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종사 풍경
             공광규

 





양수강이 봄물을 산으로 퍼올려
온 산이 파랗게 출렁일 때


강에서 올라온 물고기가
처마 끝에 매달려 참선을 시작했다


햇볕에 날아간 살과 뼈
눈과 비에 얇아진 몸


바람이 와서 마른 몸을 때릴 때
몸이 부서지는 맑은 소리.

 



..........
산에는 새로 나온 잎의 푸른빛이 짙다. 산사의 처마 끝에는 풍경을 달아 놓았다.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면서 풍경은 소리를 낸다. 
그 소리는 맑고 은은하다. 그 소리는 흰 사기그릇에서 나는 소리 같다. 
그 소리는 살이 빠지고 몸이 말랐다. 
욕정을 버렸으며 탁하지 않다. 마음을 허공처럼 비웠다. 
헛된 말을 하지 않고 화려함을 버렸다. 깨끗한 달 같다.


그러므로 풍경 소리는 단조롭지만 거듭해서 들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끝까지 첫 마음 그대로다. 
푸릇푸릇한 새날의 아침을 맞는 기분이다. 
'괴롭고 헛된, 허위와 허상에 매인 불량한 삶의 괴로움에서 벗어나, 진실하여 마음이 흡족하게 살고 싶다'라고 쓴 시인의 문장을 이 시와 함께 읽는다
- 문태준<시인>

'(詩)읊어 보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3038]봄밤 / 안상학  (0) 2021.05.07
[3037]낙화 / 서규정  (0) 2021.04.21
[3035]귀를 씻다 / 이성선  (0) 2021.04.10
[3034]봄날 저녁 / 김세진  (0) 2021.04.05
[3033]간절함 / 신달자  (0) 2021.03.2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