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코 마리아 리치의 미로 (photo: Carlo Vannini)

 

테리어 종인 '밤부'는 훌륭한 안내견이다.

복잡한 미로 속에 쏜살같이 뛰어들어가 신 나게 앞을 내달리다가 주인인 프랑코 마리아 리치(Franco Maria Ricci)가 휘파람을 불면

곧바로 되돌아온다.

베이지색 바바리코트를 입고 25가지의 갈대류로 된 대형 산울타리 옆에 서있는 할아버지. 이 남자가 바로 세계 최대의 미로 ‘라 메이슨’(La Masone)의 주인 프랑코다.

벌써 77살이지만 말하는 거나 생각하는 게 꼭 애 같다.

"내가 왜 대나무를 선택했는지 아세요? 회양목 같은 걸로 미로를 만들려면 20년은 걸렸을 텐데 남은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포(Po) 강 유역에서 맞은 아름다운 일요일.

파르마 외각에 위치한 폰타넬라토 지역을 방문 중인데, 도로엔 거의 인기척이 없다.

철탑 위에는 매가 눈에 띄고 넓은 들판 여기저기엔 우아한 백로가 거닌다.

리치는 오로지 녹지와 적막으로만 둘러싸인 이곳에 세계에서 가장 큰 대나무 미로 '라 메이슨'을 만들었다.

출판인이자 애서가인 리치는 이런 농담을 한다.

"아직은 내가 만든 게 가장 크죠. 세계에서 뭔가 가장 큰 것을 지었다는 사실을 기뻐요. 하지만 조만간 중국 사람들이 더 큰 걸 지을

거에요."

 

 


리치가 개인 도서실에 서있다. (photo: Andrea Bertolotti)

 

미로 여행을 하기 전에 리치는 우리를 개인 도서실로 안내했다.

대리석과 미술품이 빽빽이 진열되어있고 보도니 서체(오래된 책이란 뜻)로 된 작품 1,100개가 벽에 걸려있다.

왜 미로를 지었는지 그에게 묻자 약 10년 전부터 계획했다고 한다.

언젠가 볼테르가 그랬듯이 "정원 가꾸게 나 좀 내버려 둬!"라는 마음에서 출판사를 팔고(그런데 지금 재구매 협상 중이라고 한다)

작업을 시작했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죠. 정치인들은 전혀 도움이 안 되었어요."

 

 


그의 아내 로라가 그의 말을 자르고 끼어든다.

"저 먼 호주에서도 우리 미로에 관해서 묻는 사람이 있는데 정작 이탈리아에서는 별 관심이 없어 보여요."

메이슨 미로는 연간 수천 명의 방문객은 물론 '적어도 20개'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도울 수 있는 사업이라고 한다.

리치가 설립한 제단에선 미술 작품과 저서를 모아 전시회를 열고 또 공연도 개최할 계획이다.

"미로로 사람들이 꼬일 겁니다. 뭔가 새로운 걸 경험하고 싶어 하지 않겠어요? 길을 잃었다가 다시 찾는 그 쾌감 말이죠."

 


메이슨 미로: 위에서 본 모습 (photo: Andrea Bertolotti)

 

메이슨은 피라미드 꼭대기를 한 미색 건물을 7만 제곱미터의 정원이 둘러싸고 있다.

너무 프리메이슨 같은 느낌이 풍기지 않느냐는 질문에 리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내가 피라미드를 좋아하는 이유는 사실 세속의 상징이기 때문이에요.

물론 이것 때문에 지역 주교와 약간 충돌이 있지만요."

피라미드에는 내부가 완전히 도금으로 된 작은 채플이 있는데 결혼식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이 프로젝트를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아요."

피라미드 아래는 식당이 영업하기 좋은 3개의 공간이 있고, 대형 댄스 홀, 객실, 책방, 그리고 연회 공간 그리고 전시 공간까지 갖춰져 있다.

"우선 ‘안토니오 리가부에’의 단기 전시를 계획 중이에요. 젊은이들 연구자들 애서가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책과 조각과 미술을 만나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미로는 생각보다 복잡해서 안내 없이는 밖으로 나오기가 쉽지 않다.

저녁때가 되어서 길 잃은 손님들을 밤부 혼자 미로에서 다 데리고 나오려면 그 작업도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나도 미로에서 길을 잠깐 잃었는데 밤부만 믿고 따라가니 결국 출구에 닿았다.

"꼭 보물찾기 같죠." 리치는 이미 자기가 찾던 보물을 찾은 것 같다.

미로에서 돌아와 보니 그는 이미 도서실에서 무슨 책을 소중하게 살펴보고 있었다. 어린아이처럼.

 

 

piramide esterno
피라미드. 도금된 예배당에선 혼례식이 가능하다.(photo: Andrea Bertolotti)

 

labirinto dettaglio
대나무 통로. (photo: Andrea Bertolotti)

 

 

방문 시기: 미로는 5월에서 6월 사이에 개장할 예정이다.

관람료: 약 15유로. 7만 제곱미터의 '세계에서 가장 큰 대나무 미로' 설립에 현재까지 약 천만 유로가 소요되었다고 한다.

위치는 Strad Masone 125, Fonatanellato, Parm.

미술품: 약 5천 제곱미터 되는 공간에 프랑코 마리아 리치가 소장한 미술품과 또 지암바티스타, 알베르토 탈론 등의 최고 활판술과

그래픽 관련한 서적이 진열되어있다.

 


전시용 공간 (photo: Andrea Bertolotti)

 


메이슨 입구 (photo: Andrea Bertolotti)

 

casa ricci
미로에서 몇 발자국 거리에 있는 리치 저택(foto: Andrea Bertolotti)

 

cane
밤부가 미로 사이로 뛰고 있다.(photo: Andrea Bertolotti)

 

cortile

제단 건물 안쪽 마당 (photo: Andrea Bertolotti)

 

 

casa ricci interno
리치 저택 내부 (photo: Andrea Bertolotti)

 

dettaglio corridoio
미로 내부 (photo: Andrea Bertolot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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