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인 남편이 좀 오래된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고 있는데, 차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잠시 후에는 덜커덩 하는 소리가 나면서 엔진이 꺼져 버렸다.
남편이 차를 길 가장자리에 세워 놓고 차에서 내려 보닛을 열고 보니

쇠막대 하나가 부러져서 엔진블럭 속에 박혀 있었다.
남편이 우두커니 서서 고장난 엔진을 들여다보며 집까지 거리가 얼마나 될까 생각하고 있는데,
신도 한 사람이 지나가다 차를 멈추더니 경망스럽게 물었다.
"목사님, 뭐 하세요? 병든 차를 고쳐 보려고 하시는겁니까?"
"아뇨 이번 고장은 심각해서 죽은 사람을 다시 살리는 것만큼이나 어려워요"







어느 날 강의가 끝난 후 주차장으고 가다 보니 내가 아는 한 여학생이 자기 자동차 옆에 서 있었다.
차의 보닛이 열려 있었고 어떤 남자가 열심히 엔진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나는 혹시 도움이 될까 해서 가까이 다가가 한마디 했다.
"낡아빠진 털털이차가 또 말썽을 일으킨 모양이군. 걱정할 것 없어. 내가 시동을 걸어 줄게! "
그 여학생은 내 말을 듣고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디.
나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그 남자에게 고장난 곳이 어딘지 벌써 알아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는 천천히 허리를 펴면서 사투리 섞인 말투로 이렇게 대답했다.
"실은 내가 이 차를 살까하던 참이었소."







내가 보건간호학 과정을 밟고 있을 때의 일이다.
지도교수가 나에게 보관서류함을 뒤져서 어떤 아동의 학교보건기록을 찾아오라고 했다.
보관된 서류철을 넘겨보다가 우연히 어렸을 때의 내 학교친구에 대한 기록이 눈에 띄었다.
호기심이 생겨 쭉 읽어 보았더니 그 기록부에는 시력에 대한 몇 가지 의견 외에

그 친구가 침착하고 신중하며 명랑하고 사교적인 소녀라는 칭찬의 말이 적혀 있었다.
나에 대해서는 어떤 칭찬의 말이 적혀 있을까 하고 서류철을 모조리 뒤진 끝에 마침내 내 기록부를 찾아냈다.
떨리는 가슴을 달래며 서류를 열어 보니 단 한 줄만이 적혀 있었다.
"평발에 안짱다리."





나의 아들 마르셀로는 다섯 살 적에 목욕이 끝나면 꼭 욕조 바닥의 꼭지를 뽑으라고 내게 요구했다.
고여 있던 물이 소용돌이치며 밑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무척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어느 날 우리 가족 모두가 마르델플라타로 놀러 가게 되었다.
마르셀로는 바다를 보더니 좋아서 어쩔 줄 몰랐다.
그애는 내 손을 잡더니 머뭇거리며 이렇게 물었다.
"엄마,우리 여기서 목욕하는거야 ? "
"그렇단다. 여기서 재미있게 놀다 갈거야."
"그럼 됐어, 엄마. 그런데 나중에 물 빼는 꼭지가 어디 있는지 가르쳐 줘야 돼 !"







남편이 출장중이던 어느 날 딸이 자다가 일어나더니 귀가 아프다고 했다.
우리는 즉시 병원에 가서 의사의 진찰을 받고 약국에 들러 조제실 앞에서 한참 기다린 끝에 약을 타왔다.
집에 돌아와서 약병을 들여다보니 사용법 옆에 "감사합니다, 데니스"라는 말이 타자로 쳐져 있었다.
나는 기분이 상했다.
남편 데니스는 출장중이어서 집에도 없지 않은가?
약국이 바쁜 줄은 알고 있었지만 나는 이 문제를 따져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약국에 있는 여자가 전화를 받자 나는 큰소리로 따졌다.
"방금 그 약국에서 약을 사온 사람인데요,
우리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서 처방을 받아 약국에서 약을 사고 돈을 낸 사람은 나였는데

남편에게 고맙다는 인사말을 타자로 쳐놓은 이유가 뭐죠?"
그러자 약국의 여자가 부드럽게 내 말을 가로막았다.
"부인, 우리 약국의 약사 이름이 데니스예요. 그분이 부인께 고맙다고 인사한겁니다."
아마 그들은 지금도 내 얘기를 하면서 웃고 있을 것이다.






도시에서 태어난 남편과 나는 조그만 농장을 하나 사서 가금류를 길러 보기로 했다.
처음 가져온 가금류 가운데 새끼거위 두 마리가 있었다.
남편은 마당을 가로질러 흐르는 개울에다 새끼거위들이 놀 수 있도록 조그만 연못을 하나 만들어 주었다.
7월이 되면서 우리는 새끼거위들이 그 연못에 들어가 놀게 했다.
새끼거위들이 그 안에서 어기적어기적 걷고 수명도 하고,

서로 꽥꽥 소리를 지르며 노는 것을 우리들은 자랑스럽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두 마리의 새끼거위가 차례로 물밑으로 잠수해 들어갔다.
그걸 본 남편이 얼른 신발을 벗어 던지면서 소리를 질렀다.
"서둘러 ! 죽기 전에 얼른 구해내야 해 ! "







고속도로가 어떤 농장주의 땅 일부를 관통하게 되었다.
그 농장주가 도로공사의 부동산평가자가 제시한 지가에 불복하여 결국 그 문제가 법정으로까지 가게 되었다.
한편 그 일대의 부동산에 대해서 잘 아는 한 노인이 증인으로 나서게 되었다.
도로공사측 변호사는 지가를 평가해서 제시한 평가자의 자격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한 다음 증인으로 나온 노인에게 이렇게 물었다.
"증인께서는 방금 대단히 유능한 부동산 평가자의 자격과 능력에 대해서 들으셨습니다.
증인께서는 이 사람이 본건 토지의 가격을 온당히 평가했다고 보십니까 ? "
증인으로 나온 노인은 주저없이 대답했다.
"그거야 그 사람이 어떠한 입장에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즉 그 사람은 사는 입장이냐. 아니면 파는 입장이냐에 달렸죠. "





        





'웃다 보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학촌 풍속도 56.  (0) 2016.03.04
관점의 차이  (0) 2016.03.01
대한민국 3대 체인점  (0) 2016.02.15
꼴값 떠는 애기들  (0) 2016.02.15
이런 일,저런 일 (420)  (0) 2016.02.1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