 간다면 변호인이 패소할 소지가 있다”면서도 “그래도 변호인으로선 그런 내용이라도 계약서에 넣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처럼 성공 보수가 되살아난 이유를 두고 변호사들은 “의뢰인이 원해서”라고 했다. 
의뢰인들도 처음부터 큰돈을 주는 것보다 결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주기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성공 보수 무효’ 대법원 판결은 권순일 전 대법관이 주도했다. 
권 전 대법관은 퇴임 후 대장동 업자들이 만든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해 논란이 됐고,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 후보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무죄 취지 판결을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재판 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22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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