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 블로거이자 톨스토이테라피닷컴의 블로거 루시 호너의 글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소설가 레프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가 20대에게 적합한 소설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나 '부활' 같은 톨스토이의 다른 작품도 젊은 사람의 관심을 끌기 쉽지 않다.

그러나 톨스토이의 작품만큼 현재를 살아가는 20대에게 적합한 건 없다.

그는 백 년 전의 인물이지만, 톨스토이 소설 속 주인공들은 현대인의 야망, 실패, 스트레스 그리고 인생의 의미와 선을 추구하는 다양한 모습들을 모두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러시아 최고 문학가의 목소리에 20대가 (20대가 아니라도 사실 상관없다) 귀 기울여야 하는 구체적인 이유를 알아보자.

 

1. 톨스토이는 늘 자아 계발을 위해 노력했다.

톨스토이는 18세 때 일상을 계획하고 자신의 의지를 단련하기 위해 매일의 활동을 기록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이 일기에는 우리에게도 유익한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세 번째는 빼고...)

 

● 5시에 기상
● 한 번에 한 가지씩만 한다.
● 사창가는 한 달에 두 번만 방문한다.
● 달콤한 음식을 피한다.
●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좌우되지 않는다.
●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

 

이렇듯 톨스토이의 자기 계발을 위한 주제는 그의 소설에도 많이 등장한다.

특히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에 나오는 소년 니콜렌카를 통해 이런 요소들을 찾을 수 있다.

"덕을 쌓고 행복해지기 위해 자신을 개혁하는 것이 간단하고 쉽게 느껴졌듯이, 인류의 악덕과 불행을 모두 없애는 꿈이 그때는 가능하게 느껴졌다..."

 

2. 톨스토이는 실패와 좌절에 도가 튼 사람이었다.

톨스토이의 삶도 그가 계획한 대로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조금은 위안이 될 것이다.

실제로 그의 삶을 보면 계획한 대로 된 적이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떤 날은 계획을 잘 지켰지만 다른 날은 '아무것도', 아니 '완전히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나갈 때가 태반이었고 온종일 '불만족스럽게' 보내거나 '고골을 읽는다'거나

자주 하루를 '낮잠'으로 허송세월했다.

하지만 목표를 그토록 높게 잡지 않았다면 그많은 걸작들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이틀째 계획을 따르지 않고 늑장을 부렸다. 왜 그랬을까?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좌절은 금물이다.

더 능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강제로 나 자신을 밀어붙여야 한다." - 톨스토이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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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전체적으로 비사회적인 면이 많은데 그걸 꼭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

'전쟁과 평화'에 나오는 피에르 베즈코프를 처음 만난 순간은 나의 청소년기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 중 하나다.

그리고 이제 피에르는 나의 멘토이자 20대 삶을 반영하는 주인공이 되었다.

책 앞부분에서 피에르는 유럽에서 10년간 공부를 하고 러시아로 갓 돌아온 20대 청년으로 나온다.

안경 너머로 보이는 그의 얼굴엔 불안감과 부자연스러움이 비친다. 그리고 왠지 러시아라는 나라에 적응을 잘 못 하는 표정이다.

그래도 피에르는 꾸준히 선을 추구하고 문학 역사에서는 보기 드물게 선을 달성하는 캐릭터다.

우리는 피에르라는 인물을 통해 다수를 따르지 않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지 깨닫게 된다.

 

4. 톨스토이는 카오스 같은 세상 속에서도 삶의 의미와 소박함을 추구했다.

SNS와 첨단기술에 휩쓸려 살다 보면 진정한 평화, 명상, 뜻깊은 경험 등을 하기 힘들다.

특히 톨스토이의 '행복'에는 이에 관련한 적절한 지혜가 담겨있다.

이 문구는 존 크라카우어의 '인 투 더 와일드(Into the Wild)'라는 책(1996)과 영화(2007)에서도 인용됐다.

"조용한 시골, 친절을 기대하지 않는 주민들에게 선을 베풀며 산다. 그리고 의미가 조금이라도 부여된 소일을 한다.

나머지는 휴식, 자연, 책과 음악, 그리고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사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다."

꼭 시골로 이사가지 않아도 톨스토이의 글처럼 인생의 우선순위를 재정비할 수 있다.

자연과 더 친해지고, 휴식을 취하고, 책을 읽고, 사람들과 사귀는 것. 다 가능한 일이다.

 

5. 톨스토이도 때로 불안과 공황을 느꼈지만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알았다.

톨스토이는 1869년 땅을 보러 러시아의 펜자 지역으로 향하던 도중 어느 호텔에 투숙했다.

잠이 든 그는 '매우 완벽한 상태'였는데도 불구하고 그 날 밤 급작스럽게 들이닥친 공황상태에 떨며 "좌절과 공포, 두려움"을 느꼈다.

나는 그런 기분을 얼마든지 이해한다.

그런데 '톨스토이: 한 러시아인의 삶'의 작가인 로자먼드 바틀렛에 따르면, 톨스토이는 로자먼드와 여행하던 중 문득 하늘로 치솟은 소나무를 바라보며 자신보다 더 높은 무언가에 경의를 표했다고 한다.

톨스토이를 비롯해 그가 만든 수많은 인물들은 자신의 영혼에서 잠깐 빠져나와 바깥세상을 응시하는 지혜가 필요했던 것 같다.

'전쟁과 평화' 주인공인 안드레이 왕자의 말이 좋은 예다.

"맞아! 그건 다 허영심에서 오는 거야. 끝없는 하늘을 제외하곤 모든 것이 환상이지. 아무것도 없다고.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 아무것도 없는 정도가 아니라 오로지 정적과 평화만 있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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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전쟁과 평화'부터 읽어야 하는 건 아니다.

아직은 톨스토이를 역사에 봉인하고 잊어버릴 때가 아니다.

톨스토이의 명언을 담은 '지혜의 달력'이나, 수많은 단편소설로 시작해 천천히 '전쟁과 평화' 혹은 낭만비극 '안나 카레니나'를 읽어보는 건 어떨까?

그래도 왜 톨스토이를 읽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 앤드류 카우프먼의 '전쟁과 평화에 기회를(Give War and Peace a Chance)'이나 '톨스토이 테라피' 등

톨스토이에 관한 여러 작가의 글을 읽어보라.

우리가 처한 상황과 삶, 느낌을 잘 대변하는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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