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에 해바라기씨나 넣어둬라!” 우크라 할머니, 러 군인에 호통친 이유
해바라기씨 기름 수출 1위 우크라, 2차대전 희생자 500만~700만명
해바라기 아래 군·민간인 묻혀… 호통 뜻 ‘침략자, 이 땅 거름될 것’
伊 영화 ‘해바라기’서도 다뤄져
“러시아 놈이 왜 여기 있어? 너희는 파시스트 점령군이야!
주머니에 해바라기씨나 넣어둬라. 네가 이 땅에 쓰러지면 해바라기가 자랄 테니.”
<한 우크라이나 할머니가 중무장한 러시아 군인을 향해 호통치는 영상.
27일쯤부터 인터넷에 퍼지기 시작한 이 영상에서 할머니는 총알 따위 두렵지 않다는 듯, "너희는 파시스트 점령군"이라며 "주머니에 해바라기씨나 넣어두라. 네가 이 땅에 쓰러지면 해바라기가 자랄 것"이라고 말한다.
할머니의 호통에는 우크라이나의 비극적 현대사가 압축돼 있다.>
총 따위 두렵지 않다는 듯, 무장한 러시아 군인에게 호통치는 우크라이나 할머니의 동영상이 전 세계에 퍼져 나가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많은 이가 “대단하다” “해코지당하지 않길” 같은 댓글을 남기며 할머니를 응원한다.
우크라이나에서는 할머니의 말이 유행어처럼 퍼지고 있다.
그는 왜 ‘해바라기’를 얘기한 것일까. 해답은 소피아 로렌이 주연해 널리 알려진 이탈리아 영화의 걸작 ‘해바라기’(1970)에 있다.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걸작 '해바라기'(1970)에서 2차 대전 소련 전장에서 실종된 남편 안토니오(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의 흔적을 쫓다 해바라기밭을 만난 아내 지오바다(소피아 로렌)은 지역 주민으로부터 "당신 남편도 다른 군인, 민간인들과 함께 저 해바라기 아래 묻혔을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
거장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해바라기’에서 조바나(소피아 로렌)는 무솔리니 군대에 징집됐다 실종된 남편 안토니오(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가 “돈강 근처에서 낙오했다”는 말을 듣고 남편을 찾아 소련으로 간다.
돈강은 모스크바 남쪽서 시작돼 우크라이나 중동부로 흘러 흑해로 향하는 강.
남편의 흔적을 뒤쫓아간 조바나 앞에 끝없는 해바라기 밭이 펼쳐진다.
여성 주민은 말한다. “독일군은 저 해바라기 밭 아래 포로들이 직접 자기 무덤을 파게 했어요.
모든 해바라기, 나무, 밭의 밀은 이탈리아·러시아·독일 군인과 러시아 농부·노인·여자·아이들의 시신 위에 서 있는 거예요.”
할머니는 침략자 러시아군을 향해 ‘너희는 이 땅에서 죽어 해바라기의 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한 셈이다. 2차 대전 중 희생된 우크라이나인은 무려 500만~700만명으로 추산된다.
우크라이나 국기의 푸른색과 노란색은 각각 푸른 하늘과 땅을 상징한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곡창 지대인 동시에, 2020년 기준 세계 해바라기씨 기름 수출의 54%를 차지하며 47억달러(약 5조6000억원)를 벌어들이는 나라다.
<영화 '해바라기' 도입부의 푸른 하늘 밑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밭(위)과 우크라이나 국기(아래).
국기의 위 푸른색은 푸른 하늘을, 아래 황금색은 우크라이나의 밀밭과 해바라기밭을 상징한다.>
‘해바라기’는 냉전 시기 소련에서 촬영한 첫 서구 영화로, 모스크바 인근 및 우크라이나 몇몇 도시에서 찍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 속 파란 하늘 아래 황금색 해바라기 밭은 현재의 우크라이나 지역일 가능성이 높다.
영화감독 이송희일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할머니의 호통은) 광활한 해바라기 평원이 간직하고 있는 비극적 근현대사를 한마디로 압축하고 있다.
침략에 대한 저주이면서 평화 염원이었다”며 “이런 비극의 역사를 간직한 우크라이나를 향해 왜 러시아 말을 듣지 않았냐고 말하는 한국 정치병 아재들은 이제 그만 좀 입을 다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220303)
<용감한 우크라이나 할머니의 말을 그대로 적은 트위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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