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으로 남으로의 행렬이 잦아들면 봄도 끝나는 것이겠지!
3월 하순부터 시작된 남으로의 여행은 아직도 일정을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나의 남행은
제주에서 끝날 것 같다.용인으로 이사 오면서 내집 정원같던 북한산에서 멀어지는 게 못내
아쉬웠더니 이제사 용인에 사는 혜택을 제대로 누리고 있는 것 같다.복잡한 도심을 거쳐서
남쪽으로 가려면 버리는 시간이 많은데 이곳에서는 시간 단축이 많이 되는 게 장점이다.
어제도 2시간 반 정도에 마이산까지 가버렸다.용인에서 북한산 가는 정도의 시간에 전라도까지.
여행을 하는 날 청명한 날씨를 만나는 것도 복인데 봄에는 복을 까먹는 사람이 많은지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다.마치 흐릿한 노안으로 보는듯한 풍경이다.이제 막 연두색 새잎들이 피어나
6개월이나 감감했던 무채색의 바탕을 녹색으로 칠하고 있는데 그 채색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정경이 답답하기만 했다.
어느덧 진달래는 그 고운 꽃잎을 땅으로 떨구고 대신 잎들에게 자리를 내어 주면서 설움에
겹도록 생애를 마감하는 순리를 보여주고 있었다. 텅 빈 것같던 그 나목이 꽃도 잎도 다 품고
있었던 거야,봄이 그들의 해산을 이끌어 내고 온 산천은 푸르름에 잠겨 삶에까지 생동감을 준다.
마이산은 산길이 다 인공으로 콘크리트를 쏟아부은 것같은 길이고 암 수 봉우리도 거대한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것 같은데 산행코스가 암봉만 보며 가는 길이어서 동시에 볼 수는
없었다.멀리서 암봉을 바라보면서 점점 바로 밑에까지 다가가는 능선길이 굴곡이 심해 마치
반평생 넘게 살아 온 인생길을 되돌아가는 느낌이었다.그래서 내 다리는 적응을 못하고 다른 때
보다는 날씨탓도 있었지만 조금 힘든 코스였다.
마이산의 암 수봉은 하늘을 떠받치 듯 솟아 있는 두 봉우리가 수봉은 아기를 안고 있는 형상으로
새끼봉이 붙어 있고 암봉은 약속을 어긴 전설 속의 사연처럼 약간 고개를 숙인 형상이라는데
두 봉을 함께 바라보는 위치가 아니어서 아쉬웠다.그러나 그 두 봉우리가 빚어낸 음양의 조화로
마이산 일대의 멋진 풍경과 탑사들이 태어난 게 아닐런지? 암봉 가까이 다가가니 감히 아무것도 살지
못 할 것 같았는데 건방진건지 철이 없는건지 진달래가 암봉의 정수리에 뿌리를 내리고 살면서
미안했던지 꽃을 피워 암봉을 기쁘게 하는 듯했다.그렇게 다섯시간 정도를 걸은 가운데 암봉을
넘어서는데 탑사 아래 저수지에는 막바지 벚꽃길이 둘러치고 있고 흩날리는 꽃비가 힘들었던 여정에
에필로그 장면처럼 심신에 고이 젖어들어 오늘의 일정에 막을 내리게 했다.<반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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